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심장 1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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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환은 곁에 있는 게 당연한 '친구'지, 연인이 될 '남자'는 아니었다. (337p)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라는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친구관계에 있어서 굳이 남자와 여자라는 성을 따진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 친구라는 관계는 서로간에 이성적인 관심이 없을때만 성립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서로가 이성적으로 느끼는 순간 그 친구라는 관계는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법이다. 흔히 말하는 남사친이나 여사친은 정말 말 그대로 이성적인 감정이 느끼지 않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니 동성간의 친구보다는 유지하기가 어려운 법이기도 하고 그런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어 평생 함께 할 친구가 되기도 한다.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가장 좋은 연인관계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잘보이고 싶고 이쁘게 보이고 싶은 감정이야 백번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것은 단지 짧은 시간 만나는 것일뿐 모든 생활을 공유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같이 있어서 편하고 재미나고 즐거운 그런 관계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친구같은 그런 커플이나 부부가 가장 바람직한 관계일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하거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바라기도 할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므로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다.

 

효인과 진환. 효인의 엄마는 진환의 엄마의 환자였다. 그렇게 병원에서 만났던 관계였다. 효인의 엄마는 끝내 살지 못했지만 효인에게는 진환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남자보다도 더 왈가닥이던 효인. 그런 그녀를 묵묵히 지켜주는 것은 진환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관계는 친구였다. 누구 하나 더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이. 그런 그들이 같은 전공을 택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을수도 있다.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유학을 떠난 진환과 한국에서 공부하는 효인. 그들에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친구사이를 유지한 채 이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는 한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게 된 둘. 그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만 생각하며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을까? 누가봐도 잘 어울리는 그 둘이 친구라는 관계로 묶여있기에는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싶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자신들만 모르고 있을 뿐 그둘의 관계에도 봄이 온다.

 

한국드라마는 변호사가 주인공이면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의사가 주인공이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회사원이 주인공이면 회사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외과 의사인 주인공이 둘이나 있으니 병원이 배경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작가는 많은 리서치를 통해서 전문성을 구성하고자 했고 그런 점이 미주나 각주에서 엿보인다. 의학드라마를 통해서 독자들의 눈이 많이 높아진만큼 그런 니즈를 맞추려고 노력한 면이 돋보인다. 심장의학과를 중심으로 했던 드라마 <뉴하트>가 생각난다. 봄이 온다고 느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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