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rd League] 희망은 푸른색이다
| 고등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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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재진 연출 16mm, 컬러 시간 24분 년도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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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청색시대’ 그림들은 말 그대로 푸른 색의 그림들이다. 묘하게 슬픈 빛의 푸른 색은 마르고 절망적인 인물들을 푸르게 빛나게 한다. 마음이 모두 무너져 버린 것 같은 그림 속 인물들을 파랗게 칠하던 피카소의 마음은 희망이었을까 절망이었을까. 노래가 꿈이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하는 여자 주인공 기영은 핸드폰 세일판매를 매일같이 외쳐댄다. 소심한 교통경찰인 남자 주인공 해수는 헤어진 여자와 우연히 마주치고 청첩장을 받는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게 거리를 적신 물줄기처럼 기영과 해수는 현실의 그물에 지쳐간다. 실낱처럼 붙들고 있던 기영의 밴드가 해산되자 기영의 패배감은 더욱 짙어지고 거리의 두 사람은 거울처럼 마주서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등 푸른 생선 고등어인지는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신기하게도 감동적이다. 한강을 바다처럼 믿으며 살아온 우리네 서울사람들이란 겨우 눈에 마주치는 푸른 경찰제복과 자이로드롭(놀이기구) 위에서 내려다본 석촌 호수의 푸른 숲을 희망으로 느껴야 한다. 도시 속의, 현대의 삶이란 꿈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잔인하다. 깨어진 꿈들, 넘쳐나는 상처, 쉴새 없는 고통과의 조우 속에서 주인공들은 감정의 과잉 대신 체념한 듯 꿈을 부여잡는다. 영화 ‘고등어’는 결코 거짓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모자란 꿈, 부족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현실은 보는 것이고 희망은 느끼는 것이다. “나는 뭐든 안 되는 사람’이라는 주인공 기영의 대사는 어쩐지 우리 마음속의 대사인 것만 같아 흠칫 놀라게 된다. 무모하지만 검은 한강을 헤엄치던 주인공 해수의 등이 푸르다는 것이 눈에 띄는 순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봄처럼 모든 희망은 푸르다는 것을. 그래서 ‘비상구 표지판은 초록색’이고 피카소의 청색시대가 가슴 저리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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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