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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친구들을 만날때 무슨 주제로 얘기하는가를 잘 들어보면 그 사람들의 지금 실제 나이들들 비슷하게 알수 있다. 이십대라면 한창 학교생활이나 이성간의 이야기들을 할 것이고 삼십대라면 한창 일이야기, 또는 결혼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고 사십대라면 아이 이야기나 남편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꺼리'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므로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에 같은 소제로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사십대라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그런 대화에 끼이기가 참 뭣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내 친구와 나는 둘다 지금 현재 싱글이다 보니 아이 이야기도 남편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가끔 만나면 주로 일 이야기. 둘다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공감이 형성된다. 그리고는 둘다 좋아하는 책 이야기. 때로는 자신들이 관심 있어 하는 가수 이야기도 한다.
이 책은 정확히 "삼,사십대의 결혼한 여자들"이 보면 폭.풍.공.감을 할 이야기들이 많다. 나와 같은 나이인 작가이지만 지금 살아가는 사이클이 다르다보니 나와는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느끼고 있던 사실이었다. 25살에 결혼한 그녀는 지금 다 큰 딸이 있고 남편이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도 몇권 있으며 그 중에 몇권은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팔리고 있다.
사기를 당한 일 때문에 돈을 못 받았는다는게 조금 슬픈 현실인이긴 하지만 남편이 있으니 뭐 먹고 사는게 크게 무리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모와 같이 살고 아이도 남편도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삶.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하나 같은 우리지만 그래도 나와의 다른 그녀의 삶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살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다시 결혼을 한다면 같은 아내를 만나겠다는 소리를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작가 또한 같다. 남편은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아니 ,같은 삶을 다시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면서 각종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래, 우리에게 또다른 인생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상상이라는 것은 가능한 것 아닌가. 이왕 상상하는 바에야 같은 삶보다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게 훨씬 더 즐거운 일일것이다. 현실과 다른 체험이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 무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면야.
직업을 가진 엄마와 전업주부와의 차이, 남편과의 일, 나이들어가면서 자신의 위치 찾기 등, 아마도 여자들이 모이면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있다. 친구를 만나서 수다떨고 싶지만 나가기 귀찮을때, 또는 친구랑 시간이 맞지 않을때, 또는 나갈 형편이 되지 않을때, 우연히 생긴 자투리 시간에 틈틈히 들여다보기 에 좋은 글들이다.
누군가 나와 공감을 해주길 바라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로 이 책 한권을 챙겨보면 어떨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가장 선물하게 좋은 공감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