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미래, 지구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 ‘변’만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다. 정부는 배변양에 따라 마약성분의 ‘하드’를 지급함으로써 배변을 장려하고, 도시는 온통 하드의 약탈과 폭력으로 황폐화되어간다. 한편, 하드부작용으로 모든 배변 능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지능과 키가 줄어드는 인간들이 늘어만 가니, 스머프의 사촌뻘쯤 돼 보이는 이들, 이름 하여 ‘보자기 갱단’이다. 이들이 아치, 씨팍, 이쁜이 그리고 기타 등등의 조연들과 합세하니 초절정 뒤죽박죽 정신산만 스펙타클 재기발랄 변태 액션이 탄생했다. 영화의 대략적인 설정만으로도 그 발칙함을 알 수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얻으려하거나 감독의 의도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마음을 비우고 봐야하는 것은 이 영화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소재에서 짐작할 수 있는 화장실 유머나 ‘(양)아치’와 ‘씨팍(새)’라는 제목에서 연상 가능한 욕설에 당황하지 말고 이 영화가 ‘18금(禁)’이라는 것을 상기하자. 자유분방 캐릭터와 스타일리쉬한 영상이 범상치 않으니, 2001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됐었다. 기획기간 2년, 제작기간 5년을 더해 횟수로 8년에 걸쳐 제작된 눈물겨운 정성은 ‘매트릭스’ 부럽지 않은 무술솜씨와 추억의 애니메이션 ‘2020년 원더키디’를 연상케 하는 고공액션, 2000컷이 넘는 비주얼과 3D 배경으로 빛을 발한다. 1997년 제3회 서울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범진 감독은 ‘아치와 씨팍’에서도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처럼 ‘우연한 사건 연쇄반응 일으키기’를 자유자재로 구사, 몹시도 정신없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거기에 ‘하드’만 많으면 부자가 되는 영화 속 시스템은 ‘돈’의 그것과 맞물리며 영화 바깥의 현실을 꼬집는다. 장르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그것조차도 철저히 즐기고 있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디즈니와 재패니메이션에 한 방 날리고 싶다던 감독의 포부가 어느 정도 달성된 듯싶다. 아울러 플래시 애니메이션 집단 ‘오인용’의 팬이라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