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유 턴 금지, “No U-turns!
| 유 턴 U Tu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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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또 다시 ‘노아의 방주’ 얘기를 꺼냈고, 아빠는 뉴스에 올인했고, 언니는 뭐 대비할 것이 없나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안양천 둑이 무너지면서 자연재해의 두려움을 실감했던 주말이 지나갔다.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조울증성향 탓인지 간지럽게 내리는 비보다는 무섭게 내리는 비가 좋지만 사람까지 데려가는 것은 싫다. 차라리 지글지글 끓어라. 햇빛 알러지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이지만 더운 날씨보다는 뜨거운 날씨가 좋다.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살짝, 심신 모두 병약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게 가열된 시멘트 고속도로를 가운데 두고 펼쳐진 드넓은 아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서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단 1초라도 빨리 이 길의 끝, 당신의 꿈같은 보금자리로 향하고 싶을 것이다. 손가락이 더 잘리기 전에 빚을 갚으러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야하는 ‘유 턴’의 바비도 그렇다.
그렇잖아도 더워죽겠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지근하게 데워진 재즈, 페기 리의 ‘좋은 날이에요(It’s A Good Day)’ 가 이글거리는 태양에게 ‘굿 모닝’하질 않나, 갑자기 멈춰버린 이 빌어먹을 무스탕을 고치러 갈림길 바로 앞에서 유턴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위로 흐르는 음악들이 코미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최악의 상황, 추악한 인물들을 바비 앞에 주욱 펼쳐놓고는 온갖 따뜻하고 말랑하고 감미로운 음악들을 흘려보낸다. 새미 스미스의 ‘이 밤을 지샐 수 있게 도와줘요(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조니 캐쉬의 ‘Honky-Tonk Girl’도 모자라 컨츄리, 라틴음악까지 선보이더니 이 아수라장, 아니 지옥같은 곳을 리키 넬슨의 목소리와 통기타 연주를 빌어 ‘외로운 마을(Lonesome Town)’이란다. 하나만 더 말하면 글로리아 린의 ‘행복을 말하다(Speaking Of Happiness)’도 등장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 극적인 요소들을 확대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엔니오 모리꼬네의 트랙들이다. 이참에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가 클래식한 작업들만을 해왔을 거라는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명상음악, 서부극의 무드를 만들어내더니, 단조와 엇박자로 뒤틀린 드라마틱하면서도 기괴한 음악들로 올리버 스톤 감독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를 창조한다.
자, 이유가 있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 얼음 가득한 차가운 사이다 한잔을 꿈꾸며 지글거리는 고속도로 위를 홀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몹쓸 짓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생이고, 한편으로는 비웃는 듯하고 한편으로는 즐기는 듯한 아이러니를 발생시키는 ‘유 턴’의 멜로디가 당신의 인생이다. 아,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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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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