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디어 평양

Dear Pyongyang
감독 양영희
장르 다큐멘터리
시간 107 분
개봉 11월 23일
여기는 재일교포의 메카 오사카. 카메라를 들고 감독이 따라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자신의 가족, 그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다. 15세에 고향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오신 아버지는 해방을 맞은 후 그의 의지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하셨고, 조총련의 간부가 되어 한평생을 조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힘썼다. 감독의 가족은 조총련 간부의 가정답게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으나 ‘북조선 귀국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세 아들을 모두 북한으로 보내는 생이별을 겪었다.
양영희 감독은 세 아들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하지 않았고, 30세 중반에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겠다고 유학을 떠나는 등 자신의 꿈에 매진, 해외 출입이 보다 자유로운 한국 국적을 택했다. 자연스레 영화는 가족이라는 절대적인 연대와, 가족만큼 절대적일 수 있는 이념의 교차를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됐고, 이 둘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결이나 싸움, 반목이 아니라는 점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 됐다.
카메라 앞에 선, 하얀 머리에 배가 나오고 식사 때면 가래를 그르렁 거리는 이는 조총련 간부가 아니라 사랑하는 딸을 바라보고 있는 늙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이념에 대해 조심스레 묻는 질문들에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와 그 진실을 말해준다. 아버지가 국적문제에 확고했던 과거, ‘이념이 달랐기에 가족과 멀어질까 두려웠다’고 털어놓는 감독은 이제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국남자 어떻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동시에 아버지의 조국은 그가 꿈꿨고,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의미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만이 결과로 남은 것 같아 자꾸 의문이 든다고, 슬픔이 담긴 카메라로 말을 대신한다.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 화면 속에서 그렇게 10년이 흐른다. 서로 위하며 열심히 자신의 믿음을 따라 이 세상을 살았던 한 가족, 또 이 가족과 다를 것 없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시는 영화 안팎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정답, ‘사랑과 감동’을 담아내며 내내 조용히 들끓는다.
B+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을 위하여 (진아)
B+ 물보다 진한 그것 (동명)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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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해바라기

감독 강석범 출연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장르 드라마
시간 116분 개봉 11월 23일
‘미친 개’라 불리던 오태식(김래원)이 10년 만에 출소하자 해바라기 식당의 덕자(김해숙)는 그를 아들처럼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는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세상에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이 희망을 알게 되었지만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여기에서의 희망은 가족이다. 폭력과 가족을 다룬 주제는 얼마 전 개봉한 ‘열혈남아’와 비슷하지만 영화의 결과에서 차이를 보인다. 물론, 김래원과 김해숙은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모든 짐을 떠안아야 하는 그들은 부담스러울 듯.

B 분명, 감동 있어요.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 다는 거 (재은)
C+ 너무 착하게 만들어도 문제 (동명)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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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스텝 업

Step Up
감독 앤 플레쳐 출연 채닝 데이텀, 제나 드완, 마리오, 드로 시도라
장르 드라마, 로맨스 시간 103분 개봉 11월 23일
예술학교에 몰래 침입한 테일러(채닝 데이텀)는 봉사활동 명령을 받는다. 한편 예술학교 졸업 작품으로 댄스 쇼 케이스를 준비하는 노라(제나 드완)는 파트너의 부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
‘비보이와 현대무용댄서’라는 조합은 이색적이나 바로 이 때문에 불안하던 설득력마저 유명무실해졌다.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 너무나 쉽게 풀리는 모든 갈등들은 현실을 살고 있는 관객을 맥빠지게 만들고 장르를 혼합한 댄스는 쇼 케이스 이외의 무대에는 올리기 힘들어 보인다. 배우들의 실력은 좋지만 고등학교 학원물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건 무리다. 춤도 로맨스도.

C ‘혹시나’가 ‘역시나’. 포스터에 속지 말지어다 (재은)
C+ 미스 발레와 미스터 힙합, 사랑에 빠지다 (희연)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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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믿음이 없는 사람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디파티드’는 잘 알려진 대로 홍콩 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다. 유위강, 맥조휘 감독의 ‘무간도’는 경찰이 된 범죄자와 범죄자가 된 경찰이라는 이중의 짝패를 내세워 정체성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본래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두 남자를 통해 이 영화는 정체성이란 비단 그 사람 자신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의 총합임을 보여준다. 경찰 출신이지만 오랜 조직 생활에 젖어있는 진영인(양조위)은 애써 경찰로서의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자신을 둘러싼 조직 세계에 깊이 젖어 있는 상태다. 그것은 본래 조직원이지만 경찰이 되어 승승장구 출세의 가도를 달리는 유건명(유덕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건명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모든 이들을 제거하고 경찰이 될 것을 꿈꾼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려는 그의 시도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스콜세지는 ‘디파티드’ 연출의 변에서 이 영화를 ‘무간도’의 리메이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스콜세지의 영화가 ‘무간도’와는 완전히 다른 정서에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콜세지는 이 영화를 가리켜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믿음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실 믿음은 스콜세지가 즐겨 다루는 주제다. ‘쿤둔’이나 ‘예수의 마지막 유혹’과 같은 믿음의 총화인 종교를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자전적인 환경을 토대로 한 갱스터 영화들에서도 구원을 토대로 하는 성스러운 믿음과 비루한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인물들을 그려왔다. 73년작 ‘비열한 거리’는 이러한 그의 두 가지 관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의 이탈리안 빈민가에서 술과 여자에 젖어 있다 교회에서 참회하기를 거듭하며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주인공 찰리(하비 케이틀)는 걸핏하면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반항아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어떻게든 자니 보이의 위험한 행각을 수습하려 해 보지만 결국 그는 자니 보이를 구원하는데 실패한다. 가난에 쪼들리고 일상적인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에게 종교적인 믿음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일한 양심이지만, 한편으로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 속에서 번쩍거리는 십자가나 성상의 이미지와, 술과 마약에 찌든 거리의 청춘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이는 믿음과 현실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벽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스콜세지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어떤 죄의식에 시달린다. ‘비열한 거리’는 이후 스콜세지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자기연민과 좌절된 믿음에 대한 강렬한 첫 번째 스케치일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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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전쟁같은 사랑

‘프랭키와 자니(Frankie And Johnny)’의 프랭키와 자니

깊은 얘기를 꺼내기는 언제나 힘이 들죠. 이유는 복잡해요. 깊이 묻어버린건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어서 일수도 있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돼버린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랬던 것을 다시 꺼내라니, 그것도 해결해주겠단 확답도 없이, 참 괘씸한 일일수도 있겠네요. 남자는 깊은 얘기를 꺼내야만 하는 사랑을 하다가 무서워지면 동굴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유명한 책에 써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네요. 여자가 그를 쫓아 동굴입구까지 가서는 나오라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무슨 만화 같아요. 그런가 하면 정 반대의 얘기도 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면 여자는 대부분 도망을 간대요. 개인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영역을 벌써 침범당한 것 같아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거죠.
여기서 한 가지, ‘도망을 간다’는 말이요. 이게 뭔가 무서운 것으로부터 피한다는 의미잖아요. 연애를 하는 것이 무슨 괴물 나오는 모험영화도, 전쟁영화도 아닌데 각자의 아지트처럼 동굴을 하나씩 만들어가지고 숨어들기를 반복해야한다니, 머리 아프고 귀찮아서 어디 해먹겠어요! 하지만, 여기 진짜 괴물이 있으니 이 남자, 자니는 물러설 줄을 모릅니다. 뭔가 사정이 어려웠던지 이혼에 감옥까지 다녀와 작은 그리스 음식점에 요리사 자리를 하나 구했는데, 그곳에 프랭키가 있었죠. 문제는 그녀가 깊은 상처 끌어안고 절대, 절대, 절대 열 수 없는 마음의 자물쇠를 채웠다는 겁니다.
그는 데이트 신청을 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청혼을 감행합니다. 외로웠고, 가족을 갖고 싶었고, 그녀를 정말 사랑했으며, 더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길 수밖에요. 그런데, 그럴수록 프랭키는 힘들어합니다. 자니 옆에 맴돌면서도 시간과 함께 쌓여버린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거든요. 그녀는 혼자 있는 것도 같이 있는 것도, 내가 이룬 것도 못 이룬 것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여기 남아 있는 것도 떠나는 것도, 모두 두렵습니다. 두려움 속에 사는 것에 질린 프랭키는 눈물, 또 눈물입니다.
그녀가 소리 지르고 울고 화내며 다가서기와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동안 자니는 물러서지 않고 그녀를 설득합니다. “그렇다고 평생 혼자 살 수는 없어요. 겪어낼 수밖에 없어요!” 자니는 프랭키가 자기 안에서 힘든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못 견딜 만도한데 그녀와 함께입니다. 이 모습이 눈물겨운 것은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한판 전쟁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발 나를 보호해달라’는 사랑고백대신 ‘그만 두자’는 말 밖에 내뱉지 못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상처받지 말고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두 사람의 전쟁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니, 힘을 내시고요.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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