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그림이 자아내는 예술적 감흥이 어떻게 치료와 상담의 매개체가 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회화의 서사, 작품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화풍과 예술적 의지 등을 걷어내고 그림 자체가 건네는 화두를 대면할 수 있도록, 작가는 세밀한 음성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림의 힘 I>이 일상의 다양한 편린들 속에서 마주하는 감성에 집중한다면, <그림의 힘 II>는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겪을 법한 다양한 상황에서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1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브뢰헬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랭부르 형제의 <베리공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류트를 든 자화상>이었다.

 

브뢰헬은 바다의 한 구석에 거꾸로 처박히는 이카루스를 작게 표현한 반면 소를 몰며 쟁기질하는 사람을 대비시킨다. 치기어린 열정과 무덤덤한 성실성의 구도속에서 일상의 겸허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랭부르 형제는 12개월의 달력에 맞추어 각각의 달에 맞는 그림을 섬세하게 그려냈는데, 한겨울에에도 쉬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집중하는 동안 우주의 시간이 흐르는 천체의 시계를 인상깊게 표현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성적 치욕감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서 연주를 결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포착해 스스로가 진정한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2권에서는 앙리 마티스의 <꿈>, 야코프 반 훌스동크의 <레몬, 오렌지, 석류가 있는 정물>, 토마스 비크의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마티스는 아무런 걱정 없이 평안히 잠든 여인의 모습을 통해 휴식의 기쁨을 전달하고, 훌스동크는 초록, 노란색, 빨간색의 강렬한 색감으로 집중력과 산뜻함을 선사한다. 토마스 비크는 흐드러진 방 안에서 책읽기에 집중하는 사람을 통해 몰입의 즐거움을 깨닫게 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해진 주제에 따라 수십편의 명화를 보면서 저자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실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다만, 저자의 일방적인 그림 해석에 반발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공감을 위해 제시한 대화를 반박하다보면,  스스로 그림의 의미를 찾거나 감성을 추적하면서 어느새 자기상담이 이루어지는 장점도 마주하게 된다.

 

2권의 초점이 '시험'으로 한정되어 있다보니, 1권보다는 주제와 그림, 그리고 대화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일관성이 부족해 매끄럽지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된다. 일부 색감이나 그림과 관련한 과학적 연구에 좀더 지면을 할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치료, 상담을 접목하는 관점에서 그림 보기를 시도한 점은 두고두고 칭찬 받아 마땅하다.

20여년 간 미술 치료 현장에서, 인생의 시험을 앞둔 사람들의 불안과 초조를 접해왔습니다.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주고 지쳤던 뇌를 자극하고, 자신감 불어넣는 등 그림이 만든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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