[흐르는 음악처럼] 푸른 음색의 매혹에 중독되다
| 블루벨벳 Blue Velvet |
|
중독되었습니다. 제프리(카일 맥라쿤란)는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에게 중독되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찰나였죠. 살인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던 도로시의 집안에 몰래 침입한 그는 그 여자의 비밀을 아는 순간 샌디(로라 던)에 대한 사랑보다 강렬한 어떤 유혹에 빠졌습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슬로우 클럽에서 도로시가 노래하는 ‘블루 벨벳'을 듣는 순간이 더 강렬했겠군요. 붉은 장막을 뒤로 하고 푸른 조명의 차가움이 가득한 무대, 매혹적인 색의 교합 속에 창백한 얼굴의 도로시가 등장했고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합니다. 순간, 제프리의 동공이 커지는 것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에게 빠져들게 만든 결정적인 것은 시각적인 파랑이 아니라 귀를 매혹시키는 푸른 음색이었다고 단언합니다. 그만큼 ‘블루 벨벳’은 중독성이 높은 노래거든요.
슬로우 클럽에서의 ‘블루벨벳’은 건조하고 농밀한 목소리가 돋보이는가 하면 바비 빈튼이 부른 달콤한 버전은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의 영상과 겹쳐집니다. 맑게 푸른 하늘, 그 아래의 흰 담장, 선홍빛 장미의 이미지가 노래와 잘 어울리지요. 아마 노래의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도로시의 아픔으로 우울하다가도 끝내 해피엔딩을 맞고 말 것임을 은연중에 알게 됩니다.
불루 벨벳이 영화 전체를 이끄는 동안 몇 곡의 노래들은 밝은 느낌을 조금 더 보탭니다. 로이 오비슨의 몽롱한 기타 음색이 아름다운 ‘In Dreams’ 나 ‘Honky Tonk’같은 곡을 통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달콤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화면은 꽤 잔인하지요. 도로시로 인해 곤란을 겪는 제프리의 비참한 모습이 이어지니까요. 그것은 사랑해서는 안 될 여인을 탐한 벌이었어요. ‘블루 벨벳’으로, 푸른 이미지로, 그녀에게 중독된 제프리가 받아야 할 대가였던 거죠. 하지만 그를 보고 연민을 품기 전에 당신도 긴장해야 해요. 무엇이든 중독된 뒤에는 그것을 끊기위한 고통이 존재하거든요. 이미 달콤하고도 차가운 ‘블루벨벳’을 제대로 탐미하고 난 뒤라면, ‘In Dreams’ 와 ‘Honky Tonk’ 그리고 케티 레스터의 ‘Love Letters’까지 들어버렸다면, 당신 역시 그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겠군요. 그게 싫다면 그저 저처럼 지독한 중독자가 될 수밖에요.
|
|
|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