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심장 2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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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약하다. 하지만 유리는..... 너무도 아름답다. 우리는 그런 유리심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339p)


작가후기를 보니 개정판이 나와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대 당시에는 영어로 표현했던 전문용어들을 한국말로 바꾸는 수정을 많이 거쳤고 사회적인 변화에 맞춰서 전체적인 맥락이 조금씩은 변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시대적인 배경에서 어색했던 부분을 바꾸어야 했던 것이다. 가령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된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조금 더 집중해서 읽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심효인 그리고 장진환. 각 이름의 성만 따서 읽으면 '심장'이 된다. 필연적으로 그들이 흉부외과 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였고 그들이 헤어질 수 없는 이유였으며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발향을 짚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려서부터 나란히 친구로 지내온 한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 어린시절에는 친구라 생각했지만 그 관계가 어느순간부터 바뀌게 된다. 아니 진환의 마음속에서는 친구라는 것은 효인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패였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좋아했던 마음은 있었으나 그의 성격상 드러내지 않고 그녀가 준비되기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불이 붙은 두사람. 남들과는 달리 알아가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랜시간 서로를 알아왔기에 더 연인이라는 관계가 쉬울것이라 생각도 되지만 효인은 혹시나 잘못될 경우 친구도, 애인도 다 잃을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쉽게 친구에서 연인의 길을 넘어오기 힘들어 한다. 


한때 친구찾기 사이트가 유행을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도 이 주인공들과 같은 경우가 아니었을까? 사랑을 겁내하는 여자와 사랑에 돌격하는 남자. 누구에게나 차갑게 보이고 틈을 줄 것같지 않은 진환은 효인에게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의 그 편안한 표정은 효인에게만 보여지는 특유의 표현일 것이다. 


작가는 요철과 같은 관계라고 그들 둘을 설명하고 있다. 누구 하나 튀어 나온 구석이 있으면 누구 하나는 들어가줘야 잘 맞아 떨어지는 법이다. 둘다 뾰족하니 튀어나와도 서로 결이 어긋나기만 할 것이고 둘이 오목한 부분만 가지고 있어도 한업이 겉돌기만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딱 들어맞는 짝인 효인과 진환. 


그렇다. 나는 너를 공기했다. 그리고 너 역시 나를 공기했다.(100p)


사랑이라는 단어말고 '공기'라는 단어를 써서 그들 둘의 관계를 작가는 표현해 놓았다. 물이 없이는 어느 정도 살아도, 음식이 없이는 더 오랫동안 살아있을 수 있어도 단 한순간도 없으면 살 수 없는 그런 공기. 그 둘의 관계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내 공기는 어디쯤 떠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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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심장 1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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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환은 곁에 있는 게 당연한 '친구'지, 연인이 될 '남자'는 아니었다. (337p)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라는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친구관계에 있어서 굳이 남자와 여자라는 성을 따진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 친구라는 관계는 서로간에 이성적인 관심이 없을때만 성립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서로가 이성적으로 느끼는 순간 그 친구라는 관계는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법이다. 흔히 말하는 남사친이나 여사친은 정말 말 그대로 이성적인 감정이 느끼지 않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니 동성간의 친구보다는 유지하기가 어려운 법이기도 하고 그런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어 평생 함께 할 친구가 되기도 한다.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가장 좋은 연인관계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잘보이고 싶고 이쁘게 보이고 싶은 감정이야 백번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것은 단지 짧은 시간 만나는 것일뿐 모든 생활을 공유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같이 있어서 편하고 재미나고 즐거운 그런 관계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친구같은 그런 커플이나 부부가 가장 바람직한 관계일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하거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바라기도 할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므로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다.

 

효인과 진환. 효인의 엄마는 진환의 엄마의 환자였다. 그렇게 병원에서 만났던 관계였다. 효인의 엄마는 끝내 살지 못했지만 효인에게는 진환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남자보다도 더 왈가닥이던 효인. 그런 그녀를 묵묵히 지켜주는 것은 진환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관계는 친구였다. 누구 하나 더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이. 그런 그들이 같은 전공을 택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을수도 있다.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유학을 떠난 진환과 한국에서 공부하는 효인. 그들에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친구사이를 유지한 채 이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는 한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게 된 둘. 그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만 생각하며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을까? 누가봐도 잘 어울리는 그 둘이 친구라는 관계로 묶여있기에는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싶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자신들만 모르고 있을 뿐 그둘의 관계에도 봄이 온다.

 

한국드라마는 변호사가 주인공이면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의사가 주인공이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회사원이 주인공이면 회사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외과 의사인 주인공이 둘이나 있으니 병원이 배경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작가는 많은 리서치를 통해서 전문성을 구성하고자 했고 그런 점이 미주나 각주에서 엿보인다. 의학드라마를 통해서 독자들의 눈이 많이 높아진만큼 그런 니즈를 맞추려고 노력한 면이 돋보인다. 심장의학과를 중심으로 했던 드라마 <뉴하트>가 생각난다. 봄이 온다고 느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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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바가지 3 - Novel Engine POP
아키카와 타키미 지음, 시와스다 그림,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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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살 수 있는 술과 어느 집에서든 내놓을 수 있는 요리로 돈을 버는 우리 가게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바가지. (7p)라는 아버지의 말버릇을 따 손님들이 붙여준 이름 [바가지]. 이곳에서는 술과 음식을 판다. 그저 음식만을 파는 술으로 파는 음식점이라면 아무데서나 지극히 많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단골로 이곳에 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물론 음식이 맛있고 그에 따른 좋은 술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것은 음식점의 기본조건이다.

 

요리를 하는 미네와 청소와 보조를 담당하는 카오루. 부모없이 자매가 운영하는 이곳, 여느때와 다름없이 포렴을 내걸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여느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지만 이곳 바가지에서의 음식은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 화려하거나 하지는 않아도 그 속에는 손님들을 위하는 미네의 마음이 담겨있다.

 

혹시나 나이 든 노인이 병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할까 식단을 걱정하기도 하고 조금 힘들어 보이는 손님이 있다면 그 마음까지 기분까지 고려해서 음식을 권하고 술을 내준다. 미네라는 주인장으로 인해서 손님들을 더욱 기분좋게 먹고 마시고 돌아가는 셈이다.

 

왔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어 돌아갈 수 있는 장소, [바가지]는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이길 바란다. 많은 손님이 바가지는 자기 집처럼 평안한 장소라고 말해준다. 정보도 고민도 공유하고 기쁨과 슬픔도 나눈다.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123p)

 

때로는 그 선이 어디까지일지 생각을 해야만 한다. 아무리 단골이라 하고 아무리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손님도 있는 법이고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가족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드러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해버릴수도 없다.

 

조금만 더 참견을 하면 오지라퍼가 되어 버릴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자니 마음 착한 미네의 입장에서는 걸리는 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사건들도 발생을 한다. 그 적당선이 중요한 법이다. 마음을 끓이던 미네에게 단골 손님은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음식점이 있다면 당신은 단골이 되고 싶을가까 누군가와 함께 들러도 좋을 것이고 혼자여도 좋다. 그곳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아기고양이 다섯마리를 나란히 입양하는 손님들이 어디 흔하겠는가 말이다. 그냥 두면 죽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구출해서 한마리씩 나눠서 키우는 손님들. 급기야 고양이들과의 모임을 주선하게 이른다. 실제로도 가능할까 하지만 어디에선가 이른 비슷한 음식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알고 있는 북카페 하나가 생각이 났다. 그곳의 주인장도 미네와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사람들을 좋아해서 한번 그곳에 들리기만 하면 모두들 단골이 되어 버린다는 그 장소.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주던 그 북카페. 한번 자리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어서 개미지옥이라 불리던 그 카페. 아마도 카페주인의 마음도 미네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바가지를 씌우지 않은 [바가지]라니 간판사기라고.(186p)

 

우리는 흔히 바가지 썼다 라는 말을 한다. 제값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다는 뜻이다. 물건일 때도 있고 서비스일 때도 있다. 그런 바가지라는 명칭을 내걸고 이름으로 만들어 버린 음식점 바가지. 이름은 그럴지언정 이 곳에서는 절대 바가지 쓸 이유는 없을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동한다. 아니 설령 바가지를 썼다 하더라도 이곳에서의 바가지는 기분좋게 쓴 바가지일수도 있다. 좋은 친구들와의 기분 좋은 만남. 그런 시간을 보낼수만 있다면 바가지쯤이야 괜찮지 않은가.

 

최근 읽었던 [투명카멜레온]에서는 IF라는 이름의 바가 나왔었다. 바가지에서 1차로 밥을 먹고 IF에서 맛난 칵테일을 마시며 2차를 한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풀코스일 것만 같다.

같이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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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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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두마리에 시바견 한마리, 어디서 굴러 들어온 큰 고양이 한마리에 거북이 열마리, 거기다가 비둘기 가족들까지 동물들로 가득한 이 집은 과연 인간이 사는 집인지 동물들이 사는 그들의 집인가도 궁금해지는데 이번에는 너구리 가족들까지 몰려왔다. 동물들끼리도 의사소통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는 동물이 사는 집에 인간이 얹혀 살고 있는 형국이다.


< 저 너구리 가족이 왜 저리 드러누워 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보시라!!! 

반드시 빵하고 웃음이 터질것이다. 분명!!!! >


콩알이 팥알이가 돌아왔다. 1권에서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고양이들은 정말 금방 큰 어른 고양이가 되어 버린다. 그 과정을 직접 몸소 체험한 바 있기에 두려웠다. 이렇게 귀여운 요 녀석 둘이 변신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작가는 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8권이 되어도 요 녀석들은 그 귀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일 수 밖에 없다. 진짜 그림의 저 모습 그대로의 두마리라면 누구라도 이뻐할 것임에 틀림없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시바견 두식이도 여전하다. 늠름한 모습 그대로 말이다. 아니 보기에는 그러하나 고양이들과 생활하는 것에 몸에 배인 이 녀석은 고양이들의 행동을 따라한다. 물론 금세 제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용기가 있다기보다느 애교가 많고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편에서는 다이어트로 인하여 절망 필사적으로 고통을 이겨내게 되는데 두식이의 다이어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저 연필로 몇번 휙휙 그은 것 같은 것 뿐인데 어느틈에 귀여운 콩알이와 팥알이가 그려져 있다. 그저 몇번 연필을 뉘여서 색칠한 것 같은데 두식이가 완성되어 있다. 종이와 연필이 주는 느낌은 편안하다. 눈에 자극도 주지 않고 부담감이 없어서 더욱 집중해서 읽는다. 하나하나의 스토리에 빠져들어서 읽다보면 어느새인가 콩알이와 팥알이의 팬이 되어 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진다. 아, 물론 가끔씩은 집안을 온통 어질러 놓는일이 있다 하더라도 좀 참아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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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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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김유선, 들어오세요."

잠시 후, 옆문이 열리며 교도관들의 사이에 끼어 푸른 수의를 입은 김유선이 들어왔다. 법대를 향해 인사를 꾸벅하고는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변호사 옆자리에 앉았다.


딱 여기까지 읽고 일단 읽던 걸음을 멈췄다.상상을 해본다. 법정 안. 재판관 세명이 법대 위에 앉아있고 반대편으로는 검사가 법복을 입고 있다. 이쪽으로는 변호사가 있다. 그리고 방청객들. 그 속에 수의를 입은 한 여자. 이 여자는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에게 내려지는 선고는 어떤 것일까. 딱 38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머릿속을 떠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현실 속에서 있었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책장을 넘긴다.


판사이면서도 추리소설을 썼던 도진기 작가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제는 공직을 떠나 변호사로 돌아온 작가다. 그가 판사직에 있으면서 썼던 추리소설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약간 그 행보를 달리한다. 뒷표지와 작가후기에서도 미리 말해두고 있듯이 이 책은 법정소설이다. 


사람이 죽은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검사와 변호사가 팽팽히 맞서고 그 가운데 판사가 중재를 하고 변론을 듣고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추리소설을 기대했지만 새로운 분야의 소설로 말미암아 더욱 흥미가 동하게 된다.


제목이기도 한 '합리적 의심'은 법정용어로 의심스러운 상황인 경우에는 전적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근거해서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 즉 합리적인 의심이 존재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판결로 인해서 무죄인 피고인이 고통을 받을까 우려해서 만들어 놓은 원칙인 셈인데 이번 경우에는 오히려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이 판사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여기 술에 취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그들은 손에 또 술을 들었다. 투숙한 두명. 시간이 지난후 카운터에 전화가 온다. 남자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를 해달라는 것이다. 부리나케 올라가보니 남자가 숨을 쉬지 않고 있다. 업고 뛰는 중에 구급대를 만나서 옮겼지만 결국 그 남자는 며칠이 지난 후 숨을 거두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여자가 의심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도 그 부분은 지적하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가 술에 취했고 젤리를 먹으려다가 목에 걸렸고 자신이 빼내려고 했다고 주장을 한다. 남자는 그대로 화장되어 버렸고 그 누구도 부검을 의뢰하지 않았다. 그 이후 보험금이 그여자에게 지불되었고 그제서야 그 여자의 범행이 물위로 드러났다. 


분명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어떠한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다. 증거가 있었다 한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시간이 흘러 증명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은 일부 증인들의 말로만 대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는 무엇을 근거로 그녀에게 유죄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이런 사건은 누가봐도 판결을 내리기가 어렵고 심적으로 무거운 짐이 된다. 여론에 따라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서 균형을 잡고 결론을 내려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삼인의 판사 그중 다수결로 내려지는 판결. 저 여자는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드라마 한편과 책 한권이 떠오른다. 판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와 공지영 작가의 [해리]다. 김유선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계속 묘하게 연상되는 해리다. 드라마는 판사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자연스레 연상이 된다.


전직이 판사였던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법정신들을 차분히 그리고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고 논거를 주장하는 검사와 변호사들. 그리고 모든 것을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판사들. 법정드라마의 적격인 작가가 그려냈기에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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