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우리들의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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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할아버지를 기억하세요? 필름이 돌아가면서 세어 나오는 빛이 어두운 극장에 흘러 들어가면 어렴풋이 토토의 빛나는 눈과 알프레도 할아버지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었죠. 어른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 할아버지 남긴 마지막 선물, 검열로 잘려나가야 했던 수많은 키스신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에게 ‘시네마 천국’은 딱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하루 종일이라는 시간이 우리를 허락한 때, 당신도 당신만의 시네마 천국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요.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서울아트시네마의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이 아래 풀어 놓은 대학내일 문화팀 저마다의 시네마 천국을 살짝 들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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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에 대한 유일한 이해, ‘카사블랑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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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거야”라는 말만큼 유치한 변명이 또 있을까요. 서로의 행복을 빌며 ‘쿨 하게 안녕’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쓰린 가슴 움켜쥐고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제 고집스러운 신념의 빈틈을 파고드는 영화가 있었으니, 오래 전 주말의 명화를 통해 만났던 ‘카사블랑카’가 바로 그것이지요. 일찍 자라는 엄마의 말씀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 화면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몰입했던 이 영화는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명제가 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영화였어요. 사랑하는 일자를 떠나보낸 뒤 카사블랑카의 비행장에 홀로 서 있던,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으로 치장된 릭의 표정은 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만큼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릭이 일자를 떠나보낸 단 한 가지 이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죠. 순간, 릭의 술집에서 일하는 피아노 연주자 샘이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 ‘세월은 흘러도(As time goes by)’와 함께 두 사람의 행복했던 파리에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우리에게는 파리의 추억이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잊을 뻔 했는데 지난 밤 다시 만들어냈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그 때의 느낌이 계속해서 울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거예요. 릭과 일자가 우연히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둘의 관계를 어림짐작할 뿐, 두 사람의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를 두 번째 보면 이들의 표정, 몸짓, 대사 하나 하나가 뼈에 사무칠 것 같아요. 두 사람의 행복했던 시간도, 예정된 이별도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때마침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카사블랑카’가 상영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리는군요. 이번 주말엔 아련한 추억 가득 모아 극장을 찾아야겠어요. 여러분도 함께하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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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의 히로인, 잉그리드 버그만
오스카상를 무려 세 번이나 수상한 스웨덴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 당대 모든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여신으로 군림했던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숫한 명작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던 할리우드의 대스타. 이상은 잉그리드 버그만을 설명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설명이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지를 표현하는데 ‘카사블랑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다. 혹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최고 작품으로 히치콕의 ‘오명’을 꼽지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키스는 어떻게 하는 거죠? 제 코가 커서 키스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라는 대사로 사람들의 마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던 순박한 시골처녀 마리아도 강한 잔상을 남긴다. 촉망 받는 배우이자 안정적인 한 가정의 어머니였던 그녀는 모든 부와 영광을 버리고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의 사랑을 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녀의 화산 같은 심장과 사랑에의 갈망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녀처럼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예술적 열정에 따라 살았던 사람이 또 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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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프랭크를 기다리며, ‘블루 벨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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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련한 기억이지만 저도 ‘1318’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는 그 때, 2차 성징을 몸소 체험하는 혈기왕성한 남아였죠. 이 시기에 새로운 세상에 눈 뜬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므흣’한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이제 하산할 때도 될 법한 고1, 영화와 친해지기 시작하여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동서고금의 예술영화를 찾아 헤맸습니다. 기왕이면 파격적이고 므흣한 걸로. ‘블루 벨벳’은 만난 것도 그 때입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헤매던 중 저는 손쉽게 19세 미만 관람 불가인 ‘블루 벨벳’을 어둠의 경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컬트의 왕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라니…’ 감탄을 내뱉으며 플레이 시킵니다. 므흣한 예술영화라는 사실에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나중에 린치 당할 운명을 알지도 못한 채. ‘블루 벨벳’은 제게 있어서 변태 성욕자 프랭크가 전부입니다. 주변부의 인물들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중산층 사회의 내부 균열과 악마적 파괴 성향이니 하는 주제를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 프랭크가 보여주는 엽기행각은 꿈을 먹고 자랄 청소년에게는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산소마스크를 쓰고 흥분 상태에 이르러 “Baby wants to fuck!”을 중얼거리며 강간을 하다니! 므흣을 바라면서 감상하던 저는 완전히 질려버렸습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건지, 도로시가 부르는 노래들은 더없이 달콤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약 줬으니 이제 다시 병 줄게, 라는 심사에서 미스터 린치는 프랭크의 변태 행각, 발가벗겨진 도로시의 측은한 모습 등을 밀어붙이며 제게 끝없이 린치를 가했습니다. 으악! 이제는 법적으로 ‘19금’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저는 돌아오는 8월 14일 자정, ‘시네바캉스 서울’ 심야 상영에서 ‘블루 벨벳’을 또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았던 프랭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으로 만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지 벌써부터 너무 설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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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음치의 마지막 로맨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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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제게는 음악가창시험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머리를 굴려 짜낸 계획이 ‘합창반’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개인가창시험에선 별 효력이 없었죠. 매일 점심시간마다 음악실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늘어나는 건 실력이 아니라 뱃살이었어요. (복식호흡은 확실히 뱃살을 늘어나게 한답니다!) 모든 부원이 성취한 90점을 혼자 넘지 못했고 토요일 오후, KBS의 모 아나운서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웃을 수 없는 이유가 그렇게 아로새겨졌습니다. 노래를 못했기에 자연히 음악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어요. 동시에 뮤지컬은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인 것이 됐죠. 그들의 춤이며 노래는 넋을 잃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본 ‘7인의 신부’는 아직도 아련히 남아있어요. 지금도 ‘7인의 신부’를 볼 때면 나도 덩달아 ‘6월의 신부’를 꿈꾸곤 하죠. ‘마이 페어 레이디’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왕과 나’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도 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지만, 그 피라미드 꼭대기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앙상블이 나와 선사하는 시원시원하고 탄력적인 춤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뻥 뚫리죠. 지겨울 만큼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하는 사랑이야기임에도 전혀 다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런 베스트 뮤지컬 작품들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한다는데 아니 갈 수가 없죠! 게다가 ‘사랑은 비를 타고’ ‘오즈의 마법사’ ‘로슈포르의 숙녀들’과도 함께입니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현실이 어지러울 때, 삭막한 도시에서 풍성한 인심이 그리울 때, 서울아트시네마의 옛 영화들은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는 나침반이 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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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 국밥
많은 시네필들의 시네마 천국 한켠을 차지하는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를 얘기 하면서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돼지 냄새 그윽하게 풍기는 국밥집들을 빼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역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거나 숨을 가다듬고 줄행랑을 치지만, 시네필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 아닌 금상첨화다. 이 국밥집들이 인상적인 결정적인 이유는 냄새가 아닌 가격이다. 어느 정도로 저렴한가 하면, 배춧잎 한 장으로 친구 두어 명에게 따뜻한 국밥을 선사하고 생색낼 수 있을 정도니 머릿속 계산기가 잘 돌아가는 이들이라면 배부른 바캉스를 상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 또 다른 매력을 꼽으라면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대화가 있다. 정치 얘기로 시작해 화려했던 왕년에 한 가닥 하셨던 사연들을 들으면서 국밥을 먹고 있노라면, 식사 중에 역사책을 정독한 기분마저 든다. 단! 지나친 포만감은 졸음신의 강림을 부르니 주의할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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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역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뉴욕의 슬럼가로 옮겨온 작품으로 1957년 9월 27일 브로드웨이 윈터가든에서 초연된 이후 734회 장기흥행 기록을 세웠다(사진). 1961년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울려퍼지는 음악과 제롬 로빈스의 안무가 절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을 휩쓸었고, 뮤지컬 영화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으로 기록됐다. 영화의 후반부 감독을 맡은 로버트 와이즈는 후에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출했으며, ‘마리아’역의 나탈리 우드와 ‘베르나르도’역의 조지 차키리스는 스타덤에 올랐다. 조지 차키리스에게는 14년간의 무명생활을 청산한 것이기도 했다. 처음엔 가톨릭계 소년과 유대인 소녀와의 사랑으로 구성됐었으나, 맨해튼 푸에르토리칸들의 잦은 세력다툼을 모티프 삼아 앵글로 색슨족과 푸에르토리칸의 새로운 대립구도를 만들었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란 제목으로 재탄생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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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내일 문화팀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98&Sfield=&Sstr=&page=1&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