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흔들리는 구름

The Wayward Cloud
감독 차이밍량
출연 이강생, 양귀미
시간 110분
장르 뮤지컬
개봉 3월 31일

심의에서 (해당 장면 편집 후) 18세 관람가로 통과되기 전 제한상영가를 받았던 것이 오히려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 ‘흔들리는 구름’은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서운한 소식이겠으나 야한 영화가 아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두 다리 사이에 ‘수박’을 끼운 채 누워있는 여자와 그 수박에 손가락을 들이미는 남자의 등장은 수박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긴 하나 직접적으로 강도 높은 섹스를 제시한다. 잠시 흥분의 정서 혹은 감각을 느꼈을지언정 성기에 붙은 수박씨를 떼어내는 포르노배우 샤오캉(이강생)의 지친 손놀림, 축 늘어진 어깨를 보고 있자니 다시 현실감이 밀려온다. 가뭄이라 물은 부족하고, 까닭 없이 수박은 풍년인 대만. 자신이 일하는 박물관 화장실에서 생수통을 이용, 물을 훔쳐내는 싱차이(양귀미)의 어깨에도 힘이 없다.

그녀는 사랑을 한지도,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지도 너무 오래된 탓에 지나가는 아저씨에게마저 은근한 기대감을 품는다.
‘애정만세’ ‘구멍’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이들의 지독한 고독감을 얘기했던 차이밍량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왜소한 몸집에 생수통 열댓개를 버겁게 짊어진 싱차이의 샌들이 텅 빈 아스팔트에 반복적으로 딸깍 딸깍 부딪치며 조급하고 불안한 소리를 울린다. ‘물’이 ‘소통’이라면, 물을 애써 모으는 그녀는 고독하며, 가엾다. 샌들 소리가 유독 인상 깊은 것은 그녀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고달픈 포르노 노동 끝에 몸을 씻으려 물탱크를 찾는 샤오캉도 마찬가지다. 내일이면 또다시 포르노를 찍어야 하기에 물탱크 속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그래서 둘은 사랑하지만 엇갈린다. 물과 수박 모두를 간절히 원하는 그녀지만 샤오캉은 수박에 질려버렸다.
사랑, 소통은 이뤄진다. 두 인물의 심리와 사랑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배우와 상황을 통해 기막히게 공감각화했다는 것,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이 기막히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미덕이다. 충격적인 엔딩에서 싱차이가 흘리는 한줄기 눈물이 영화의 주제곡 ‘흔들리는 구름’과 겹쳐지면 차이밍량 식의 사랑에 오랜만에 가슴이 시린 듯 따뜻하다.

B+ 몸과 마음을 바쳐 당신을 사랑합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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