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우리에게 댄스 홀을 허하라
| 자유부인 (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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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 시 큰 인기를 모았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3편에 해당하는 ‘패스트 앤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는 줄거리보다 카레이싱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영화다. 줄거리가 카레이싱의 상황 설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것은 어쩌면 이 영화의 궁극적인 의도일지도 모른다. 내노라하는 브랜드의 튜닝카들과, 드리프트라는 고난도의 레이싱 기술을 선보이면서 아슬아슬하게 절벽이나 좁은 주차장을 질주하는 이미지의 쾌감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한형모 감독의 56년작 ‘자유부인’은 일반인들의 판타지로서의 영화의 역할에 무척 충실한 영화였다. 영화의 기원이 ‘신기한 볼거리’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이 전략은 상업 영화의 주요한 토대로 기능해왔다. 촬영카메라와 영사기, 스크린 등 기술적 소산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던 예술인 영화는 그 자체로 무언가 세련된 것, 현대적인 것을 의미했다. 현실 생활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광경에 대한 상상을 충족시켜주는 영화의 기능은 평범한 대중들을 매혹시켰다. 전후 가장 피폐하던 시기의 한국 대중들에게 ‘자유부인’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못지 않게 잘 정돈된 아름다운 화면과 이국적인 장소들의 출현 등 볼거리에 충실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줄거리와 크게 상관없는 공연 이미지가 두 번 등장하는데, 하나는 계모임에 등장한 여성 가수 백설희가 노래 부르는 장면이고, 또 하나는 댄스 홀에서 무희가 솔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댄스 홀 장면은 주인공인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이 소위 정숙한 부인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이라는 신세계에 처음 발 디딜 때의 황홀경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금 봐도 매우 이국적인 무희 나복희의 댄스 장면은 영화의 줄거리와 상관없이 약 십 여분 동안 계속된다. 이는 스크린을 빌린 나복희의 무대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관객은 영화가 아닌 나복희의 춤을 관람하는 것이다. ‘자유부인’에서 주인공인 대학교수와 교수 부인은 똑같이 바람을 피지만, 교수의 불륜이 로맨스로 치장된 반면 교수 부인의 불륜은 비난 받아 마땅할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처럼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그보다 더욱 관객들이 동화되는 인물은 그녀다. 그녀의 일탈이 눈물로 용서를 호소하는 가정 복귀로 귀결될지라도, 일탈의 매혹은 영화 속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스펙타클로 전시된다. ‘자유부인’이 검열의 위협에 처했을 때 감독은 이 영화가 후회와 용서로 끝맺는 계몽 영화임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 영화의 의도는 일탈의 비밀스런 쾌감을 만끽하는데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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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영화평론가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87&Sfield=&Sstr=&page=1&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