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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전쟁 1
신지견 지음 / 새움 / 2016년 7월
평점 :
낯설다. 낯설음을 타파하기 위해서 정보를 좀 찾아본다. 서산대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쓴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산대사를 찾아본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과거에 낙방하자 출가를 했다. 이후 승과에 급제하여 봉응사 주지를 지내기도 했고 임진왜란때 승병을 모집해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작가의 말이 가장 앞에 나와있다. 자신이 전에 썼던 10권짜리 서산이라는 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역시도 서산대사에 관한 책을 쓴듯 하다. 서산대사에 깊이 감동을 받고 그를 소재로 해서 썼던 책.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교용어 뿐 아니라 도교와 유학용어가 어렵게 쓰이고 소설 문장으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모든 회수하고 다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작가의 결단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누구도 그렇게 쉽게 하지는 못할 일이다. 소설을 열 권 쓰는 것도 어려운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마않는다고 모두 회수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거기다 다시 이 책을 썼다.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전작에 비하자면 훨씬 더 간결하게 바뀐 셈이다. 서산대사를 소재로 해서 쓴 점은 같지만 훨씬 더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산대사를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으로 인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개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도 '여신'이라는 이름의 서산대사는 중반부 이후에나 등장을 한다. 승려들이 나오고 절이 나오고 그 당시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불교학적인 용어를 배제할수는 없다. 불교를 좀 안다면 더 쉽게 읽힐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심각하게 어려운 정도로 읽히지 않는 편은 아니다. 나 또한 불교용어는 전혀 알지 못하나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작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는 소설적인 요소가 두드러지게 등장을 한다. 축지법을 쓰는 사람들도 등장을 하고 물위를 걷는 사람도 나온다. 예수님만 물위를 걸을수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한 발을 내딛고 그 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디디면 된다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자신을 따라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약간은 과장이 심해보여 절로 실소가 흐르기도 했지만 소설이라는 특성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넘어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지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몇키로를 가는데 몇초만이면 된다는 사실은 믿을수가 없지만 빨리 걸음을 걷는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는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몇초만에 이동하는 것은 텔레포터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나라는 것에는, 이미 실재다 아니다 하는 이름과 형태를 떠나 있느니,
크고 넓고 깨끗하고 맑아 상쾌해서 그대로 쇄쇄락락한 것이니,
무엇을 일러 선이라 할 것인가.(224p)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불교에서 유명한 스님들이 하는 말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 모든 것은 일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철학적인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참 의미가 아닐까.
왕기가 서린 얼굴이나 왕이 되어서는 안되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 이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교를 극도로 높히고 불교를 극도로 금지했던 시대에서 불자들은, 또 스님들은 어떻게 살아 남아야 했을까. 여신이 태어난 이후, 즉 서산대사가 태어난 이후의 모든 활동이 그려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