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스타도 나이를 먹는다
| 로슈포르의 숙녀들 Les Demoiselles De Rochefort (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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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연기자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멘트는 스타 보다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외양을 파는 소비적인 객체에서 연기로 승부를 보는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싶다는 연기자의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다. 그러나 ‘스타’는 사실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스타의 아우라는 결코 한 개인의 바람이나 소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를 둘러싼 담론이 추동하는 집단적인 매혹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일거에 매혹시키는 ‘스타’는 영화라는 기계장치에 불멸의 인장을 찍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 많은 상업적 함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스타’에 관한 기억 때문이다.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스타 캐리 그랜트는 영화 속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이런 고백을 한다. “나도 언제나 캐리 그랜트 같은 남자가 되고 싶었다.” 이는 그 자신의 영화 속 이미지와 현실 속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는 한 배우의 고백이다. 불멸의 스타는 영화 속에서는 여간해서 늙지 않는다.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스타는 영원불멸의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자크 드미의 ‘로슈포르의 숙녀들’은 할리우드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쇠락할 무렵인 1967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뮤지컬이다. 자크 드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을 매혹시켰던 할리우드 전성기 뮤지컬 스타들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조지 차키리스와 ‘싱잉 인 더 레인’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진 켈리는 멀리 할리우드에서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날아와 마술 같은 연기를 펼친다. 여전히 현역 시절의 외모와 기량을 갖추고 있는 조지 차키리스보다 이 영화에서 더욱 마음을 끄는 것은 한때 젊음과 활력의 상징이었던 진 켈리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전성기 시절 보다 훨씬 나이 먹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백미는 그가 등장하는 몇몇 장면에서 비롯된다. ‘파리의 아메리카인’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골목길 아이들과의 댄스 장면에서 진 켈리는 프랑스 시골의 한가한 뒷골목을 한 순간 초현실적인 뮤지컬의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마법을 선보인다. ‘로슈포르의 숙녀들’이 전성기 할리우드 뮤지컬보다 더욱 마음을 끄는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매혹적인 장르에 대한 사적인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이미지는 현재로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지지만 연극과는 달리 이미 찍혀진 과거의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카메라의 기억, 혹은 집단적인 추억으로 기능한다. 영화의 매력은 어쩌면 현재적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관객들을 자신만의 기억 속으로 잠기게 만드는 매혹적인 과거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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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영화평론가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1999&Sfield=&Sstr=&page=1&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