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α] 그래도 나는 독립 만세다!

외디푸스 콤플랙스
어떻게 하면 나와 내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 책에 나온 결혼생활만족도를 참고하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독립을 하기까지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노라는 의욕도 한 풀 꺾이고 결혼생활의 권태기와 맘과 몸이 동시에 아픈 중년의 사춘기, 오십견이 겹치기 때문이다.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모에 대한 책임을 조금씩 인정하면서 진정한 독립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뭣이 이리 어렵냐. 가족이란 집단이 사회적으로라기보다 본능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따지고 들면 골치 아프다. 한참 머리 아플 때 우디 앨런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옴니버스 영화 ‘뉴욕 스토리’ 중 마지막 에피소드 ‘외디푸스 콤플랙스(사진)’를 통해서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365일 24시간 그의 하늘에 둥둥떠서 침실생활까지 관여한다. 우리 앨런은 이 불편한 감정과 시스템을 그냥 드러낸다. 부모와의 섹슈얼한 감정을 질펀하게 그리지 않는 유식과 센스. 프로이드의 이론은 명성을 잃었으나 그가 묘사한 내적구조가 정신분석학 분야에서 여전히 연구, 발전되고 있어 설득력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유명 시트콤 ‘식스 핏 언더’의 게이아들은 엄마와 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악몽에 시달리고, 그를 통해 나만의 악몽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시청자는 오히려 맘이 편하다.
이 시점에서 이뤄야하는 것이 바로 독립이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부모는 자식에게서 독립해야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 아빠 전문 배우 스티브 마틴 주연의 영화 ‘신부의 아버지’가 괜히 2편까지 나온 게 아니다. 거장 테오 앙겔로플로스감독의 ‘비키퍼’에서는 자녀를 떠나보낸 아버지가 쓸쓸한 결말을 맞이하고 한국영화 ‘올가미’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소름끼치는 집착을 드러내지만,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는 대신 돈과 몸과 맘의 독립을 꾀할것. 부모에게서 배우자에게로 내 삶의 일부가 패스되기 전에 나 혼자만의 드리블을 즐긴다면 삶은 간간이 행복을 안겨주며 잘만 흘러갈 것이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e 3rd League] 가면을 벗는 상쾌함

우스운 자의 꿈 Le reve d’un homme ridicule
감독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장르 애니메이션 시간 19분 년도 1992
사람들은 ‘가리는 것’을 제법 즐겨한다. 나의 바깥과 안이 서로 소통되지 않는 답답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가린다’는 것이 종종 ‘용감해 진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무모해진다’와 더 통할는지도 모르겠다. ‘우스운 자’가 꾸었던 꿈속의 사람들이 그리됐듯 말이다. 처음 그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저 풍경 같았다. 인간이라면 지녀야 할 욕심 따위가 전혀 없었으니까. ‘무가치한 놈’이라며 스스로에게 총을 겨눈 ‘우스운 자’의 암울함 따위는 이름처럼 우습게 여겨지는 곳이었다. 상처에 손만 갖다 대도 새살이 돋고, 해를 향해 걷던 노인은 태양이 되고, 꽂아둔 지팡이는 무성한 나무가 되는 세계였다. 그런 평화로운 삶에 ‘우스운 자’는 가면 하나를 선물한다. 그것은 왕성한 식욕으로 사람들을 집어 삼킨다. 자신을 가리는 거짓이 생기고 남에게 숨기고픈 비밀이 생긴다. 쓸데없는 용기가 자라고 무모함으로 변모하고 괴팍함으로 치닫는다. 태양은 빛을 잃어 암흑에 갇히고 ‘우스운 자’는 더 이상 우습지 않다. 그가 만들어낸 ‘가려진 것’의 비극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꿈에서 깬 그는 외면했던 거지소녀를 찾아 간다. ‘누구 없소?’를 되내이던 자신의 목소리와 ‘도와 주세요!’를 외치던 소녀의 외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안 것일까. 타인의 가면을 벗고 본 소녀는 자기 자신이었으며 상처를 치료해주던 꿈속의 소녀이기도 하다. 외피을 벗은 채 본 세계는 모두 ‘나’ 자신인 것이다. 그러나 ‘우스운 자’처럼 살벌한 꿈을 꾸지 않고서 가면을 벗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어렴풋이 깬 겨울날 아침의 담요같이 달콤한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나’와 과장된 ‘너’가 만들어냈을 불협화음을, 소모적 가식을, 껍데기만 남은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껍질을 벗는 순간, 소화불량에 걸린 듯 불편하던 날들이 모처럼 가뿐해지리라.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흐르는 음악처럼] 책 읽어주실 분을 찾습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

어린 시절,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건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죠. 혼자 읽을 땐 거짓말 같던 허구들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 그럴듯해보였으니까요.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잠시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 생각을 해봤습니다. 귀여운 그녀 콩스탕스도 남편에게 책을 읽어줬지요. 내용을 따라 열심히 상상하면서 말이에요. 작품 속에서 그녀는 책 읽어주는 여자 마리로 변신합니다. 마리가 고객에게 책을 읽어주러 갈 때마다 흐르던 ‘템페스트’의 선율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만큼 산뜻했거든요. 마음속에 여전히 레닌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사는 노부인의 집에 갈 때면 ‘발트슈타인’ 소나타가, 반신불수 소년 에릭의 집에 갈 때는 그가 마리에게 품고 있던 막연한 환상마냥 황홀한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이 흘렀습니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고, 책을 읽어주면 금새 코를 골다가 마리에게 추근덕 거릴 때만 깨어있는 밉살맞은 유부남 아저씨가 등장할 땐 ‘봄’ 소나타가, 사드의 ‘소돔 120일’을 읽어달라던(‘사디즘’의 그 사드 말이에요)늙은 판사가 등장할 땐 어김없이 ‘첼로 소나타 1번’이 들려왔지요. 마리는 언제나 모자와 목도리 색깔을 맞춰 입고 다녔는데, 저는 테마 별로 바뀌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미셸 드빌이야말로 탁월한 매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색깔을 맞춘 것처럼 딱 들어맞았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리의 고객들은 꾀나 괴짜였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들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도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잖아요.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끼는 고독감을 탈피하기 위해, 우리의 독특함을 받아줄 상냥한 사람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간혹 이러한 일탈은 눈감아줄만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다시 한 번 그 설레임을 느끼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책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베토벤의 음악이나 열심히 들어야겠군요.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리뷰] 데이지

감독 유위강
출연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 천호진
장르 멜로 시간 110분 개봉 3월 9일
매일 4시 15분 “Flowers!”란 외침과 함께 데이지 꽃이 배달된다. ‘숨겨진 사랑’을 받는 혜영(전지현)은 암스테르담의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다. 어느 날, 데이지 화분을 든 채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우(이성재)를 보고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자신을 지켜보는 숨겨진 사랑이 정작 따로 있음은 알지 못한 채.
킬러와 경찰, 거리의 화가라는 낭만적(혹은 닭살 돋는) 인물 설정에 맞게 영화는 한없이 포근하다. 세 배우의 내레이션을 따라 느슨하게 진행되는 초반은 유독 그렇다. 유위강 감독의 장기인 특유의 영상미가 네덜란드의 장황한 풍경과 고풍적 모습으로 자연광속에 살아 숨쉰다. 배우들의 감정흐름에 맞춰 적절히 흐르는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음악 또한 참 곱다. 하지만 한없이 도취된 덕분에 균형을 잃는다. 스미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개연성 없이 이미지만 쫓는 영화의 흐름 때문에 서서히 지루해진다. 간혹 튀어나오는 톤 다운된 질감의 ‘느와르적 분위기’가 긴장감을 주며 만회해 보려하지만 ‘숨겨진 사랑’이라는 데이지의 꽃말처럼 영화의 매력도 여전히 숨겨진 채다.
C+ 우성오빠의 희노애락 4종세트랍니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리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감독 이하
출연 문소리, 지진희
장르 코미디 시간 104분 개봉 3월 16일
전문대에서 염색과 강의를 맡고 있는 미모의 여교수(문소리)는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녀는 도도한 태도와 냉랭한 말투로 남성들 위에 군림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그런 도중, 여교수의 고요한 일상에 돌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석규(지진희)의 등장이다.
솔직하고, 거리낌 없고, 적나라하다. 그러면서도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다. 이처럼 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속성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이 영화의 은밀한 매력이다. 숨겨진 과거와 남녀관계가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는 데선 ‘연애의 목적’이, 기름기 쫙 뺀 건조한 대사에선 홍상수가 생각난다. 아쉬운 점은 전개가 다소 느리다는 것과 개성 있는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상은 좁고, 인간관계도 좁다. 그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완전히 ‘나는 네가 어린 시절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버전이다.
B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블랙 코미디 (영엽)
B 오직 문소리의 충만한 매력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