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년의 전쟁 2
신지견 지음 / 새움 / 2016년 7월
평점 :
[천년의 전쟁]이라는 제목 속에서 나는 아마도 백년전쟁 같은 종교전쟁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은 더할나위 없이 잔잔한 편이다. 전쟁을 위해서 준비하는 장면은 틈틈히 나오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불교의 가르침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천년의 전쟁이라는 것은 '자기자신과의 끝없는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서산대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오롯이 그의 인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당시 상황에 맞추어서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숭유억불정책에 따라서 탄압을 받았던 불교. 그리고 도교까지 모두 유교에 대항하는 집단이 되어 버렸고 그들은 나라로부터 핍박을 당하게 된다. 그 이전 세대에는 불교를 숭상시 했던터라 아무래도 천주교 박해처럼 드러내놓고 구박을 하지는 못했으리리라. 그러나 은연중에 드러난 사항들은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 눈, 귀, 코, 혀, 몸뚱이, 생각이 받아들이는 대상은 머무는 곳이 없다고 말하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 물 밑을 헤엄쳐 다니는 것들을 자연계 사물들의 형태라고 했을 때, 너의 마음이 거기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자연계 사물들의 변화현상에 대한 너의 진실한 마음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묻고, 거기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너의 진실한 마음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122p)
능엄경 1권을 보고 여신, 즉 서산대사가 가졌던 물음이었다. 유교에서는 그러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더 의문을 가졌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물고 늘어지는 물음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그런 형태의 선문답들이 불교에서는 가장 높은 덕목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문답과도 같은 문장들이 불교에 있어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경지로 보는 듯 하다.
사실 불교의 경전에 관한 것이나 불교학자들의 책이라던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다. 물론 도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서 도교와 불교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반가왔고 또한 그들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어서, 평소에 쓰지 않는 뇌의 한부분을 이용할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즐거웠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평상시에 잘 하지 않는 생각을 함으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행복했다면 이 책을 읽는 어느정도의 만족을 충족된 것이 아니었을까.
능엄경을 읽고 문답들을 통해서 여신은 휴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다. 법명을 받고 불교의 세계로 귀의하게 된 것이다. 그가 깨달음을 알아가는 방식을 좇아가는 것도 불교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듯 하다. 어디서 어떻게 끝이 날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휴정이 시험을 당하기도 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며 끝이 난다. 여기서 그만두기에는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