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삼삼하도다, 팥소 없는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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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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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의 생애를 다루는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뮤지션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 ‘레이’의 레이 찰스, ‘앙코르’의 쟈니 캐쉬, ‘버드’의 찰리 파커 등 주인공들의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영화를 보며 귀까지도 호사를 누린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을 다룬 (것이라 알려져 있는) 거스 반 산트의 작품 ‘라스트 데이즈’에서 커트 코베인은 온데 간데 없다. 물론 영화 속에서 너바나의 음악을 들을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주인공 블레이크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우리는 이상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종이 울리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문들이 여닫히는 소리. 이 소리는 프레임 내의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소리의 정체는 Hildegard Westerkamp의 구상음악 ‘도어스 오브 퍼셉션(Doors of Perception)’이다. 이것은 '마지막 날들'을 살고 있는 블레이크의 복잡한 내면의 소리라고 볼 수 있다. 거스 반 산트의 전작 ‘엘리펀트’에서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엘리제를 위하여’를 제외하고는 어디선가 끊임 없이 들려오는 파편화된 소리만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던 것을 보면 그의 사운드 활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리와 함께 시간과 공간은 제 멋대로 뒤섞이면서 블레이크는 점점 죽음에 가까워진다. 그러는 동안 블레이크의 친구들은 어수선하게 귀가한다. 그들 중 스캇은 들어오자마자 턴테이블에 Velvet Underground의 ‘비너스 인 퍼스(Venus in Furs)’를 플레이 시킨다. 싸이키델릭한 기타 소리에 신경질적인 비올라 소리, “어둠 속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부츠에 키스하라.”라고 읊조리는 목소리. 뒤죽박죽 흐르는 영화에서 이 곡의 등장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로도 충분히 청자를 황홀경에 빠져들게한다. 친구 루카스와 스캇이 질펀하게 놀아나고 있을 때 블레이크는 혼자 남아 ‘데스 투 버스(Death to Birth)’를 부른다. 이 노래는 블레이크를 연기하는 마이클 피트의 곡이다. 마이클 피트는 ‘몽상가들’에서 Jimi Hendrix의 ‘헤이 조(Hey Joe)’를 멋지게 부른 바 있고, 실제로 Pagoda라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라스트 데이즈’에서도 발군의 음악성을 보여준다. “죽음에서 탄생까지의 외롭디 외로운 여행”을 노래하는 블레이크의 처연함은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난해했던 몸부림을 온전히 마음 속에 스며들도록 한다. 비록 커트 코베인의 음성을 들을 수 없고 극적인 순간을 빛내는 사운드트랙도 없지만 ‘라스트 데이즈’의 사운드 활용은 올해 개봉작들 중 단연 최고라 자신 한다. 주검을 처리하는 클로징에서 더없이 밝은 King's Singers의 ‘라 게레(La Guerre)’를 스코어로 넣을 생각을 하다니…. 거스 반 산트는 분명 AB형일 것이다. 천재거나 아님 또라이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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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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