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이 세상 아무리 무서워도

‘디 아이(見鬼)'의 문과 와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세상이 아주 낯설 때가 있다. 전혀 다른 냄새, 색깔, 무드. 그것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새삼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쁨이 밀려오기도 하고,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자기경고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본 후의 상태는 후자에 가깝다. 내가 보호받기보다는 공격을 당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내가 사랑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다른 때였으면 냉소로 흘렸을 “세상이,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야”라는 멘트를 숨구멍 구석구석에 박고서 한 번의 소름으로 체온을 떨어뜨린다.
눈을 이식받은 후로 다가올 죽음과 죽은 사람들을 보게 된 문도 세상이 무섭다. 20여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으나 그 눈의 저주로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광경을, 멀어져가는 순간을 견뎌야만 한다. 그녀는 반복되는 메시지와 공포를 떨치기 위해 눈을 기증한 사람을 찾기로 결심하고 긴 여정을 심리치료사 ‘와’와 함께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문에게는 자신의 삶이, 와에게는 직업적 의무와 신념이 걸린 일이다.
그러나 자살한 여자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문에게 “옆방에 있겠다”는 말로 용기를 주고 뒤 돌아선 와의 얼굴에서, 고비를 넘기고 바닥에 쓰러져 와의 손을 찾아 꼭 잡는 문의 얼굴에서 공포를 진정시키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마치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했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려는 듯 두 사람의 사랑은 영화를 서서히 물들인다. 문은 사고로 다시 시력을 잃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봤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로 짚어가며 도착한 그 곳엔 와가 서 있고, 문은 감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의 공포를, 죽음과 가까이 있는 그것을 다시 반대편으로 이끄는 것은 역시 사랑이었다. 웅크린 어깨를 다독이고 안아주며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손잡아 주고 끝까지 지켜봐줄 수 있는 한사람. 세상이 아무리 무섭게 변한다 해도 우리는 그 한사람의 사랑으로 전혀 무섭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 엄청난 경계에서 부디 당신의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 날이 되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을 것이다. 공포와 사랑의 갈림길에서 누군가가 어둠의 손에 끌려가지 않도록 무진장 애쓰면서.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88&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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