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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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벨로시티의 사전적 정의는, 단순한 속력을 의미하는 스피드에 방향을 더한 개념이다.(523p)

'빠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 그만큼 이 책의 속도감은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수 있겠다. 딘쿤츠의 [남편]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 있다. 이 책과 남편 그리고 The good guy. 세 작품을 합쳐서 평범한 남자 3부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518p)  세 작품 모두 평범한 남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극을 이끌어 가는 전개이다.

 

일반적인 다른 스릴러에서 볼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이라던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던가 멋진 형사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고 해결하고 정리한다.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용의자가 되고 범죄자가 될 운명에 놓였다면 그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이것과 저것, 둘중에 어느 것을 고를래? 하는 식의 딜레마게임은 [이니미니]를 통해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총 하나와 사람 두명. 저쪽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식의 설정. 어떻게든 남을 죽여서 내가 살아야 한다는 설정은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에서도 익히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는 좀더 도덕적인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

 

통조림 독에 중독되어 식물 인간 상태의 약혼자를 두고 있는 빌리. 바텐더로 일하는 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손님접대도 하고 칵테일도 만들고 일을 하다 퇴근을 하다. 그런 그의 차에 끼워져 있는 한 장의 쪽지. 그 쪽지를 보는 순간 그는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하나의 테두리 속에 갇히게 되어 버린다.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지목해서 이런 쪽지를 남기게 된 것일까. 빌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빌리의 결정대로 이루어지는 이 살인은 마치 가상현실속의 게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경찰에 알리면 자원봉사를 하는 할머니가 죽고 알리지 않으면 금발머리의 여교사가 죽임을 당한다. 이런 전제속에서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할머니라 하더라도 봉사활동을 하시는 좋은 분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말할것도 없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내가 한 지역의 모든 금발여교사들에게 당신이 죽을 거라고 알려봤자 나만 바보가 될 뿐이고 아무도 믿지 않을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알리지 않는 것이 되어 여교사가 죽을 것이다. 그냥 장난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섬뜩한 쪽지 한장. 내가 빌리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입사시험에서도 가끔 등장을 하는 윤리적이고 도덕직인 딜레마에 관한 문제는 토론 주제로도 자주 쓰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내가 타고 있는 차 한대. 정류장에는 나의 이상형인 여자, 병든 할머니, 내친구와 아이가 있다. 차에 탈 수 있는 인원은 단 네명. 어떻게 차를 타고 갈 것인지 정하라는 문제는 모두 다 알고 있고 어떤 풀이방법을 제시해야 가장 큰 점수를 얻는지도 알고 있다.

 

딱 이것이 정답이라고 놓여지지 않는 문제. 할머니와 여교사중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죽음은 실제로 일어날까. 빌리 또한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다음날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보면서 그는 당황해하고 초조해한다. 그런 그에게 다시 날아온 쪽지. 이번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그는 이 쪽지를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모든 것은 빌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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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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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첫날은 못 자는 편이고 잠자리가 바뀌면 까탈스럽게 굴고 손목시계는 항상 서랍속에 보관하며 방안의 시계는 초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빛이 들어오면 잠을 못자니 안대를 사용하고 조그마한 소리에도 쉽게 깨며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윗집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인식된다. 책을 읽을 때는 적막강산과도 같은 곳을 좋아하고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표시를 내지 않으며 읽은 책은 항상 그자리에 꽂아두는 편이다.
 
일정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고 마감 시간보다 일찍 다 해두고 약속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비교적 다른 사람보다는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정해져 있는 틀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규칙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익숙한 만남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나는 민감한가, 아닌가.
'민감하다'는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민감한 사람이라면, 극도로 섬세한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드러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섬세하다. 민감하다. 그런 그녀니 얼마나 더 잘 이해하고 썼을지 알만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뒤에 나오는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은 얼마나 민감한 사람인지 자가 측정 해볼 수 있는 테스트가 있다. 테스트는 '나는 하루중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쉽게 죄책감을 느낀다.' 같은 질문과 '나는 잠을 자지 않아도 견딜'수 있다.'거나 '갑자기 친구들이 찾아오는 것을 즐긴다.'하는 유형으로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각 질문에 자신의 답을 숫자로 생각한 후 앞의 점수에서 뒤의 점수를 뺀 점수가 당신의 민감지수가 된다. 보통 60이상이면 민감한 사람으로 보는데 실제로 해 본 결과 내 점수는 60을 훌쩍 넘었다. 70을 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아 할까. 결과적으로 자가테스트에 의하면 나는 민감한 사람이 맞다.
 
그냥 일반적으로 평범한 보통 사람들보다는 이렇게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으면 훨씬 더 공감대가 높아질 한권의 책. 물론 자신은 민감하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의 주위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자신과 다르다고 괜스리 피곤한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저 사람은 민감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하면서 이해를 해줄수 있는 부분이 된다.
 
누구라고 딱 정할 필요도 없다. 민감한 사람은 곳곳에 있을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배우자가 그러하거나 애인이 그러할수도 있고 가깝게는 우리 엄마가 또는 우리 자녀가 민감한 사람일수도 있다. 사실 가장 피곤한 사람인 본인이기 마련인데 그런 센서티브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종내는 말다툼이나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 살아갈수는 없다. 누구와는 꼭 연결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때 다른 사람의 성향을 안다면 조금은 현명하게 대처해서 서로간에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필요성이 그런 점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라 할지라도 자신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양해를 구하고 그런 시간을 마련한다고 하는 저자. 그녀의 사고방식을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기겠지만 그녀가 센서티브한 사람임을 이해하고 난다면 그런 것은 아무런 일도 되지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주면 되는 것이다. 무슨 병자들처럼 격리시켜달라거나 외면해버리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사람의 성향일 뿐이다. 그런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다면 조금은 더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을 딱 두부분으로 민감한 사람과 민감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나눌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라도 어느 부분에는 민감한 면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사람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특별히 약간은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권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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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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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추운 날씨를 뜻하는 엄동설한의 寒도 아니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서리가 내린다는 恨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자는 韓이다. 한나라 한. 大韓民國의 한.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자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찾아볼 생각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한나라 한' 하면서 글자만 외웠을 뿐. 

 

김진명 작가는 아무도 모르는 국호의 유래를 직접  찾아 발품을 판다. 고구려의 기상을 잇고자 '고려'라는 이름을 붙이고 단군이 통치하던 고조선의 잇고자 '조선'이라고 이름 붙인 국호와는 다르게 '대한민국'이라는 이 명칭은 어디서 왔는지 알 길을 없었던 그. 겨우 명목을 찾자면 마한, 진한, 변한에서  따왔다는 설은 있지만 삼국시대 고구려, 신라, 백제보다도 더 작았던 그 나라들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은 전혀 모순이라고 생각하고 그는 우리나라의 실록이나 삼국사기를 조사해도 알 수가 없게되자 중국문헌을 뒤지기 시작한다.

 

결국은 왕부라는 학자가 쓴 [잠부론] [씨성편]에서 그 유래를 알아내기에 이르는데 세상의 모든 성씨를 기록하기 위해서 쓰여진 이 글에서 언급되고 있는 한씨의 유래. 거기서 나오는 '한 후'라는 인물. 중국에서 서해바다를 건너서 도착한 그. 이 한나라 한이라는 글자는 그에게서 시작되고 있으니 고조선은 일본이 생각한 작은 땅이 아니었고 그 유래는 중국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을까. 역사는 역사일 뿐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한 것이 아니었던가. 세계적으로 역사왜곡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외교적인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중국와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은 같은 역사의 왜곡으로 인하여서 아직도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국사교과서 문제가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정권은 아직도 독도가 자기네땅이라고 우기는 교과서를 버젓이 발행하고 있으니 그 교과서로 배우고 있는 일본 아이들은 그 땅은 일본땅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역사의식이 없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나중에 그 땅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끔찍하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허구의 소설을 만들어 내는 팩션작가 김진명. 익히 알다시피 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히트시켰고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골조로 해서 [황태자비 납치사건]이라는 책을 썼다. 그 외에도 그가 쓴 소설은 굉장히 많으며 대부분 역사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의 소설과 어떤 역사적인 사실이 연결되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가장 분개했던 것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욱 숨겨진 이야기가 지독해서 일본을 그리 싫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일본놈들에 대해서는 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누구라도 그가 찾아낸 비화를 알게되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그가 쓴 [황태자비납치사건]이라는 책이 왜 일본에서 출판금지가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아직 읽지 못했으므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최근에 아주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의 정세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신문에서 알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나나다. 김정은이 자신이 공포정치를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또한 어쩌면 꼭둑각시일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왠지 모르게 불쌍한 느낌까지 들지만 그것이 그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는 못한다.

 

얼마전 말레이지아에서 일어난 독살사건. 그는 자신의 이복형을 죽였다.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여자 두명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이지만 기사에 따르면 그녀들 뒤에는 북한 남자들이 연류되어 있고 오늘 신문에 의하면 그들은 한 소속도 아니고 이미 북한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한다. 지금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했던가. 아니다. 간첩은 분명 있다. 그렇다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다 의심해 볼 수는 없지만 이 나라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남과 북 양분되어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일것이다. 우리는 휴전선을 사이에 둔 적대국이니 말이다.

 

 

 일반적인 역사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광개토대왕비의 이야기로부터 박정희 시해사건의 뒷 이야기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죽음부터 김정은의 이야기까지 자신이 궁금한 요소요소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한번쯤 왜 그랬을가 하는 의문을 가진 사건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흥미가 일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고 그러려면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만화로 구성되어 더욱 쉽게 읽히지만 내용은 그리 쉽지 않은 이야기.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더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만화라는 장르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바람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제대로 된 역사적 상식을 알수 있기를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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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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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음에 두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선인장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아이. 저 아이는 그토록 아파하면서 왜 선인장을 놓지 못하고 저토록 간절하게 껴안고 있는 것일까. 선인장 가시가 찔려서 아프다면 그냥 놓아버리면 될 것을 왜 저렇게 꼭 안고만 있는 것일가. 왠지 모르게 그 아이가 나같이 생각되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그런 그 아이의 사진이 기억속에서 흐려지고 있었다.

 

어디서 나온 사진인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사진을 검색하면서 어디서 나온 그림인지 알게 되었다. 허헤윤 작가의 선인장 아이. 실제로 책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한권의 책으로 인해서 다른 책을 알게 되는 것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 선인장 아이 : 출처 : http://www.cyworld.com/nunmulsponge ]

 

항상 가시를 세우고 살아야 하는 고슴도치는 날카롭고 날이 선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정작 우리는 고슴도치의 입장에서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고슴도치가 실제로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얘기를 할 것인가. 자신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일 뿐 실제로는 그렇게 날카롭지 않다고 말을 할 것인가.

여기 고슴도치 한마리가 있다. 별다른 이름도 없는 그냥 고슴도치이다. 그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친구를 만나고 싶은 그는 파티를 열까 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한다. [모두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어.]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마디를 덧붙인다. [하지만 안 와도 괜찮아.] 이 편지를 받는 다른 동물들은 고슴도치의 이 편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초대에 응해서 방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안와도 괜찮다니 그냥 잊어버리고 말까.

받는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하지 몰라도 정작 고슴도치에게는 인생을 건 아주 죵요한 문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일단 편지를 써놓고도 보내지 못했다. 혼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아직은 아니야." 하면서 그냥 넣어놓고 말아버린다. 그의 선택은 어떠할까. 결국 그는 편지를 보낼까 아니면 그냥 넣어둔채로 친구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말아버릴까.

소심하고 겁이 많다. 그것이 이 고슴도치의 성격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겠다. 아니 거기다 하나 더, 상상을 좋아하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지레 부정적인 입장이 되어 버리고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 우유부단하기까지 하다. 이럴까가 저럴까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현실에 묻혀 버리고 만다. 결단력이 부족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고슴도치는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을 살펴주며 그들이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슴도치의 조금은 나약한 모습들이 어느 정도는 나아보이지 않을까. 

당분간 누워 있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일어나면 또다시 생각을 할 거야. 그리고 생각을 하면 또다시 망설일 거고. 항상 그런 식이었어.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내게는 가시보다 망설임이 더 많을거야. 망설임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아니지... 보일지도 몰라. 나 말고 모두 다 볼 수  있을 거야.(33p)

어찌나 나 같은지 고슴도치의 마음이 절로 이해되어서 나도나도 하면서 맞장구를 칠 뻔 했다. 지난 주말 가방을 하나 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보고 고민하고 재고 망설였는지 꼬박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약간의 결정장애도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몇가지를 골라두고서도 여전히 망설이는 나를 보면서 주위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해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옛날 노래 가사가 아니어도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 또한 고슴도치가 아닐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그는 손에서 가시를 하나 뽑아내고 꾹 참더니 이렇게 심한 고통도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고슴도치는 편안한 고통 같은 건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왕풍뎅이는 모든 것이, 심지어 슬픔이나 절망조차도 편안할 수 있다고 했다. (150-1p)

아픈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그것은 비단 사람이 아닌 식물이나 동물조차도 아픔이라는 것건 싫어하지 않을까. 아픈 것이 싫어서 무엇보다도 병원이라는 장소를 가장 싫어하는 나인데, 심리적인 아픔이나 육체적인 아픔 모두 다 싫어하는 나인데 왕풍뎅이는 이런 나를 보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편안한 아픔'도 있다고 말을 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펺편한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어떻게 편안한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왕풍뎅이는 자신이 고슴도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가시마저도 참고 견뎔낼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이라 할지라도 모든 점을 다 좋아할수는 없으니 안 좋은 점들까지도 자신이 비록 힘들지라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범위가 얼마나 적용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고려를 해봐야 할 것이다.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도 여러 관계가 있으니 말이다. 부모 자식도 있고 부부도 있다. 어느 선까지 우리는 이해하고 참고 견딜 수 있을까. 물론 친구관계도 포함할 수 있겠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이 있다고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고슴도치의 생각을 통해서 가지각색의 동물들이 등장을 한다. 아주 작은 곤충들부터 바다에 사는 동물이나 숲속에 사는 동물들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물의 출현으로 인해서 잠시 당황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동믈둘을 통해서 우리는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간유형을 비유해 볼 수도 있겠다.

결국 고슴도치의 소원은 하나일 것이다. 친구들이 와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나 망설이다 보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주위에 있고 언제나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며 언제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일 것이다.

망설이는 것은 이제 그만. 상상도 이제 그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며 겁을 내지는 말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면 누구라고도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관계 아니었던가. 고슴도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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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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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가게.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느낌의 단어다. 예전만 하더라도 음반가게에 가야지만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음원이라느 이름하에 간단히 다운을 받으면 된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LP판부터 테이프, 씨디, 엠피3,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요소를 접해본 바에 의하면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을 듯 하다.

 

장단점은 어떠한 곳에나 존재하므로. 그러나 지금은 재생할 수 있는 기계조차 남아있지 않은 엘피판이나 테이프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아날로그적인 인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저자와 나는 비슷한 나이대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잘 이해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즐겨보곤 했었던 외화들. 맥가이버, 에어울프, 에이특공대, 불블문특급, 전격Z작전(51p). 지금은 방에 가만히 앉아서도 세계 모든 곳의 드라마를 볼 수 있고 우니라나 드라마 또한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이지만 어렸을 땐 왜 그렇게도 다른 나라의 특히 미국의 드라마들이 재미났는지.

 

저자가 언급한 드라마들 외에도 쥐를 먹는 장면으로 유명했던 브이도 있었고 천재소년 두기, 베벌리힐즈 아이들 같은 드라마들과 내가 좋아했었던 제너럴 하스피틀도 있었다지. 오래된 추억들을 끄집어 내어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 것이다. 나는. 슬프게도.

 

경영학과 재학중에 경연대회를 통해서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시작닿하게 된 저자는 외국에서 본격적인 음악가로써의 공부를 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것을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수도 있겠지만 시험방법은 궁금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직접 연주를 함으로써 보여준다고 하지만 작곡을 하는 경우는 어떤 시험을 보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채점이 되는지가 궁금했는데 그의 사진 한 장을 통해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재즈 작곡 수업에 제출한 과제물은 학생이 작성한 악보와 녹음된 시디를 공식 봉투에 제출하면 채점을 한단다.

 

지역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들을 모아서 펴낸 이 책은 여러 음악을 소개해주고 있다. 대부분이 팝음악들이고 우리나라의 음악은 몇 곡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음악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모르는 노래를 접해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자신이 속해 있는 푸디토리움의 음악과 푸딩의 음악도 소개하고 있어서 그의 음악이 낯선 나같은 사람에게 소개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하나는 글렌메데이로스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이다. 그의 노래라고는 딱 하나만 알던 나에게 not me라는 새로운 노래를 알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같은 가수의 새로운 노래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나는 일 아닌가. 

 

영화음악을 하는 저자는 다른 영화음악가들에게 대해서도 소개를 해주고 있다. 특히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는 봤고 '문리버'라는 노래도 무진장 좋아하지만 정작 그 작곡가가 헨리 멘시시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다. 하나 더, 저자가 영화 허삼관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책을 읽을때는 조용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쥐죽은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 것이 책을 읽은 것과 비슷하다고 적어 놓은 글을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독과 정독. 두가지의 읽는 방법을 음악에다 비유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말이다. 많이 읽느냐 세세히 읽느냐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도 또한 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하나의 음악을 자세히 들으니 새로운 면이 보인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책을 읽고 또 읽고 다시 세세히 읽는다면 처음 그냥 읽었었을때는 지나갔었던 면을 새롭게 볼수도 있을 것이다.

 

한 아티스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쩌면 음악 팬의 가장 큰 즐거움일 수도 있다.(256p)는 소속사 사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만든 음악과 시간이 지난 음악과의 차이점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작가들의 데뷔작과 성공을 준 히트작이 다른 것을 보듯이 말이다.

 

푸디토리움의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음원이나 음반으로 듣기보다는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듣고픈 마음이 들었다. 무대가 따로 있지 않고 딱히 정자세로 반듯이 앉아서 들어야 하는 그런 음악회가 아닌 그들의 음악을 살아있는 채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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