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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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인간들이 처음에는 전혀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때론 매력적일 뿐 아니라 언변이 뛰어나고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동시에 거짓말을 일삼는 음모의 귀재였고 자기 권리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강했다.(116p)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때부터 넬레에 홀딱 빠진 것은 아니었다. 독일 작가 책이 처음이라 지명도 낯설고 이름도 낯설고 헤매다가 끝이 났다. 이후 유럽스릴러들이 강세를 띄면서 조금은 익숙해졌고 타우누스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더 친숙해졌다. 물론 그 이후 다시 읽은 백설공주는 넬레의 팬이 될만큼 재미났고 이후로 피아 시리즈는 모두 모아두었다.

 

[산자와 죽은자] 이후 다시 보게 된 피아형사과 보겐슈타인. 넬레의 피아시리즈는 첫작품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페이지수가 점점 늘어난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때만 해도 3백 여페이지가 되던 것이 [산자와 죽은자]에 이르러서는 5백 페이지가 넘어가고 결국 이번 책은 두권으로 나누어져서 나오게 된다.

 

작가가 집필하는 동영상을 본 적 있다. 생각과는 다르게 몇 손가락을 사용해서 독수리 타법으로 하나하나 치면서  끊임없이 모니터와 자판을 번갈아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한권 쓰기 위해서 조사한 내용은 하나의 박스에 모두 정리해 둔다고 했다. 그런 열정이 있기에 이런 재미난 책을 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작가란 대단한 직업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서는 특이할 사항이 있다. 보겐슈타인이 휴직을 결심하고 맡은 마지막 사건이라는 것이고 피아와 함께 수사하는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겐슈타인은 드러내지 않지만 피아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반장님이 긴 시간 동안 쉬게 된다니까 불안하고 아쉽고 그런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이한 사실은 한가지 더 있다. 피해자와 용의자 등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보겐슈타인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주로 그와 동창인 사람들이 연속해서 등장을 하게 된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에서 살고 있어서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캠핑카에 화재가 나서 발견된 시체 한구. 수사팀은 캠핑카의 주인을 찾아가는데 요양원에 있는 주인은 다름아닌 반장의 친구 엄마였다. 그녀에게 무엇인가 묻고자 하나 잠이 들었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한다. 이 이루어지지 못한 만남이 사건에 어떤 타격을 가져오게 될까.

 

연속된 세개의 사건은 숨쉴 새 없이 독자들을 몰아붙이게 된다. 그런 가운데 보겐슈타인의 어렸을 때 이야기도 하나씩 서서히 드러난다.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 자신과 가장 친했던 친구, 자신이 우유를 먹여가면서 키웠던 여우. 잊고 있었던 사건들이 차츰 차츰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어린시절 있었던 사건을 기억해내기에 이른다.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실종되었던 친구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사건의 범인은 누구였을까. 십대소년들이 장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에 그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것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억울하게 당한 친구를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군다나 지금의 이 모든 사건들이 그때의 사건와 관련이 있다면 더더군다나 알아내어야 할일이다.

 

본 사건과는 다르게 어린 시절의 일을 다시 파헤쳐 보는 보덴슈타인. 그는 이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의 전말을 알아낼수 있을까. 부모님에게 들러 오래전 사진을 보게된 보겐슈타인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무엇이며 다락에 있는 그의 사진첩에서 발견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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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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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학교에 입학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대구로 갔다 다시 서울로 와서 죽 살다가 경기도로 빠져서 죽 살고 있는 나는 지방 사람일까 아니면 서울 사람일까.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한다면 지방사람일 될테고 오래 산 곳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세월이 거의 대부분이니 서울 사람일지도.

 

예전에 서울은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라고 할만큼 나름 무서운 곳이었다. 그만큼 사람도 많고 사기도 많고 좋지 않은 사람도 많으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나온 말일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 할지라도 나쁜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곳이 비단 서울만은 아닐텐데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 대도시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대도시들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 할 것 같다는 선입견에 여행을 가도 주로 외곽으로만 돌아다닌다. 일본 또한 몇번 갔지만 도쿄는 일부러 남겨두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런 도쿄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방에서 갓 올라온 새내기 나오코. 취직이 된 것도 아니고 학교에 입학하려고 올라온 것도 아니다. 단지 멋진 일러스트를 그리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만으로 덜컹 결정해 버린 도쿄행.

 

도쿄에 온 것은 가족여행, 친구와의 여행, 단체여행 뿐인 그녀가 가족도 없는 이 곳에서 잘 적응해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이 책의 즐거움이다. 이제 막 사화생활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심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막 서울생활을 하려는 청춘들이 있다면 더욱더 공감하면서 읽을 책임에 틀림없다.

 

막상 올라오기만 하면 무엇이든 잘 될것 같았으나 포트폴리오를 돌려도 연락오는 곳은 없고 결국 단기 알바전선에 뛰언든 나오코. 경험이 없으니 단순작업 즉 스시공장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하루종일 스시를 만들고 처진 몸으로 터덜터덜. 내가 이러려고 도쿄에 온 것은 아닌데라는 자괴심을 가질법도 했지만 그녀는 또 힘을 낸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서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수 있을까.

 

대도시에 사는 이점도 중간중간 나온다. 많은 상점들이 있어서 경쟁이 되니 조금 더 싼 물건을 쉽게 찾을수 있다거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많다거나 하는 점들이다. 지방에 살때 가장 불편한 점은 아무래도 대도시만큼 문화생활을 즐길수가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런 점은 확실히 대도시가 나을수도 있다.

 

나오코가 헷갈린 것처럼 정신없는 대중교통에 헤멜수도 있겠다. 아무리 지하철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나 볼때마다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복잡한 지하도에서 헤매다 보면 나가면 괜찮을까 하지만 나가면 더 복잡한 것은 당연한 사실. 나오코와 같은 나를 보면서 어쩌면 난 대도시에 알맞지 않은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대도시와 지방의 장단점은 저마다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인해서 지금 어느 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곳에 살고 있던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만족이다.

 

첫술에 배부르라는 법은 없다. 이것저저것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녀의 꿈에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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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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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과 나는 한살 차이가 난다. 연년생이다. 개월수로 따지면 한 15-6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 둘다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또래들보다는 한살씩 어린 편이다. 동생은 반수를 해서 또래 나이로 맞췄지만 나는 그냥 그대로 졸업을 했다. 물론 내가 누나다.

 

한때 같이 산 적이 있었다. 말그래도 둘이서만 . 내가 먼저 한국을 떠났고 동생은 제대를 하자마자 합류해서 부모님도 없이 둘이서만 살았던 적이 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달랑 둘이어서 그랬을까 서로 이해해 주려고 노력했고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방에서 같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밥해먹고 살았던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지하루와 준페이처럼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들이나 새로 사귄 친구들 얘기, 부모님 얘기, 공부 얘기 등. 아무래도 같이 산다는 것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더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어 준다. 아마도 지하루와 준페이도 같이 살게 되면서 더 가까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지하루는 책에서 소개하다시피 '사이다' 같은 여자다. 남자앞에서는 약간 내숭도 떨어주고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말을 붙여 볼 계기도 일부러 만드는 등 나름 계획적이고 치밀한 여자이면서 집에 와서 동생인 준페이 앞에서는 시원하게 모든 말을 다 하는 성격이다. 그런 누나를 보면서 동생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여자들은 무섭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조금은 있다. 왜 꼭 여자는 이래야만 하고 남자는 저래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다. 위의 컷처럼 '신호등에 파란불이 되었을 때 곧바로 걷기 시작하는 남자가 아니면 싫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공감을 해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곧바로'라는 말에 초점을 맞추어서 바로바로 실행하는 남자가 좋다라는 뜻으로 이해하긴 했지만 모호한 구석이 없잖아 있기는 하다.

 

'다시 태어나도 너와 형제가 되고 싶다.'라는 누나의 말에 동생은 제발 자신이 '오빠'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내가 키도 훨씬 더 크고 해서 분명 누나로 보였는데 동생이 먼저 결혼하고 아이도 둘이나 있고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동생이 더 오빠 같을때가 많다. 누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동생으로만 보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한살차이라도.

 

지하루와 준페이의 부모님이 돌아온신다. '내누나'는 여기서 계속 되지않을지도 모르지만 지하루가 결혼을 하고 준페이가 매형이 생겨서 또 새로운 누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누나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떨지 또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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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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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가운데 높다랗게 솟은 굴뚝. 그곳에서 연기가 솔솔나는 것을 보며 목욕합니다 라고 밖에 내놓은 간판을 보고 들어가 돈을 내밀면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종이조각을 준다. 그것을 들고 들어가 통에 넣고 옷을 벗고 문을 열고 탕에 들어간다. 옷을 벗는 순간은 늘 추웠고 가능하면 빨리 안개구름처럼 몽실한 수증기가 가득한 탕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체중계에 올라가기. 커다랗고 동그란 머리가 달린 체중계. 올라면 바늘이 휙휙 돌아가던 그 체중계는 요즘은 보기도 힘들어졌다. 아프다며 징징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뒤로  탕에 들어가서 몸을 불리라는 엄마들의 메마른 목소리가 뒤섞여나온다.

 

무어 그리 나올거라고 힘을 주어가면 빡빡 밀어댔는지 하나같이 목욕탕에서 나오면 너무 밀어서 새빨개진 몸뚱이를 자랑하곤 했었고 락커 앞에 있는 넓은 평상에 앉아 베지밀이나 바나나 우유 같은 것을 하나씩 먹으며 옷을 입었다. 추운 겨울 새벽 집에 돌아오면 머리카락이 다 얼어 고드름이 되어 있었고 조심스레 목도리를 뒤집어 쓰고 왔던 기억이 아직도 머리속에는 선명하다.

 

'목욕탕'이라는 이름은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다. 대신 찜질방이라는 이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짬잘방에는 목욕탕도 있지만 목욕만 따로 하는 곳은 잘 없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 사정은 그런데 일본의 사정은 어떨까. 일본은 몇번 갔었어도 동네 목욕탕은 가본 적이 없다.

 

온천은 가 본적이 있고 호텔에서 운영하는 온천도 가 보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목욕탕이리라. 샤워보다는 몸을 덥히는 용도로 사용되곤 하는 욕조 목욕을 즐겨하는 일본인들이니까 아직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 한 동네목욕탕이 있다. 행복목욕탕. 후지산이 그려진 그림을 바탕으로 한 목욕탕. 매일같이 굴뚝에서 솟아나는 연기를 보며 행복을 다짐하던 후타바. 보일러로 물을 덥혀서 내놓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아직도 나무를 이용해서 물을 덥힌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이 훨씬 더 부드럽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가. 나무로 물을 덥히면 그 물이 더 따스할까. 페목재를 이용한다고 해도 삼림자원이 점점 줄어가는 이 세대에 너무 사치스러운 것은 아닐까, 다른 대처 방안이라도 마련은 해둔 것일까 하고 온갖 걱정을 다하고 있다. 남의 일이야 하면서도 말이다.

 

항상 연기가 올라오던 목욕탕은 주인이 사라졌다는 것을 계기로 일년째 연기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아예 폐업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사연이 이 목욕탕에는 있는 것일까.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엄마와 아빠 그리고 딸 하나. 단란했던 가족이었다. 아빠가 그렇게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렇게 나가서 찾을 수 없는 그는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느라고 일년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 아침 엄마가 안고 깨워서 밥을 먹여서 학교 보내는 아이. 처음에 아이를 깨우고 머리모양을 매일 다르게 묶어주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초등학생일거라고 생가했다. 요즘은 중학생만 되도 아무도 자신의 머리를 엄마에게 맡기지 않으니 말이다. 알고보니 고등학생 딸.

 

우리나라 고등학생중에 아침마다 가만히 앉아서 엄마가 묶어주는 머리모양을 하고 학교에 가는 아이가 있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거기다 스포츠브라라니. 작가는 딸의 나이를 너무 높게 잡았거나 아니면 딸이 왕따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형태를 만들어놓앗았다. 아무리 착한 딸이고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딸이라 해도 말이다.

 

그런 점을 그냥 넘겨버린다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행복하며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생각보다 막장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이미 신문에 났었던 영화 리뷰 기사로 접했다. 그래서 어떤 요소들이 숨어 있는지 궁금했다.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될지도 알고 싶었고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인연은 어디서 올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그런 인연들이 모여서 더 큰 사회를 만들어 가기도 하는 법고. 여러 관계들이 모여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이 또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간다. 이 행복목욕탕이 아직도 존재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들의 행복이 이 목욕탕을 통해서 영원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목욕탕으로 인해서 그 마을 자체가 모두 행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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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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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어감이 참으로 귀엽다. 입속에서 계속 되감아 가며 말해보게 된다. 보노보노보노보노. 무언가 동그란 물건을 나타날때 쓰는 말 같기도 하다. 솔직히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보노보노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을 먼저 말하자. 작가가 그렇게도 좋아하고 감동받았던 만화 보노보노를 난 전혀 몰랐다. 토토로는 알았어도 말이다.

 

뒷편 책날개에 붙어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먼저 읽어본다. 주인공인 보노보노를 비롯해서 그의 아빠. 그리고 자주 지내는 친구들 포로리와 너부리등 중요 인물 아니 동물들이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나처럼 모르는 사람이라면 먼저 이 설명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보노보노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자신의 일상에 비추어 담담하게 적어 내려 간 글은 보노보노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짧은 컷들의 만화를 통해서 그 책이 어떤 것인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재미있게 놀지 않아도 괜찮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길에 어느새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게 진짜 친구 아닌가. 단, 진짜 친구라면 두 사람 모두 비슷하게 편안한 얼굴을 할 수 있어야 겠지.(37p) 

 

그들은 관계를 향해 전력 질주하기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는 걸 즐긴다. 섬광 같은 매력보다 같이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선호한다. 마치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31p) 

친구와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조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저녁에 한시간 있는 있는 일로 인해서 주말 하루를 통으로 날려 버리는 셈이라 그럴 바에는 다음에 만나자면 미루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는 언제 보아도 어제 본 듯이 편하다.

 

헤어질 때면 보노보노의 아빠와 친구 아저씨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헤어진다. 그 친구의 얼굴까지 추적해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친구도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전력질주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친구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 우리는 진짜 친구다.

 

작가의 잘난 척을 더는 봐 줄 수가 없었다. 잘난 척이 심한 책은 도무지 읽기가 힘들다. 특히 왜 잘난 척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잘난 척 할때는 더 그렇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더욱 공공연하게 잘난 척할 필요가 있어 책을 쓴 건 알겠는데, 이 평화로운 밤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잘난 척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맞다. 나는 배배  꼬인 독자다.(311p)

약간 느슨하게 읽고 있던 마음에 깊이 공감을 남겨준 글이다. 작가는 작가이면서 또한 독자다. 독자의 입장에서 다른 작가를 이리도 시원하게 깔(?) 수 있을가. 그녀가 읽는 글이 무엇일까. 심히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친하다면 찾아가서 몰래 물어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작가님 그 잘난 척 하던 책이 도대체 우엇이었나요? 하고 말이다.

 

나 또한 작가가 잘난 척을 대놓고 해 놓은 책은 읽기가 싫다. 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랄까. 물론 잘났기에 책도 쓰겠지.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꼬인 독자라고 했나. 나도 그리 만만하게 대충 보는 독자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 내 성격을 드러내면 일과 인간관계 모두 엉망이 될 것 같아 적당히 숨기고 사는 거뿐이다. 숨기고 살아온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가끔은 그 성격이 진짜 내 성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조차 나를 속이며 사는 셈이다.(231p) 

너무너무너무 공감했다. 나도 내 성격을 다 드러내고 사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나도 내 성격을 숨기고 살아왔을 것이다. 적어도 밖으로 드러난 것은 말이다. 그러므로 인해서 사람들이 본 나와 가족들이 보는 나는 확연히 모습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좋게만 대해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까.

 

내 친구는 나의 어떤 모습을 알고 있을까. 적어도 친구들 앞에서는 나의 본모습이 보여지는 것이길. 오래된 시간 만큼 서로의 본모습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로의 본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지 않았기에 우정이 오래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간에 적당한 거리조절은 필요한 법이다. 친구든 가족이든 하다못해 연인이라 하더라도.

 

보노보노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를 보며서 그 친구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궁금해졋다. 보노보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작가는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토록 작가가 믿는데는 분명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궁금해졌다. 작가의 책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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