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재즈와 록큰롤, 흑과 백, 여자와 남자
| 그림자들 Shado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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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라는 것에 빠져들게 했던 도전적인 미국 인디영화 감독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그의 이름을 듣고서였습니다. 존 사카베츠는 감독들의 감독이었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왕가위 같은 거장들이 그가 미국영화로서는 처음 보인 관습의 파괴, 자유로움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림자들’은 그의 첫 감독 데뷔작으로, 1960년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넘치는 호기심으로 플레이를 누르자마자 들썩거리는 흑백의 화면이 등장합니다. “whoo-yoo” “ye-ha” 라는 자막이 계속 이어지는 지금은 록큰롤 파티가 한창입니다. 엘비스를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와 리듬 위에 펼쳐진 이 풍경은 열정 가득한 음악도들이 ‘유명해 질거야!’를 외치던 뮤지컬 영화 ‘페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군요. 그런가 하면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이 영화의 인물들은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옷차림새하며, 걸음걸이하며, 여자들이나 꼬셔서 희희덕대는 모습이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주인공 벤은 트럼펫연주자로 재즈 뮤지션이 형과 함께 공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죠. 감독은 방황하는 그의 얼굴을 가까이, 그러나 매우 낯설게 담아내고는 너무나 나른하고 늘어져서 신경질이 날 정도의 트럼펫 솔로를 흘려 넣습니다. ‘오, 이런! 재즈는 항상 지친 자의 마지막 안식처였건만!’ 하지만 영화의 진짜 속내가 바로 여기서 드러납니다. 벤의 형이자 참을 수 없이 편안한 저음을 가진 재즈보컬 휴가 “hello baby”로 시작하는 지독하게 달콤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싸늘한 객석. 극장 관계자는 열 명 남짓의 백인 여자들로 이뤄진 ‘걸 라인’을 급히 투입해 ‘어 리얼 매친(a real machin)’이라는 하이톤의 그룹댄스뮤직을 선사하는데요, “체리파이! 롤리팝!”을 부르는 여자들에게 휩싸여 당황해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불편한 재즈의 시작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재즈와 록큰롤, 팝을 대립시킵니다. 이 저변엔 흑과 백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요. 큰 형인 휴는 흑인이지만 남동생 벤과 여동생 렐리아는 혼혈입니다. 벤은 재즈와 록큰롤 사이에서 방황하고, 렐리아가 백인 남자와의 사랑에 실패하는 에피소드들은 이 주제에 중심을 둔 채 사랑과 삶의 그림자들을 함께 보여줍니다. 존 카사베츠는 ‘You Are Just A Dream’‘upon the Moonbeam’ 등의 재즈선율이 불안한 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주며 무책임하게 뒤돌아 서니 이것이 그의 힘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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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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