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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평점 :
음반가게.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느낌의 단어다. 예전만 하더라도 음반가게에 가야지만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음원이라느 이름하에 간단히 다운을 받으면 된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LP판부터 테이프, 씨디, 엠피3,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요소를 접해본 바에 의하면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을 듯 하다.
장단점은 어떠한 곳에나 존재하므로. 그러나 지금은 재생할 수 있는 기계조차 남아있지 않은 엘피판이나 테이프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아날로그적인 인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저자와 나는 비슷한 나이대이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잘 이해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즐겨보곤 했었던 외화들. 맥가이버, 에어울프, 에이특공대, 불블문특급, 전격Z작전(51p). 지금은 방에 가만히 앉아서도 세계 모든 곳의 드라마를 볼 수 있고 우니라나 드라마 또한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이지만 어렸을 땐 왜 그렇게도 다른 나라의 특히 미국의 드라마들이 재미났는지.
저자가 언급한 드라마들 외에도 쥐를 먹는 장면으로 유명했던 브이도 있었고 천재소년 두기, 베벌리힐즈 아이들 같은 드라마들과 내가 좋아했었던 제너럴 하스피틀도 있었다지. 오래된 추억들을 끄집어 내어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 것이다. 나는. 슬프게도.
경영학과 재학중에 경연대회를 통해서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시작닿하게 된 저자는 외국에서 본격적인 음악가로써의 공부를 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것을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수도 있겠지만 시험방법은 궁금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직접 연주를 함으로써 보여준다고 하지만 작곡을 하는 경우는 어떤 시험을 보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채점이 되는지가 궁금했는데 그의 사진 한 장을 통해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재즈 작곡 수업에 제출한 과제물은 학생이 작성한 악보와 녹음된 시디를 공식 봉투에 제출하면 채점을 한단다.
지역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들을 모아서 펴낸 이 책은 여러 음악을 소개해주고 있다. 대부분이 팝음악들이고 우리나라의 음악은 몇 곡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음악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모르는 노래를 접해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자신이 속해 있는 푸디토리움의 음악과 푸딩의 음악도 소개하고 있어서 그의 음악이 낯선 나같은 사람에게 소개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하나는 글렌메데이로스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이다. 그의 노래라고는 딱 하나만 알던 나에게 not me라는 새로운 노래를 알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같은 가수의 새로운 노래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나는 일 아닌가.
영화음악을 하는 저자는 다른 영화음악가들에게 대해서도 소개를 해주고 있다. 특히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는 봤고 '문리버'라는 노래도 무진장 좋아하지만 정작 그 작곡가가 헨리 멘시시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다. 하나 더, 저자가 영화 허삼관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책을 읽을때는 조용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쥐죽은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 것이 책을 읽은 것과 비슷하다고 적어 놓은 글을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독과 정독. 두가지의 읽는 방법을 음악에다 비유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말이다. 많이 읽느냐 세세히 읽느냐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도 또한 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하나의 음악을 자세히 들으니 새로운 면이 보인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책을 읽고 또 읽고 다시 세세히 읽는다면 처음 그냥 읽었었을때는 지나갔었던 면을 새롭게 볼수도 있을 것이다.
한 아티스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쩌면 음악 팬의 가장 큰 즐거움일 수도 있다.(256p)는 소속사 사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만든 음악과 시간이 지난 음악과의 차이점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작가들의 데뷔작과 성공을 준 히트작이 다른 것을 보듯이 말이다.
푸디토리움의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음원이나 음반으로 듣기보다는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듣고픈 마음이 들었다. 무대가 따로 있지 않고 딱히 정자세로 반듯이 앉아서 들어야 하는 그런 음악회가 아닌 그들의 음악을 살아있는 채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