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1 -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상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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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일단들을 모아 연혁을 추적하고 흥망성쇠를 기록하는 역사만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쉽게 충족되기 어려운 분야가 있을까, 일념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했던 것 같다. 시험처럼 특정한 목표를 앞두고 익히다 보니 단편을 억지로 엮어낼 수는 있었지만, 어떤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거나 스스로  교훈을 맞뚫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저자의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한 두 가지 역사적 사건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대신 각국의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며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된 까닭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설득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저자는 개별적인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역사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맥락 간 관계를 추적하는 데 그악스러우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스스로의 약속을 꼼꼼히 메웠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유럽사에서 늘상 헷갈렸던 부분이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과 프랑크 왕국, 신성로마제국의 탄생과 이슬람의 침략 부분 등이었는데 나름 맥락을 잡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그리스와 로마의 식민지 건설의 목표가 달랐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인데, 그리스는 늘어난 피지배층의 수용과 공물의 상납지를 확보하기 위해 해안 지역에 식민지를 만들었고, 농업의 발달로 농지를 마련하기 위해 로마는 내륙에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게르만 민족의 이동 이후 노르만 민족의 이동에 따른 러시아의 건설과 슬라브 민족의 남하에 따른 동구권 국가의 탄생 배경 역시 흥미로웠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를 단순히 시간 순서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공간, 민족, 정치, 종교, 경제의 다양한 배경을 사안들과 접목시켜 입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가령 봉건제도의 탄생을 식민지 개척의 역사와 연결하면서 분권화가 강화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제시한다. 


또 두 권이기는 하지만 짧은 지면 탓에 모든 것을 교과서처럼 담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으나, 중요한 역사적 전환의 국면에서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지 유추할 수 있도록 친절한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함으로써 의외로 많은 역사적 가르침을 상기하게 한다. 즉 경제적 축적과 평등이 사회 전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 시대와 사회를 관통하는 명분이 정치에 있어서 얼마나 민감하게 작동하는지, 기득권층의 이합집산이 이성적인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지만 훈족의 등장처럼 도무지 상상하지 못했던 요인들이 역사의 궤를 완전히 틀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능긍할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민족 분쟁, 종교 전쟁, 각국의 패권 전쟁의 시초가 되는 연관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자의 주장대로 그동안 유럽사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마이너 리그 격인 역사를 간과하지 않고 다루어준 점도 두드러진다. 덕분에 로마 제국 초기에 영향을 끼친 에트루리아나, 초기 철기 문명이 시작된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문화, 발트해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스웨덴의 대립, 강대국 사이에서 거듭된 영토 분할의 피해국이 된 폴란드 등 기존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적 사실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한번의 독서로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다각적으로 구성된 역사적 실체를 맛봄으로써 더 확장된 공부에의 의욕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사 공부의 기본은 이와 같습니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각국의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며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무턱대고 한두 가지 역사적 사건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세게사 흐름의 큰 틀을 놓칠 수 밖에 없습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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