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믿음이 없는 사람들
|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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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디파티드’는 잘 알려진 대로 홍콩 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다. 유위강, 맥조휘 감독의 ‘무간도’는 경찰이 된 범죄자와 범죄자가 된 경찰이라는 이중의 짝패를 내세워 정체성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본래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두 남자를 통해 이 영화는 정체성이란 비단 그 사람 자신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의 총합임을 보여준다. 경찰 출신이지만 오랜 조직 생활에 젖어있는 진영인(양조위)은 애써 경찰로서의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자신을 둘러싼 조직 세계에 깊이 젖어 있는 상태다. 그것은 본래 조직원이지만 경찰이 되어 승승장구 출세의 가도를 달리는 유건명(유덕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건명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모든 이들을 제거하고 경찰이 될 것을 꿈꾼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려는 그의 시도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스콜세지는 ‘디파티드’ 연출의 변에서 이 영화를 ‘무간도’의 리메이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스콜세지의 영화가 ‘무간도’와는 완전히 다른 정서에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콜세지는 이 영화를 가리켜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믿음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실 믿음은 스콜세지가 즐겨 다루는 주제다. ‘쿤둔’이나 ‘예수의 마지막 유혹’과 같은 믿음의 총화인 종교를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자전적인 환경을 토대로 한 갱스터 영화들에서도 구원을 토대로 하는 성스러운 믿음과 비루한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인물들을 그려왔다. 73년작 ‘비열한 거리’는 이러한 그의 두 가지 관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의 이탈리안 빈민가에서 술과 여자에 젖어 있다 교회에서 참회하기를 거듭하며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주인공 찰리(하비 케이틀)는 걸핏하면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반항아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어떻게든 자니 보이의 위험한 행각을 수습하려 해 보지만 결국 그는 자니 보이를 구원하는데 실패한다. 가난에 쪼들리고 일상적인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에게 종교적인 믿음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일한 양심이지만, 한편으로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 속에서 번쩍거리는 십자가나 성상의 이미지와, 술과 마약에 찌든 거리의 청춘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이는 믿음과 현실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벽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스콜세지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어떤 죄의식에 시달린다. ‘비열한 거리’는 이후 스콜세지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자기연민과 좌절된 믿음에 대한 강렬한 첫 번째 스케치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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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영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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