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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이 하나라는 깨달음 ㅣ 아우름 12
김경집 지음 / 샘터사 / 2016년 5월
평점 :
정의라는 것이 무엇일까. 정의라는 단어만큼 정의하기 힘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또 있을가 싶다. 찾아보면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은 모든 같은 범주에 속하겠지만 자말이다. '정의'라는 단어에도 여러가지 뜻이 있다. 정할 定 옳을義 이 단어가 뜻하는 정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이다. 즉 이 사건을 정의해 보아라 할 때처럼 쓰이는 것이 정의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는 그것과는 다르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정의'라고 한다. 바를 正뜻意라고 알고 있었건만 아무래도 미심쩍어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한자가 달랐다. 바를 正은 맞았지만 뜻을 의미하는 글자가 아니라 옳을義자가 맞는 것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의는 正義 이렇게 표현되는 한자어가 맞다. 바르고 옳은 것. 그것을 다같이 지니킨다면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나만 지킨다면 요즘같은 세상에서 나만 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정확하게 잘 캐치해낸 것이 바로 이 제목일 것이다.
정의라는 것은 어른들만 지켜야 되는 것도 아니고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대충 넘어가도 안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때가 많다. 한창 호기심이 들어서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도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린다. 일단은 눈에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정의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옹달샘]이라는 노래로 이 문제를 먼저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봤을 옹달샘. 새벽에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노래이다. 토끼는 왜 물만 먹고 돌아갔을까. 원래는 세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나. 이 질문에서 시작한 저자는 토끼의 입장에 되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세수를 하러 왔지만 자신이 세수를 하면 다른 동물들이 물을 마실수가 없게 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소소함을 버린 것이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의견을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내 행복이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내 행복을 찾을수는 없다. 자발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이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정의(justice)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노래로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단어를 설명하지만 익숙한 노래를 예시로 제안하고 있어서 훨씬 더 쉽고 재미나게 인식할 수 있다. 정의의 본질을 설명하는데 가장 빠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 뿐 아니라 다른 노래 하나가 더 나오는데 그것은 [자전거]라는 노래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 내용을 예로 들었다. 자신이 자전거를 타면서 왜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가, 비키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리고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무조건 약자인 할머니를 비키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노래의 가사내용이 그런 의미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문자 그대로 가사를 해석했을때 그렇게 느낄수도 있다고 예시를 들어준 것뿐이다. 그러면서 강자라고 해서 꼭 약자를 군림하는 것을 안된다는 것이며 약자라고 해서 꼭 강자의 눈치만 봐야한다는 것은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오래전 자전거에 익숙하지 못한 삼둥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조금만 비켜주세요. 다들 미안!" 이라고 외쳐대던 꼬맹이. 자신이 잘 못타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렇게 외치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고 인상적이어서그 말을 인용한 삼둥이 스티커도 나왔었다. 아이들이라 하더락도 무슨이 위험하고 덜 위험한지 알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나이이상이 되면 말이다.
사회적동물이라는 인간이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살면서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관계들 속에 놓일 것이다. 그 관계들 속에서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달시키면서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이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할 인문학들이 가득하다. 아니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은 읽고 '정의'라는 것이 무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음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한 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