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언라이 - UN도 감동한 위대한 지도자
김상문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자신보다 서열이 낮았던 마오쩌둥이 1인자로 등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으며, 온갖 압박을 받으면서도 실용노선의 덩샤오핑을 지켜낸 저우언라이. 오늘의 중국이 있기까지 마르크스주의를 고수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끝까지 정치 미학을 발휘한 저우언라이의 궤적을 한 눈에 담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덕망과 청빈한 삶, 현장의 경험을 귀하게 여기며, 국제 무대에서 중국 외교의 힘을 적절하게 발휘한 그의 장점을 읽다보면, 실정과 실수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만큼 이 책은 그의 미덕에 초점이 맞춰 있다. 아니, 어쩌면, 저우언라이의 평생의 정치가 혁명의 선상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만큼 큰 단점을 찾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또 삽화 위주의 구성은 역사적 배경 지식 없이 읽으면, 그것이 실제라 하더라도 신화 만들기를 위해 고안된 장치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삽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품도록 하는 것,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트로츠키가 외교관, 행정가로 활약하면서도, 이념을 확대하고 생산하며,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준 혁명가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저우언라이는 폐허로 주저앉은 중국을 일으켜 세우는 데 혁명가로서 자신의 일념과 인생을 바쳤다. 최고의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낮아졌던 정치가. 국가와 이념을 떠나 시대와 역사 앞에서 자신의 좌표를 분명히 자리매김하고, 그 무게를 올곧게 감당한 정치가의 삶은 감동이다. 아내 덩잉차오에 대한 애틋한 사랑, 죽은 혁명 열사들의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가르치고 키운 정성, 생선과 고기를 올리지 말라는 명령, 왕푸징 동승화 구둣가게의 헝겊신 삽화..작은 일상 속에서도 그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품이 묻어난다. '우리는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현실성 없는 일을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불가능한 일을 추구하면 조급증이 발동하고, 이 조급증은 일을 그르칠 수 밖에 없습니다' 뛰어난 현실감각과 이상주의자로서의 냉철함을 겸비한 저우언라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2인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줄 아는 유연한 지도자. 닉슨의 표현대로 마오쩌둥이 없었더라면, 중국의 혁명에 불이 붙지 않았겠지만,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그 불길이 다 타서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데 동감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우언라이가 있었던 중국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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