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α] 매력적인 탄산음료가 될 시간

이른 봄을 맞는 영화들
겨울바다라고 하기에는 나약하고 봄 바다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매서운 어중간한 느낌의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불분명한 바다가 그래도 제법 거칠게 느껴진 것은 영하 십도를 넘나드는 한 겨울의 추위보다 서둘러 얄팍해진 옷 때문에 환절기 추위가 더 매운 것과 같은 이유일거예요. 그 순간과 어울릴 만한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제 8요일’, ‘콜드 마운틴’, ‘프라하의 봄’, ‘만춘’ 그리고 ‘레퀴엠’까지. 하나같이 ‘탄산음료의 뚜껑을 따는 순간’과 같은 영화들입니다. 코끝을 쏘는 알싸한 이산화탄소, 한 모금 넘길 때 목을 긁는 찌릿함을 상상하세요. 계절의 방황기인 지금은 그런 순간입니다. 겨울 동안은 몸과 마음과 생각의 에너지를 축적시키기만 했었죠. 탄산음료에 이산화탄소를 가압시키는 것처럼 말이에요. 절정의 봄에는 나른해져서 탄산일랑 다 빠져버린 콜라처럼 맹맹해질 테죠. 그래서 봄의 뚜껑을 여는 지금이 가장 톡 쏘는 희열의 순간이죠. 기운도 의식도 모두 충만하여 찬란한 때입니다.
저 영화들은 순간을 즐길 촉매가 될 거예요. ‘제 8요일’이나 ‘콜드 마운틴’에서 옅은 푸름이 가득한 시각적 봄을 보고, ‘프라하의 봄’에서는 역사적인 억압과 자유의 봄을 느낄 것입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에서는 느지막이 찾아 온 봄과 같은 인생의 진리를 느낄 것이고 ‘레퀴엠(사진)’에서는 영화에는 없는 봄을 보는 혜안을 가질 것입니다. 마약과 함께 하는 몽롱하고 끈적끈적한 네 사람의 삶을 보고 봄의 짜릿함을 느끼라는 것은 비약을 넘어서 억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찬란한 여름에서 시작하여 가을과 황량한 겨울을 지나 결국 봄 없이 끝나버리는 이 영화야말로 진정 봄을 위해 설레고 있습니다. 부재는 항상 그것의 채움을 위한 강렬한 유혹을 지니는 법이거든요. 다가온 봄을, 그리고 시작된 인생의 봄을 늘어진 낮잠처럼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 당장 이 영화들을 섭취하세요.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톡’쏘는 매력적인 탄산음료가 될 시간입니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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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rd League] 희망은 푸른색이다

고등어
감독 장재진
연출 16mm, 컬러 시간 24분 년도 2005
피카소의 ‘청색시대’ 그림들은 말 그대로 푸른 색의 그림들이다. 묘하게 슬픈 빛의 푸른 색은 마르고 절망적인 인물들을 푸르게 빛나게 한다. 마음이 모두 무너져 버린 것 같은 그림 속 인물들을 파랗게 칠하던 피카소의 마음은 희망이었을까 절망이었을까.
노래가 꿈이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하는 여자 주인공 기영은 핸드폰 세일판매를 매일같이 외쳐댄다. 소심한 교통경찰인 남자 주인공 해수는 헤어진 여자와 우연히 마주치고 청첩장을 받는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게 거리를 적신 물줄기처럼 기영과 해수는 현실의 그물에 지쳐간다. 실낱처럼 붙들고 있던 기영의 밴드가 해산되자 기영의 패배감은 더욱 짙어지고 거리의 두 사람은 거울처럼 마주서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등 푸른 생선 고등어인지는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신기하게도 감동적이다. 한강을 바다처럼 믿으며 살아온 우리네 서울사람들이란 겨우 눈에 마주치는 푸른 경찰제복과 자이로드롭(놀이기구) 위에서 내려다본 석촌 호수의 푸른 숲을 희망으로 느껴야 한다. 도시 속의, 현대의 삶이란 꿈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잔인하다. 깨어진 꿈들, 넘쳐나는 상처, 쉴새 없는 고통과의 조우 속에서 주인공들은 감정의 과잉 대신 체념한 듯 꿈을 부여잡는다.
영화 ‘고등어’는 결코 거짓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모자란 꿈, 부족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현실은 보는 것이고 희망은 느끼는 것이다. “나는 뭐든 안 되는 사람’이라는 주인공 기영의 대사는 어쩐지 우리 마음속의 대사인 것만 같아 흠칫 놀라게 된다. 무모하지만 검은 한강을 헤엄치던 주인공 해수의 등이 푸르다는 것이 눈에 띄는 순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봄처럼 모든 희망은 푸르다는 것을. 그래서 ‘비상구 표지판은 초록색’이고 피카소의 청색시대가 가슴 저리다는 것을.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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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 그녀를 찾고 있나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There’s Something About Mary

패럴리 형제의 필모그래피를 읊어보자. 94년 ‘덤 앤 더머’를 시작으로 ‘킹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붙어야 산다’ ‘날 미치게 하는 남자’까지, 이들의 코미디에는 낙관주의와 휴머니즘이 지나치게 넘쳐흐르는데 그 시각의 방향과 깊이, 섬세함과 감성이 이제는 거장이라는 호칭을 줘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탁월하다. 그리고 그 시각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탁월한 장치가 있으니 바로 음악. 패럴리 형제는 음악을 통해 웃음을 건드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망설인 끝에 벌써 8년이나 지났나 싶은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를 말하겠다. 고등학교 시절, 맘 착하고 공부 잘하는 단발 머리의 상큼녀 카메론 디아즈에게 빠져버려 10년 넘게 가슴앓이 하고 있는 왕찐따 벤 스틸러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운드 트랙은 절절하고, 설레고, 방방 뜨는 감성을 모조리 품고 있으니 ‘How to Survive a Broken Heart’ ‘ Is She Really Going Out With Him?’ 등 트랙의 제목만 한번 휙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친구들이 그에게 말했네, 이제 그만 낑낑거리고 그리워하라고’ 라는 애처로운 가사로 시작해 ‘그래도 메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네’로 끝나며 영화의 문을 여는 ‘There’s something about Mary’가 첫 트랙. 발랄하고 강렬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인도 풍의 묘한 멜로디와 버무린 댄디 워홀스(Dandy Warhols)의 ‘Every Day Should Be a Holiday’는 다소 처절하게 느껴지는 소망의 표현인 듯하고,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는 암시를 강하게 내뿜으며 거칠게 샤우팅 하는 재즈 보컬 셜리 배시(Shirley Bassey)의 ‘History Repeating’도 있다. 패럴리 형제의 코미디가 항상 진정성에 뿌리박고 있는 까닭에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한 느낌의 음악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카펜더스(Carpenters)의 ‘Close to You’가 마음을 딩딩 흔들어 놓은 뒤, 아이비(Ivy)의 ‘This Is the Day’, 레몬헤즈(Lemonheads)의 ‘If I Could Talk I’d Tell You’, 로이드 콜(Lloyd Cole)의 ‘Margo’s Waltz’가 흘러나오면 가슴이 아파와 눈물 한 방울 찔끔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역시 우리의 패럴리들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으사 해피엔딩을 선사하니 “베이비! 나한테 좀 잘 해 주세요!”라고 그야말로 흥겨웁게 내지르는 파운데이션스(Foundations)의 ‘Build Me up Buttercup’이 당신과 그녀의 스타트를 축복한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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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듀스 비갈로 2 - 유로피안 지골로

Deuce Bigalow - European Gigolo
감독 마이크 비겔로
출연 롭 슈나이더, 에디 그리핀
장르 코미디
시간 83분
개봉 3월 10일
평범한 수족관 청소부에서 남창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듀스 비갈로가 돌아왔다. 전편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아내와 슬픈 이별을 하고, 친구와 조용히 지내려던 그에게 또 다시 사건이 터지고 만다.
환락의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장소를 옮겨 반복하는 ‘남창 되기 고군분투기’는 전편에 뒤지지 않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속편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약점, 스토리의 반복을 ‘설정개그’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 물론 절대반지만큼 강한 절대코미디언 롭 슈나이더이기에 가능했고, 물 만난 듯한 에디 그리핀도 한몫했다. 따뜻한 감성과 화장실 유머가 한데 어우러져 날 좋은 오후를 더 화창하게 만들 것이다.
A 요즘 같은 봄날엔, 롭 슈나이더 & 팝콘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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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이니셜 D

Initial D
감독 유위강, 맥조휘
출연 주걸륜, 진관희, 여문락, 진소춘
장르 액션, 드라마
시간 108분
개봉 3월 9일
타쿠미(주걸륜)는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아버지(황추생)의 튜닝과 고스란히 물려받은 천재적 레이싱 실력 덕분에 우연히 아마추어 레이서 타케시(여문락)를 이기게 된다. 처음에는 무관심 하던 주인공이 빠르게 레이싱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처럼 빠른 전개를 따라 관객 또한 레이싱에 빠져든다. 그러나 오직 청춘영화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설정한 듯한 어설픈 사랑놀음이나, 의지로 모든 것을 이루는 타쿠미의 성장스토리는 고속도로위에서 멈춰버린 차량처럼 난감하다. 전세계 10억 인구가 본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는 쾌속질주 했을지언정 절대 프로급은 아니다.
C- 오싹한 스피드, 유치한 사랑에 제대로 닭살 돋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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