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뉴스]독립영화를 찾습니다! 外

독립영화를 찾습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06이 작품을 공모한다. ‘파고들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더 넓게 독립영화 한켠을 파고들고, 더 깊이 세상에 파고드는 흥미로운 작품의 참여를 기다린다. 모집기간은 오는 8월 1일부너 9월 15일까지이며, 본 행사는 12월 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 진행된다. 공모 부분은 단편, 중편, 장편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제작된 작품이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siff.or.kr을 참고.

한국영화, 100편만 뽑는다면?●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에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영화 100선’을 발표했다. 발표된 100선은 한국영상자료원 관련 전문가들이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유한 1996년 이전 영화 중 활용도가 높고 사회문화적, 영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으로 선정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작품들의 기본 스탭 정보, 시놉시스, 노트, 제작 후일담, 수상기록, 감독 소개, 참고 문헌 등을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www.kmdb.or.kr)에 소개할 예정이다.

돌아온 로보트태권브이●
추억의 영웅 ‘로보트태권브이’가 30주년 생일파티를 열었다. 지난 24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산업자원부가 ‘대한민국 로봇등록증’ 제1호를 증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3.5m 크기의 로보트태권브이 조형물을 공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영화사 신씨네가 설립한 로보트태권브이 주식회사는 문근영, 김주혁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와 손잡고 로보트태권브이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사업 및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02&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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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유 턴 금지, “No U-turns!

유 턴 U Turn
엄마는 또 다시 ‘노아의 방주’ 얘기를 꺼냈고, 아빠는 뉴스에 올인했고, 언니는 뭐 대비할 것이 없나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안양천 둑이 무너지면서 자연재해의 두려움을 실감했던 주말이 지나갔다.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조울증성향 탓인지 간지럽게 내리는 비보다는 무섭게 내리는 비가 좋지만 사람까지 데려가는 것은 싫다. 차라리 지글지글 끓어라. 햇빛 알러지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이지만 더운 날씨보다는 뜨거운 날씨가 좋다.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살짝, 심신 모두 병약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게 가열된 시멘트 고속도로를 가운데 두고 펼쳐진 드넓은 아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서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단 1초라도 빨리 이 길의 끝, 당신의 꿈같은 보금자리로 향하고 싶을 것이다. 손가락이 더 잘리기 전에 빚을 갚으러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야하는 ‘유 턴’의 바비도 그렇다.

그렇잖아도 더워죽겠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지근하게 데워진 재즈, 페기 리의 ‘좋은 날이에요(It’s A Good Day)’ 가 이글거리는 태양에게 ‘굿 모닝’하질 않나, 갑자기 멈춰버린 이 빌어먹을 무스탕을 고치러 갈림길 바로 앞에서 유턴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위로 흐르는 음악들이 코미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최악의 상황, 추악한 인물들을 바비 앞에 주욱 펼쳐놓고는 온갖 따뜻하고 말랑하고 감미로운 음악들을 흘려보낸다. 새미 스미스의 ‘이 밤을 지샐 수 있게 도와줘요(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조니 캐쉬의 ‘Honky-Tonk Girl’도 모자라 컨츄리, 라틴음악까지 선보이더니 이 아수라장, 아니 지옥같은 곳을 리키 넬슨의 목소리와 통기타 연주를 빌어 ‘외로운 마을(Lonesome Town)’이란다. 하나만 더 말하면 글로리아 린의 ‘행복을 말하다(Speaking Of Happiness)’도 등장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 극적인 요소들을 확대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엔니오 모리꼬네의 트랙들이다. 이참에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가 클래식한 작업들만을 해왔을 거라는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명상음악, 서부극의 무드를 만들어내더니, 단조와 엇박자로 뒤틀린 드라마틱하면서도 기괴한 음악들로 올리버 스톤 감독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를 창조한다.

자, 이유가 있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 얼음 가득한 차가운 사이다 한잔을 꿈꾸며 지글거리는 고속도로 위를 홀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몹쓸 짓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생이고, 한편으로는 비웃는 듯하고 한편으로는 즐기는 듯한 아이러니를 발생시키는 ‘유 턴’의 멜로디가 당신의 인생이다. 아,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01&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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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다시 돌아오라, 그 때여!

‘단 한번뿐인 삶(You Only Live Once)'의 조와 에디

언젠가부터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허구적인 소재가 되었다. 비극에 대한 관객의 역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서 고만고만한 신파로는 그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사랑에 관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이어야만 한다. ‘죽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하겠어요’라는 대사는 그 순간의 맹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가를 알게 되면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잠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세상이 이렇게 삭막하기만 했던가? ‘이상’적인 사랑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이미 머릿속으로 결론 내려놓고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거지?
‘단 한번뿐인 삶’에서의 조와 에디는 ‘왜 나를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 에디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에게 따지려했던 조가 “얼마나 미워하는지 말하러 갔지만 결국 얼마나 사랑하는 지만 말하고 왔죠” 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그들은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할 뿐’ 이유나 계산은 없다.

도망자 신세가 된 에디에 대한 조의 사랑이 맹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손사래 칠 수 없는 것은 사랑을 하는 조와 ‘그때’의 내가 포개지기 때문이다. 카니발의 노래가사처럼 ‘그땐 정말로 그랬다’. 사랑이 눈을 가리는 것인지, 스스로 보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이 그땐 그랬다. 세상 끝까지라도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먹이며 외치던 유지태가 원했을 법한,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하는 조와 에디에게도 끝은 있었다. 세상이 버린 사람들이라면 필연적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삶의 마지막이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마음이 이렇게 가까워 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행복과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지구가 멸망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변한다. 하지만 변한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것이 두려워서 사랑하기를 그만두려거든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인생이 짧다는 것도 같이 기억하자. 그러니 혼자가 좋다느니 하는 거짓말일랑 그만두고 지금 사랑을 잡아라. 사랑을 흘려보내기엔 우린 너무 젊다.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00&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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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스타도 나이를 먹는다

로슈포르의 숙녀들 Les Demoiselles De Rochefort (1967)
신인 연기자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멘트는 스타 보다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외양을 파는 소비적인 객체에서 연기로 승부를 보는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싶다는 연기자의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다. 그러나 ‘스타’는 사실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스타의 아우라는 결코 한 개인의 바람이나 소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를 둘러싼 담론이 추동하는 집단적인 매혹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일거에 매혹시키는 ‘스타’는 영화라는 기계장치에 불멸의 인장을 찍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 많은 상업적 함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스타’에 관한 기억 때문이다.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스타 캐리 그랜트는 영화 속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이런 고백을 한다. “나도 언제나 캐리 그랜트 같은 남자가 되고 싶었다.” 이는 그 자신의 영화 속 이미지와 현실 속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는 한 배우의 고백이다. 불멸의 스타는 영화 속에서는 여간해서 늙지 않는다.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스타는 영원불멸의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자크 드미의 ‘로슈포르의 숙녀들’은 할리우드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쇠락할 무렵인 1967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뮤지컬이다. 자크 드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을 매혹시켰던 할리우드 전성기 뮤지컬 스타들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조지 차키리스와 ‘싱잉 인 더 레인’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진 켈리는 멀리 할리우드에서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날아와 마술 같은 연기를 펼친다. 여전히 현역 시절의 외모와 기량을 갖추고 있는 조지 차키리스보다 이 영화에서 더욱 마음을 끄는 것은 한때 젊음과 활력의 상징이었던 진 켈리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전성기 시절 보다 훨씬 나이 먹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백미는 그가 등장하는 몇몇 장면에서 비롯된다. ‘파리의 아메리카인’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골목길 아이들과의 댄스 장면에서 진 켈리는 프랑스 시골의 한가한 뒷골목을 한 순간 초현실적인 뮤지컬의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마법을 선보인다. ‘로슈포르의 숙녀들’이 전성기 할리우드 뮤지컬보다 더욱 마음을 끄는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매혹적인 장르에 대한 사적인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이미지는 현재로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지지만 연극과는 달리 이미 찍혀진 과거의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카메라의 기억, 혹은 집단적인 추억으로 기능한다. 영화의 매력은 어쩌면 현재적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관객들을 자신만의 기억 속으로 잠기게 만드는 매혹적인 과거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최은영 영화평론가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99&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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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페셜]우리들의 시네마 천국

어린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할아버지를 기억하세요? 필름이 돌아가면서 세어 나오는 빛이 어두운 극장에 흘러 들어가면 어렴풋이 토토의 빛나는 눈과 알프레도 할아버지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었죠. 어른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 할아버지 남긴 마지막 선물, 검열로 잘려나가야 했던 수많은 키스신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에게 ‘시네마 천국’은 딱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하루 종일이라는 시간이 우리를 허락한 때, 당신도 당신만의 시네마 천국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요.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서울아트시네마의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이 아래 풀어 놓은 대학내일 문화팀 저마다의 시네마 천국을 살짝 들어보시겠어요?
01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에 대한 유일한 이해, ‘카사블랑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거야”라는 말만큼 유치한 변명이 또 있을까요. 서로의 행복을 빌며 ‘쿨 하게 안녕’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쓰린 가슴 움켜쥐고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제 고집스러운 신념의 빈틈을 파고드는 영화가 있었으니, 오래 전 주말의 명화를 통해 만났던 ‘카사블랑카’가 바로 그것이지요. 일찍 자라는 엄마의 말씀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 화면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몰입했던 이 영화는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명제가 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영화였어요. 사랑하는 일자를 떠나보낸 뒤 카사블랑카의 비행장에 홀로 서 있던,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으로 치장된 릭의 표정은 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만큼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릭이 일자를 떠나보낸 단 한 가지 이유,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죠. 순간, 릭의 술집에서 일하는 피아노 연주자 샘이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 ‘세월은 흘러도(As time goes by)’와 함께 두 사람의 행복했던 파리에서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우리에게는 파리의 추억이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잊을 뻔 했는데 지난 밤 다시 만들어냈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그 때의 느낌이 계속해서 울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거예요. 릭과 일자가 우연히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둘의 관계를 어림짐작할 뿐, 두 사람의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를 두 번째 보면 이들의 표정, 몸짓, 대사 하나 하나가 뼈에 사무칠 것 같아요. 두 사람의 행복했던 시간도, 예정된 이별도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때마침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카사블랑카’가 상영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리는군요. 이번 주말엔 아련한 추억 가득 모아 극장을 찾아야겠어요. 여러분도 함께하실래요?

‘카사블랑카’의 히로인, 잉그리드 버그만

오스카상를 무려 세 번이나 수상한 스웨덴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 당대 모든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여신으로 군림했던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숫한 명작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던 할리우드의 대스타. 이상은 잉그리드 버그만을 설명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설명이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지를 표현하는데 ‘카사블랑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다. 혹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최고 작품으로 히치콕의 ‘오명’을 꼽지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키스는 어떻게 하는 거죠? 제 코가 커서 키스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라는 대사로 사람들의 마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던 순박한 시골처녀 마리아도 강한 잔상을 남긴다. 촉망 받는 배우이자 안정적인 한 가정의 어머니였던 그녀는 모든 부와 영광을 버리고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의 사랑을 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녀의 화산 같은 심장과 사랑에의 갈망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녀처럼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예술적 열정에 따라 살았던 사람이 또 있을까.

02 프랭크를 기다리며, ‘블루 벨벳’
이제는 아련한 기억이지만 저도 ‘1318’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는 그 때, 2차 성징을 몸소 체험하는 혈기왕성한 남아였죠. 이 시기에 새로운 세상에 눈 뜬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므흣’한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이제 하산할 때도 될 법한 고1, 영화와 친해지기 시작하여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동서고금의 예술영화를 찾아 헤맸습니다. 기왕이면 파격적이고 므흣한 걸로. ‘블루 벨벳’은 만난 것도 그 때입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헤매던 중 저는 손쉽게 19세 미만 관람 불가인 ‘블루 벨벳’을 어둠의 경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컬트의 왕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라니…’ 감탄을 내뱉으며 플레이 시킵니다. 므흣한 예술영화라는 사실에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나중에 린치 당할 운명을 알지도 못한 채. ‘블루 벨벳’은 제게 있어서 변태 성욕자 프랭크가 전부입니다. 주변부의 인물들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중산층 사회의 내부 균열과 악마적 파괴 성향이니 하는 주제를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데니스 호퍼가 연기한 프랭크가 보여주는 엽기행각은 꿈을 먹고 자랄 청소년에게는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산소마스크를 쓰고 흥분 상태에 이르러 “Baby wants to fuck!”을 중얼거리며 강간을 하다니! 므흣을 바라면서 감상하던 저는 완전히 질려버렸습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건지, 도로시가 부르는 노래들은 더없이 달콤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약 줬으니 이제 다시 병 줄게, 라는 심사에서 미스터 린치는 프랭크의 변태 행각, 발가벗겨진 도로시의 측은한 모습 등을 밀어붙이며 제게 끝없이 린치를 가했습니다. 으악!
이제는 법적으로 ‘19금’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저는 돌아오는 8월 14일 자정, ‘시네바캉스 서울’ 심야 상영에서 ‘블루 벨벳’을 또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았던 프랭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으로 만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지 벌써부터 너무 설레네요.
03 음치의 마지막 로맨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학창시절, 제게는 음악가창시험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머리를 굴려 짜낸 계획이 ‘합창반’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개인가창시험에선 별 효력이 없었죠. 매일 점심시간마다 음악실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늘어나는 건 실력이 아니라 뱃살이었어요. (복식호흡은 확실히 뱃살을 늘어나게 한답니다!) 모든 부원이 성취한 90점을 혼자 넘지 못했고 토요일 오후, KBS의 모 아나운서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웃을 수 없는 이유가 그렇게 아로새겨졌습니다.
노래를 못했기에 자연히 음악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어요. 동시에 뮤지컬은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인 것이 됐죠. 그들의 춤이며 노래는 넋을 잃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본 ‘7인의 신부’는 아직도 아련히 남아있어요. 지금도 ‘7인의 신부’를 볼 때면 나도 덩달아 ‘6월의 신부’를 꿈꾸곤 하죠.
‘마이 페어 레이디’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왕과 나’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도 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지만, 그 피라미드 꼭대기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앙상블이 나와 선사하는 시원시원하고 탄력적인 춤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뻥 뚫리죠. 지겨울 만큼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하는 사랑이야기임에도 전혀 다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런 베스트 뮤지컬 작품들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한다는데 아니 갈 수가 없죠! 게다가 ‘사랑은 비를 타고’ ‘오즈의 마법사’ ‘로슈포르의 숙녀들’과도 함께입니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현실이 어지러울 때, 삭막한 도시에서 풍성한 인심이 그리울 때, 서울아트시네마의 옛 영화들은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는 나침반이 될 것 같네요.

서울아트시네마 & 국밥

많은 시네필들의 시네마 천국 한켠을 차지하는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를 얘기 하면서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돼지 냄새 그윽하게 풍기는 국밥집들을 빼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역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거나 숨을 가다듬고 줄행랑을 치지만, 시네필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 아닌 금상첨화다.
이 국밥집들이 인상적인 결정적인 이유는 냄새가 아닌 가격이다. 어느 정도로 저렴한가 하면, 배춧잎 한 장으로 친구 두어 명에게 따뜻한 국밥을 선사하고 생색낼 수 있을 정도니 머릿속 계산기가 잘 돌아가는 이들이라면 배부른 바캉스를 상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 또 다른 매력을 꼽으라면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대화가 있다. 정치 얘기로 시작해 화려했던 왕년에 한 가닥 하셨던 사연들을 들으면서 국밥을 먹고 있노라면, 식사 중에 역사책을 정독한 기분마저 든다. 단! 지나친 포만감은 졸음신의 강림을 부르니 주의할 것!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역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뉴욕의 슬럼가로 옮겨온 작품으로 1957년 9월 27일 브로드웨이 윈터가든에서 초연된 이후 734회 장기흥행 기록을 세웠다(사진). 1961년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울려퍼지는 음악과 제롬 로빈스의 안무가 절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을 휩쓸었고, 뮤지컬 영화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으로 기록됐다. 영화의 후반부 감독을 맡은 로버트 와이즈는 후에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출했으며, ‘마리아’역의 나탈리 우드와 ‘베르나르도’역의 조지 차키리스는 스타덤에 올랐다. 조지 차키리스에게는 14년간의 무명생활을 청산한 것이기도 했다. 처음엔 가톨릭계 소년과 유대인 소녀와의 사랑으로 구성됐었으나, 맨해튼 푸에르토리칸들의 잦은 세력다툼을 모티프 삼아 앵글로 색슨족과 푸에르토리칸의 새로운 대립구도를 만들었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란 제목으로 재탄생됐다.

대학내일 문화팀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98&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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