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그라운드
S.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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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어린시절은 평온한 시절이었다. 물론 서울 대학가에선 끊임없이 데모도 일어났었고 그래서 버스타고 가다가 졸지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본 적도 있었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도 많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듯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던 그런 시절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무언가 혁명이 일어나고 반란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오는 기간동안 과학은 발전을 했고 그 과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편리할지도 모르지만 자연에게는 무지막지한 해를 끼쳤고 그럼으로 인해서 자연은 시나브로 병들어 갔고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봐야 내가 살아온 기간일테니 반백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세상이 더 빨리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자연을 망치는 속도와 정비례해서 가속도를 타고 있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다.

 

그런 반응은 사실 문학에서 먼저 발생한다. 소설속에서나 보던 각종 잔혹 범죄들이 사실적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그저 판타지로만 여기던 것이 또는 sf장르라고만 여겨지던 것이 실활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랄 일이다. 소설 속에서 종말론이 언급된 것은 꽤 오래전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잘못된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자신 혼자서 마지막을 대비하겠다고 재난키트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비웃었지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는 실제적으로 느끼고 보니 그게 과히 뭐라고 할 말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 지하벙커가 하나 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성소, 그냥 말 그대로 하자면 벙커나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종말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장소. 대중적인 장소는 물론 아니고 고위층 사람 몇몇만 알고 있는 사유 대피소라고 할수 있다. 이 곳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그들이 낸 돈으로 건물을 지었다. 광고책자와 각종 소개난에는 의무실에 의사가 상주한다고 했고 바깥으로 나오지 않아도 음식이 자급자족할만큼 길러지고 있고  전혀 부족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뉴스를 본 가족들은 하나둘씩 이곳에 모이기 시작한다. 사실 이 성소라는 곳이 바이러스 대피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지진대피용인지 아니면 핵폭발 대피용인지 그런 건 아무데도 나와있지 않다. 언제 그곳에 입주할수 있는지도 나와 있지는 않지만 바이러스 뉴스를 본 가족들, 물론 전 재산을 들여서 그곳을 산 가족들이 하나둘씩 이곳에 모인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장소에 여러가족이 모인다는 이야기는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인것 같다. 소재는 제각기 다르지만 [블랙아웃]이나 [사이버스톰]도 같은 유형의 이야기였다.  아주 오래전 책으로는 크리스티 여사의 [오리엔트특급살인]도 비슷한 유형이라 할 수 있겠다. 폐쇄된 공간에 모인 여러 종류의 사람들. 즉 밀실사건을 언급하게 된다. 물론 이 가족들에게도 사건은 일어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 사건은 마무리가 되지 않고 또 다른 사건이 터져버린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블랙아웃

작가
마크 엘스베르크
출판
이야기가있는집
발매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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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작가
매튜 매서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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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살인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출판
해문출판사
발매
200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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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신의 살길을 찾아서 하나둘씩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신을 가두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나오는 방법이다. 또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사건을 이겨내려고 할 수도 있겠다. 다른 모든 사람이 하나로 뭉쳐서 단 한 사람을 버리는 경우도 나올 수 있겠다. 얼마 전 읽었던 [대통령의 골방]이라는 책에서 나왔던 답살도 그와 같은 방법에 속한다. 이 책의 경우는 어떠할까. 자신들을 이끌어주어야 할 가이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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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골방

작가
이명행
출판
새움
발매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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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처음에는 체면을 차리고 인간적인 행동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려운 상황이 될수록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며 이기적인 되는 것은 [블랙아웃]이라는 책에서 이미 경험한 바이며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도 나오는 설정이다. 우리들은 어떨까.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이타적이 될 수 있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들여서 성소를 준비해두었지만 그것이 성소가 아니라 오히려 "죽음의 입구"라면 그것 자체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은 종말이 언제일 것이라고 짐작하는가? 당신의 성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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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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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만날때 무슨 주제로 얘기하는가를 잘 들어보면 그 사람들의 지금 실제 나이들들 비슷하게 알수 있다. 이십대라면 한창 학교생활이나 이성간의 이야기들을 할 것이고 삼십대라면 한창 일이야기, 또는 결혼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고 사십대라면 아이 이야기나 남편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꺼리'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므로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에 같은 소제로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사십대라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그런 대화에 끼이기가 참 뭣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내 친구와 나는 둘다 지금 현재 싱글이다 보니 아이 이야기도 남편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가끔 만나면 주로 일 이야기. 둘다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공감이 형성된다. 그리고는 둘다 좋아하는 책 이야기. 때로는 자신들이 관심 있어 하는 가수 이야기도 한다.

 

이 책은 정확히 "삼,사십대의 결혼한 여자들"이 보면 폭.풍.공.감을 할 이야기들이 많다. 나와 같은 나이인 작가이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이클이 다르다보니 나와는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느끼고 있던 사실이었다. 25살에 결혼한 그녀는 지금 다 큰 딸이 있고 남편이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도 몇권 있으며 그 중에 몇권은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팔리고 있다.

 

사기를 당한 일 때문에 돈을 못 받았는다는게 조금 슬픈 현실인이긴 하지만 남편이 있으니 뭐 먹고 사는게 크게 무리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모와 같이 살고 아이도 남편도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삶.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하나 같은 우리지만 그래도 나와의 다른 그녀의 삶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살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다시 결혼을 한다면 같은 아내를 만나겠다는 소리를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작가 또한 같다. 남편은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아니 ,같은 삶을 다시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면서 각종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래, 우리에게 또다른 인생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상상이라는 것은 가능한 것 아닌가. 이왕 상상하는 바에야 같은 삶보다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게 훨씬 더 즐거운 일일것이다. 현실과 다른 체험이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 무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면야.

 

직업을 가진 엄마와 전업주부와의 차이, 남편과의 일, 나이들어가면서 자신의 위치 찾기 등, 아마도 여자들이 모이면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있다. 친구를 만나서 수다떨고 싶지만 나가기 귀찮을때, 또는 친구랑 시간이 맞지 않을때, 또는 나갈 형편이 되지 않을때, 우연히 생긴 자투리 시간에 틈틈히 들여다보기 에 좋은 글들이다.

 

누군가 나와 공감을 해주길 바라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로 이 책 한권을 챙겨보면 어떨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가장 선물하게 좋은 공감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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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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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인터뷰는 울프 한센을 인터뷰 한 내용이며 본문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밝혀드립니다. 본문 이후의 삶을 가정해서 만든 픽션이라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인터뷰어(이하 인):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숲속산장. 산장의 주인이신 울프한센님을 모셨습니다. 산장이 꽤 유명해졌습니다.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울프(이하 울):사실 이 자리는 아내인 레아가 나왓어야 하는데 극구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냥 산이 좋아서 산에 사는 사람들이었고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같이 즐거움을 나누고 그것이 확대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요즘은 찾아주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네요.

 

인: 사실 이곳 출신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어디 분이십니까?

울: 개인사정으로 자세히 밝힐수는 없지만 눈과 백야로 유명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하얀 밤이 계속되는 그런 곳을 가보신 적이 있을실지...

 

인: 가족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울:아내인 레아와 큰아들 크누트 그리고 작은아들과 막내인 딸까지 모두 다섯식구입니다. 이곳에 처음 올때만 해도 세식구였는데 그동안 식구가 많이 늘어났네요.

 

인:큰 아드님과 작은 아이들이 터울이 좀 있네요. 아이들이 큰 형과 오빠를 많이 따르겠어요.

울:사실 큰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 만났을때 부터 알았죠. 우리가 잘 맞는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렇게 오늘날까지 잘 지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행복한 일이죠. 아들과 아버지가 잘 맞는다는 사실은 말이죠. 큰 아이가 동생들을 잘 돌봐줍니다. 산장의 많은 일도 거들어주곤 하죠.

 

인:이곳에 정착하시기까지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집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울:사실 레아와 저는 이곳으로 오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그곳을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리고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르다 보니 우리도 이런 걸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것보다는 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죠.

사람들이 없는 곳을 원했어요. 그래서 산속에 살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게스트하우스만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되었네요. 레아와 저는 한눈에 사랑하게 될 사이인줄 알았답니다. 레아도 나름대로 어려운 생활을 했고 저 또한 사람들에게 쫓기는 삶을 살다보니 이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마음이 잘 맞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인: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사람들에게 쫓기는 삶을 살았다. 이것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도망자의 삶을 의미하는 건가요?

울:말이 헛나왔네요. 제가 말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대낌속에서 살아왔다는 겁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한 사회의 시민일 뿐이었습니다. 도망자라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시는 게 아니죠. 여기서 인터뷰를 접을까요?

 

인: 아, 아닙니다. 무언가 명확히 해석이 되지않은게 있는데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백야의 땅에서 오셨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곳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울:아름다운 곳입니다. 유난히 춥고 음습한 나라죠. 도시 또한 그러하구요. 겨울에 오신다면 제대로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항상 추운곳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추위에 익숙합니다. 눈도 익숙하구요. 눈의 하얀색과 백야의 하얀색이 무지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백야하니까 일본의 한 소설이 생각나는군요. 혹시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백야행]이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을 말입니다. 그 책에서는 백야가 나오지는 않지만 어둠속을 살아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을 해가 지지 않은 백야로 표현하고 있었죠. 실질적인 백야와는 다르지만 비유적인 표현이랄까요.

우리네 삶도 그와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백야에서 사는 사람은 늘 피곤합니다. 해를 제대로 가려서 어둠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죠. 언젠가 한번 느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인:나중에 꼭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군요. 추위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제대로 된 백야는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영원히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울:제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당신의 기원처럼 영원히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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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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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바다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전 제주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일단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는 초록빛 바다가 먼저 보이지요. 보리들이 자라서 활기있는 초록색을 반짝거리면서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 '우'하고 넘어지고 저리 '우'하고  파도처럼 넘어지던 그 광경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런 초록색의 보리바다를 건너고 나면 정말로 파란 바다를 볼 수가 있지요.

 

뼈에 스치듯이 추운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햇볕이 태울듯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의 바다도 아닌 그런 봄날의 바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답게 약간은 포근하고 약간은 따스하며 그러면서도 약간은 추운끼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그런 바다입니다.

 

제주를 떠난 지 십년째가 되는 희영.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자신이 떠났던 제주를 향해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곳에서 살았던 그녀, 무슨 이유로 인해서 그곳을 떠났고 그곳을 두번 다시 가지 않았으며 오늘 또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을 떠날때면 대부분은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티켓과 숙소입니다. 어디에 묵을 것이냐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보통은 호텔에 묵는데 반해서 싼 값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스호스텔도 있고 아침식사만 제공하는 일종의 가정집 같은 비앤비도 있고 종류가 많죠. 희영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합니다. 4인 1실의 '바다방'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죠. 그녀는 왜 그곳을 택했을까요. 십년전 그리고 최근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 가까운 것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싶은 원인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은 차치하고서 우선 주인공들을 보게 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그들이죠.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 사건에 집중을 하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됩니다. 그것 은 비단 형사 뿐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일 테지요. 그렇게 해서 범인이 붙잡히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보통 범죄 현장은 재현하는 장면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범죄가 악랄할수록 그 범죄자에 대한 욕을 하며 때로는 무언가를 던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가려주었지만 요즘은 그런것도 없는 것 같더군요.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많이 보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입니다. 가깝게는 누군가의 아내, 남편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였던 그들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이었을수도 있고 말이죠. 모든 사람들을 다 알수는 없겠찌만 주위 사람들은 충분히 그들을 알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이 범인으로 잡혀가고 난 이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삶은 어떨까요? 그들이 평화롭게 살던 지난날과 같을까요? 아니면 사람의 눈길을 피해서 자신이 살던 그곳을 떠나 어디론가 정처없이 헤매는 삶을 살게 될까요?

 

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느꼈던 것은 미나토 가나에의 [야행관람차]라는 책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서로 싸우고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돌아온 그들의 집은 엉망으로 낙서가 되어 있었죠. 아이들은 이웃들의 눈총을 피해서 그 낙서를 닦았지만 그대로 여전히 또 되어 있는 낙서들. 그들이 그곳에서 잘 살았으리라는 보장은 애초에 물건너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십년만에 제주에 온 희영도 그러합니다. 십년전 동생이 은행원을 죽였다는 이유로 잡혀 갔고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그 이후로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1인시위도 하는 등 남은 생을 평생 자신의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보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동조할 수 없었던 희영은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또한 같은 장소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사건을 핑계로 동생을 무죄를 증명하고자 제주에 내려오는 길입니다. 과연 그녀는 진실에 접근을 할 수가 있을까요?

 

작가의 전작인 [섬'짓하다]에서도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가 등장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설정입니다. 예전에는 형사였지만 이제는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약간은 세속적인 느낌을 주는 프로파일러가 등장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를 등장인물로 구성을 해서 쓰여지는 작품이 많지 않기 에 작가의 작품은 더욱 독보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메인은 아니지만 때로는 서브캐릭터가 더욱 빛을 발할때도 있죠. 사건이 일어나고 단지 범인을 잡는것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아지는 이 이야기가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할 꺼리를 미친듯이 단져준다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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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게 배웠어 - 현명한 엄마를 위한 그림책 수업
서정숙.김주희 지음 / 샘터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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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한번이라도 놀아줘 본 적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루종일 아이와 같이 놀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말이다. 솔직히 초등학생 이상은 그저 학교숙제를 하라거나 아니면 학교공부를 하라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면 된다. 아니면 친구들이 있는 경우 자기네들끼리도 잘 논다.

 

하지만 꼬맹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아준단 말인가. 조카들이 어렸을때는 주로 몸으로 놀아주고 놀이터에 데려다 줬었다. 놀이터에 가면 일단 잘 논다. 남자조카들이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는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을 발도 안 닿는 높이로 흔들거리면서도 잘 놀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시간이지 하루종일은 정말 힘들다.

 

그런 꼬맹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최근 책읽어주기 열풍이 불어서 신문에서 기사도 연속기획으로 나는 것을 보았다. 책을 읽어준 아이들의 성장발달도 좋고 인성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가가 고민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림책에게 배웠어]

 

여러 나라의 여러 작가가 그리고 쓴 그림책들을 모아서 어떤 내용인지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읽어주라고 팁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뿐인가.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천차만별이라 꼭 그대로 대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기본은 알고 가는 셈이니까 안심은 되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냥 그렇게 책소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숨은 1cm코너를 통해서 작가들이 숨겨 놓은 팁들을 깨알같이 일러준다. 독자들이 흔히 모르고 지나갈 것 같은 것들 말이다. 가령 이 책에서는 그림을 잘 보면 무엇이 숨겨져 있어요라던지 아니면 이 책에서는 이 그림을 무엇을 의미해요라든지 아니면 이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을 여기에 숨겨 놨어요라던지 말이다.

 

그런 것을 미리 알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슬쩍 이야기를 해주어도 아이들은 아주 즐겨워 할 것이다. 자신들이 알아내지 못한 것을 알아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 코너에서는 잊지 말고 짚어줘야 할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그냥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지식을 알려줄 것인가는 이 책을 읽어주는 당신의 몫이라는 소리다.

 

사실 그림책 무진장 얇다. 그래서 어른들이 읽어주어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이들에게 보라고 그러면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만 대충 보고 다 읽어도 던지기 일쑤다. 그런 아이들에게 좀 더 책을 꼼곰히 볼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하나의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수많은 그림책들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들고 제일 뒤의 목록에서 한권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절판된 책은 도서관에 가면 있다니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습관은 어렸을때부터 길러주는 것이 가장 좋다. 책은 평생의 좋은 친구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좋은 친구를 멀리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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