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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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어감이 참으로 귀엽다. 입속에서 계속 되감아 가며 말해보게 된다. 보노보노보노보노. 무언가 동그란 물건을 나타날때 쓰는 말 같기도 하다. 솔직히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보노보노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을 먼저 말하자. 작가가 그렇게도 좋아하고 감동받았던 만화 보노보노를 난 전혀 몰랐다. 토토로는 알았어도 말이다.

 

뒷편 책날개에 붙어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먼저 읽어본다. 주인공인 보노보노를 비롯해서 그의 아빠. 그리고 자주 지내는 친구들 포로리와 너부리등 중요 인물 아니 동물들이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나처럼 모르는 사람이라면 먼저 이 설명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보노보노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자신의 일상에 비추어 담담하게 적어 내려 간 글은 보노보노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짧은 컷들의 만화를 통해서 그 책이 어떤 것인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재미있게 놀지 않아도 괜찮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길에 어느새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게 진짜 친구 아닌가. 단, 진짜 친구라면 두 사람 모두 비슷하게 편안한 얼굴을 할 수 있어야 겠지.(37p) 

 

그들은 관계를 향해 전력 질주하기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는 걸 즐긴다. 섬광 같은 매력보다 같이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선호한다. 마치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31p) 

친구와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조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저녁에 한시간 있는 있는 일로 인해서 주말 하루를 통으로 날려 버리는 셈이라 그럴 바에는 다음에 만나자면 미루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는 언제 보아도 어제 본 듯이 편하다.

 

헤어질 때면 보노보노의 아빠와 친구 아저씨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헤어진다. 그 친구의 얼굴까지 추적해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친구도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전력질주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친구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 우리는 진짜 친구다.

 

작가의 잘난 척을 더는 봐 줄 수가 없었다. 잘난 척이 심한 책은 도무지 읽기가 힘들다. 특히 왜 잘난 척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잘난 척 할때는 더 그렇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더욱 공공연하게 잘난 척할 필요가 있어 책을 쓴 건 알겠는데, 이 평화로운 밤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잘난 척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맞다. 나는 배배  꼬인 독자다.(311p)

약간 느슨하게 읽고 있던 마음에 깊이 공감을 남겨준 글이다. 작가는 작가이면서 또한 독자다. 독자의 입장에서 다른 작가를 이리도 시원하게 깔(?) 수 있을가. 그녀가 읽는 글이 무엇일까. 심히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친하다면 찾아가서 몰래 물어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작가님 그 잘난 척 하던 책이 도대체 우엇이었나요? 하고 말이다.

 

나 또한 작가가 잘난 척을 대놓고 해 놓은 책은 읽기가 싫다. 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랄까. 물론 잘났기에 책도 쓰겠지.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꼬인 독자라고 했나. 나도 그리 만만하게 대충 보는 독자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 내 성격을 드러내면 일과 인간관계 모두 엉망이 될 것 같아 적당히 숨기고 사는 거뿐이다. 숨기고 살아온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가끔은 그 성격이 진짜 내 성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조차 나를 속이며 사는 셈이다.(231p) 

너무너무너무 공감했다. 나도 내 성격을 다 드러내고 사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나도 내 성격을 숨기고 살아왔을 것이다. 적어도 밖으로 드러난 것은 말이다. 그러므로 인해서 사람들이 본 나와 가족들이 보는 나는 확연히 모습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좋게만 대해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까.

 

내 친구는 나의 어떤 모습을 알고 있을까. 적어도 친구들 앞에서는 나의 본모습이 보여지는 것이길. 오래된 시간 만큼 서로의 본모습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로의 본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지 않았기에 우정이 오래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간에 적당한 거리조절은 필요한 법이다. 친구든 가족이든 하다못해 연인이라 하더라도.

 

보노보노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를 보며서 그 친구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궁금해졋다. 보노보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작가는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토록 작가가 믿는데는 분명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궁금해졌다. 작가의 책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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