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삶이 힘들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클로드 밀러 감독의 ‘귀여운 반항아(L'Effrontee, 1985)’
미셸 공드리의 신작 ‘수면의 과학’에서 스테판의 사랑을 받는 가냘프고 조숙한 처녀 스테파니 역을 맡은 샤를로트 갱스부르에 대해 공드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샬롯은 투명하게 비치는 듯 하면서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느낌을 준다. 연기라는 가식을 주지 않고 정말 그 순간에 존재할 뿐이라는 느낌은 그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꾸밈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지닌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묘한 매력은 십대 시절부터 이미 그녀에 관한 가장 큰 수식어 중의 하나였다.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 가수 세르쥬 갱스부르와 역시 가수이자 유명한 배우 제인 버킨 사이에서 태어난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80년대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뉴 페이스 중 한 명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하고 어색하면서도 섬세하고 순수해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미의 관점을 넘어서서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클로드 밀러의 ‘귀여운 반항아’는 그런 그녀의 매력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귀여운 반항아’라는 사실은 그녀의 이미지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샤를로트(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열 세 살.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엄마 없이 철물점을 하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사는 그녀는 갑작스런 신체의 변화와 주체할 수 없는 반항심 때문에 겉돌기만 한다. 어느날 그녀가 사는 마을에 그녀와 동갑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클라라 보만이 연주회 때문에 머물게 되고, 매사에 주위 사람들과 충돌하기 일쑤인 샤를로트는 완벽한 클라라의 삶에 자신도 합류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샤를로트의 소망은 사춘기 소녀들이 겪는 심한 열등감과 현실을 벗어나고픈 상상의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변해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두려워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신을 둘러싼 생활이 시시해보이는 열 세 살 소녀로 등장하는 갱스부르는 그 어느 때 보다 매력적이다. 귀찮아 하는 아버지에게 머뭇거리며 그늘진 눈동자로, ‘삶이 힘들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고 속삭이듯 물어볼 때, 그녀의 진정성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그 순간 그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십대 시절의 막연한 불안감과 널 뛰듯 하는 감정의 파고를 온 몸으로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해 루이 델뤽 상을 수상한 ‘귀여운 반항아’는 마치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의 여성판인 것처럼 보였다. 불안과 반항이 뒤섞인 표정의 어린 장 피에르 레오의 얼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미묘한 표정은 불안한 청춘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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