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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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네번째 이야기가 조금 늦게 출간되었다. 기다린만큼 보람도 있고 기대감이 들어서 더욱 좋다. 특히 이번에는 표지가 확 바뀌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가던 기존의 표지에서 컬러부터 완전히 달라져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기분좋은 초록초록이다.


<사진 - 네이버 검색>

이상의 오감도이다. 나는 <오감도> 뿐 아니라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의 작가로 이상을 알고 있었다. 약간은 어려운 그리고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약간은 괴상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였기에 작가는 필연적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혼자서는 심심하니 그를 도와줄 친구인 작가 구보를 같이 콤비로 붙여준다. 

시리즈 첫편인 1권부터 3권까지 모두 읽었지만 앞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하지는 않는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이 펼쳐지고 앞의 책과는 주인공만 같을 뿐 연결성이 없으니 이 책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이상은 다방을 하는 금홍을 애인으로 두고 있으며 그 다방을 아지트로 삼아서 사건을 의뢰받고 그곳을 중심으로 구보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맡겨지는 의뢰는 다양하다. 사라진 사람을 찾아달라는가 하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달라기도 하고 그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의뢰도 있다. 

이런 것은 경찰에서 해야 하지 않을가 싶은 사건들은 경찰과 더불어 일을 하는가 하면 오히려 경찰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들은 지금과 비교해서 전혀 다를바 없다. 사람이 사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이 크게 다르겠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작가는 많은 사전작업들과 조사를 통해서 실존했던 사건들과 주인공들을 픽션과 잘 믹스시켜 두었다. 어디까지가 실존했던 사건이고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줄 모르게 말이다. 그 섞임이 오묘해서 각각의 다른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도 맛있는 음식들을 잘 섞어서 더욱 맛나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하고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속 내용들은 현재의 사건들과 이질감이 없이 동화된다. 거기다가 얼굴을 우락부락하고 어깨가 매우 넓은 가슴팍과 상박이 꽉 끼는 옷을 입은(341p) 마인석 사장은 이름부터 얼굴과 몸에 이르기까지 영화배우 마동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님은 마동석 배우의 팬일까.

그런가하면 우체국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낙서들 또한 지금과 비슷한 면을 많이 보인다. 단지 그 내용이 다를 뿐이다. '이완용 바보'부터 시작해서 '일본타도' 그리고 '대한독립만세'에 이르기까지(127p) 그때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글 속에서 녹여서 보여주는 것이다. 

74페이지에서 나오는 보드게임은 또 어떠한가. '대동아게임'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일제가 점령한 국가나 예정인 나라들의 특산품을 연결해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현재라는 틀 속에 과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과거라는 틀 속에 현재를 담고 있기도 한 믹스앤 매치가 전반적으로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일제치하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이상과 구보 콤비의 활약도 계속 볼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여성작가 탐정이 나온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세명의 합작이 이루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이상의 애인인 금홍이도 어느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금홍이도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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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도쿠 2 : 고급.최상급 (스프링북) - 뇌세포를 깨우는 두뇌 운동 퍼즐 게임 스마트 스도쿠 2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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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한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책이 읽는 존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주는 요소로도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 시초가 된 것은 아마도 컬러링북이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칠해보았던 색칠하기 그림책. 그림이 다 그려지 있어서 칠하기만 했던 그 그림책의 성인판이라 할 수 있다. 색칠하기 책에 번호가 적혀져 있어서 그 번호대로만 색칠하면 되던 기억도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림을 못그린다 하는 사람도,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 하더라도 누구가 즐겁게 색칠할 수 있었던 장점을 가진 컬러링 북. 하지만 이 분야에도 금손들은 존재했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이쁘게 칠하던지 전문가들의 그림이라 해도 좋을만큼 존재감 있는 그림들이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나오게 된 것이 스티커북이다. 컬러링 보다 헐씬 더 단순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 적어도 색연필이라도 준비물이 필요하던 컬리링과는 달리 스티커북은 이 책 한권이면 모든 것이 만사오케이다. 그저 떼어서 붙이면 멋진 그림들이 나타난다. 여기에도 금손들은 물론 존재하지만 컬러링북과는 달리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이 외에도 펀한 책들은 많다. 미로찾기, 다른 그림찾기, 숨은 그림찾기 등 각종 찾기 시리즈와 더불어 스도쿠나 로직같은 퍼즐 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재미난 책들이 존재하므로 책은 꼭 읽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구시대적인 발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최근 로직에 빠져서 정말 밤새는 줄 모르고 풀었다. 기본형태인 블랙로직의 형태로서 고급을 풀었더니 박스의 크기는 작아지고 숫자는 늘어나서 숫자대로 칸수를 세다 보면 눈도 어질어질 하지만 모든 칸을 다 채워넣고 난 이후에 드러나는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정말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뿌듯함이다. 


이런 숫자펴즐의 원조는 스도쿠라 할수 있다. 숫자 퍼즐이라 하더라도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숫자만 집어 넣으면 되는 것임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 초보자용 스도쿠는 눈으로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는 3*3을 원칙으로 하지만 변형스도쿠라고 해서 전개도 모양으로 펼쳐진 스도쿠도 있고 이 책의 가장 뒤편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개의 스도쿠가 문어발 처럼 연결된 사무라이 스도쿠도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나오는 변형 스도쿠는 가로 세로 뿐 아니라 아니라 대각선까지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것들도 있고 홀수와 짝수처럼 일정한 조건을 두어서 더 난이도를 높인 문제들도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총 180개의 문제를 고급과 최상급으로 나누어서 구성해 놓고 있다. 내가 선택한 문제는 고급의 마지막 번호인 90번 문제였다. 워낙 많은 스도쿠 책들을 가지고 있고 풀기도 많이 했던 터라 자신 있게 시작했었는데 어라, 예상이 빗나갔다. 단 두개의 숫자를 쓰고 난 이후 머리가 명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해도 어디에도 숫자를 넣을 수 있는 칸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칸은 존재했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고 하자. 빈칸의 갯수도 많으니 당연히 확률도 떨어지는 법이다. 숫자 하나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는 작게는 두개부터 많게는 대 여섯개가 되고 나니 어디에 뭘 넣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책의 제일 앞부분에 적힌 설명대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써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실마리가 하나 생겼다. 빈칸에 들어갈 숫자 하나를 파악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연달아 잘 풀려나가지는 않았다. 이것은 초급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나 넘어가면 다시 큰 산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산을 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결국 끝내 모든 것을 답을 보지 않고 완성했다. 비록 문제지는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종이가 아니어서 오래 보고 있어도 눈이 아프지 않다. 연필로 숫자를 적는 사각사각 소리가 정답다. 스도쿠는 그야말로 행복을 주는 책이다. 비록 많이 어렵더라도 도전감을 남겨주니 그마저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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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도쿠 1 : 초급.중급 (스프링북) - 뇌세포를 깨우는 두뇌 운동 퍼즐 게임 스마트 스도쿠 1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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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많은 사람둘에게 알려진 숫자퍼즐 스도쿠. 가로로 세개, 세로로 세개, 총 9개의 큰 박스 속에 숫자들을 겹치지 않게 집어 넎으면 완성되는 퍼즐입니다. 어떻게 푸는 것인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래도 있는 것 같아 초급이 나온 김에 한 단계씩 설명을 해보려 합니다.


스티커북으로 유명한 싸이프레스에서 이번에 나온 스마트 스도쿠는 초급과 중급을 묶어서 1권으로 하고 고급과 최상급을 묶어서 2권으로 해서 두권의 시리즈로 내고 있으니 자신의 단계에 맞춰서 선택을 하면 되겠습니다. 단 이 책들은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비해서 난이도가 조금 있는 편이니 생초보다 하시는 분은 3*3이 아닌 2*2나 6*6을 먼저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총 180개의 문제가 수록되어 있고 난이도에 따라서 90개씩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이 문제는 초급의 가장 마지막 문제인 90번 문제입니다. 마지막 문제라서 그런지 눈으로만 한번에 풀어지지는 않았고 약간 막히는 부분도 한번쯤 있었습니다. 그래도 10분 안에는 다 풀렸습니다.


가장 위 왼쪽 사진을 보면 빈 박스에 제가 5와 8을 적어 놓은 것이 보일 겁니다. 가장 밑에 있는 가로 줄과 그 위에있는 가로 줄을 보면 5가 각각 존재하는 것이 보이죠. 즉 하나 남은 5는 의심할 바 없이 빈칸이었던 자리에 들어가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5를 써 넣었습니다. 


같은 박스에서 이번에는 세로 줄을 확인해봅니다. 제가 5를 쓴 세로 줄, 즉 5바로 위에 8이 보일 겁니다. 그리고 그 왼쪽 세로줄에도 역시 8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하나 남은 빈칸에는 당연히 8이 들어가면 되겠죠. 그래서 8을 습니다. 이로써 가장 밑의 세개의 박스 중에서 가운데 박스는 비어있던 네개의 칸에 5와 8을 넣고 두칸이 남았습니다. 


1~9까지 숫자를 넣는 것이니 빈칸에 들어갈 숫자는 바로 4와 7이 되겠네요. 어디에다 넣으면 좋을까 하고 가장 밑에 가로 줄을 확인했더니 왼쪽 박스에 4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따라서 비어있는 두칸 중에서 가장 밑에 있는 칸에는 4를 넣을수가 없게 됩니다. 숫자가 겹치면 안 되니까요. 그렇다면 제일 가운데 박스에 4를 넣고 나머지 박스에 7을 넣습니다. 짜잔. 9개의 박스중에서 가장 밑에 중간에 있는 박스에 모든 숫자가 채워 졌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옆에 있는 칸들에게 숫자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두개의 숫자가 어디에 들어갈지 모를때는 일단 패스. 초급이므로 그렇게 헷갈리는 숫자의 조합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확실한 숫자들을 먼저 넣고 나중에 다시 하면 됩니다. 지금 이 문제 같은 경우에는 중간 박스를 먼저 채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중간 줄에 숫자가 많이 들어간 것이 보이실 겁니다.



완성했습니다~ 스마트 스도쿠의 장점은 문제마다 큐알코드가 있어서 폰만 있으면 바로 답이 확인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뒤에 답지를 따로 편집해두었지만 하나하나 넘겨보기 힘드니 이 편이 훨신 더 편하군요. 큐알코드를 찍으면 출판사 블로그가 나오면서 이렇게 답이 나오게 됩니다. 답을 맞춰야 하는 부분만 컬러로 칠해져 있으니 보기도 쉽네요. 숫자를 하나씩 집어 넣어 다 맞추고 나서의 쾌감은 실제로 문제를 풀어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겠죠. 자 스도쿠 한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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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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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없이 살자! >


선생님, 하루하루를 소중히 하세요. 누구나 죽게 되어 있고,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 정도가 딱 좋지 않나 싶어요. (210p)


당신은 이제 얼마후에 죽습니다.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생각일까,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생각일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일까.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이런 소리를 들어보지 않아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단지 꽤 묵직하게 한방 크게 맞는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남편의 그녀]를 읽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을 쓰는 작가구나 라는 생각외에 별다른 인상을 깊이 남기지 않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살인마잭의 고백]처럼 한권 나오고 잊혀지나 싶다가 계속해서 줄기차게 나오듯이 가키야 미우의 책도 릴레이 경기를 하듯이 한 권의 책이 나오고 조금 잊힐만하면 바로 다음 책이 나와주고 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나 [결혼상대는 추첨으로]에서처럼 아예 처음부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가공의 조건들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40세, 미혼출산]이나 [서른두 살 여자 혼자서도 살만합니다]에서는 전체적으로는 꽤 현실적이고 가능한 일들을 그려놓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소설이라는 장르이고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딱 딱 맞춰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일수는 있겠다. 두 권 모두 헤패엔딩으로 끝나지만 삶은 지극히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후히병동]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두가지로 나누어 본 앞의 예에 의하면 전자에 가깝다.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스러운 조건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70세가 되면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거나 결혼할 나이 대의 사람들을 나라가 소개팅을 시켜준다거나 하는 조건들도 충분히 판타지스럽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청진기를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매개체를 통해서 과거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오직 한번의 인생만 살 수 있다. 즉 가지 못한 길이 생기는 것이다. 남의 손에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했던가. 항상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남는 법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지 못했던 길을 가면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환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당신은 언제로 되돌아가보고 싶은가. 후회가 남는 인생이라면 언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겠는가.


무슨 일이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라는 것을 몰랐다.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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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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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이 판사 개인의 결단에 맡겨진 현재는 사법부와 대중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 (43p)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말할수 없단 얘기야~ 하루가 또 지나도 난 항상 제자리에에에에에에에~~~!!!!!!>


첫방송을 보았었다. 음악프로그램을 보지 않던 내가 그날 바로 그 방송을 보고 와우~하고 소리를 질렀다. 멋졌다. 노래도 멋졌고 춤도 멋졌고 사람도 멋졌다. 듀스는 알아도 노래에 빠진 적은 없는데 '김성재'라는 한 가수의 딱 한곡에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 그의 죽음이 들려왔다. 바로 첫방송을 한 그날 말이다. 


수사는 전문적이지 않았다. 그때 당시 경찰에서는 어던 조사를 했는지 어떤 증거를 찾았는지 어떤 증인을 불렀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와 같이 있었던 여자친구가 용의자로 잡혔다는 소식을 보았고 억울하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무죄로 풀려났다. 


김성재의 팔에는 주사 자국이 28군데나 있었다. 졸레틸은 명백하게 그날 밤 김성재의 팔에 투여된 약물이다. 김성재는 졸레틸 주사로 죽은 것이다. 범행에 준비된 용량이 그보다 적었다고 하여 '사인'이 뒤바뀌지는 않는다. (86-87p)


수사라고는 모른다. 그래도 죽은 이의 팔에 28개나 되는 주사바늘이 생겼다는데, 몸속에 듣도 보도 못한 약물이 검출되었다는데 그게 죽일만큼 치사량이 아니어서 무죄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내가 이토록 답답하고 원통함을 느끼는데 가족들은 어떠할까. 


바로 그 사건을 작가는 콕 집어 놓았다. 내가 하고픈 말이 다 들어 있다. 속이 다 시원할 지경이다. 나와는 달리 작가는 전문가다. 전직 판사이며 변호사다. 그런 그가 보는 사건은 조금은 더 자세하고 일반적이기보다는 전문적으로 보지 않겠는가. 판사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아니된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김성재 사건의 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현실은 더 흥미롭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어서 더 궁금해진다. 인터넷을 통해서 사건소식을 빨리 알 수 있다. 반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빠르게 마구잡이로 퍼지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이 책속의 사건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김성재 사건이나 태완이법처럼 익히 아는 사건들도 있고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수사기관, 소추기관은 최종심판자가 아니다. 법원에서 기각될 위험이 있다고 해도 시민의 법감정이 요구한다면 해 볼 가치는 있는게 아닐가. 그저 과거의 일로 치부하기엔 피해자의 죽음이 너무 애석해 보인다. (138p)


이미 판결이 내려진 사건들이고 그 판결들이 옳았다 그르다 하는 것은 현직 판사에 있었을 때는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 속시원하게 드러내놓고 말하고 있다. 사실 어떤 사건들은 정말 의외의 판결이 나와서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것은 유죄로 나와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판사는 무죄라는 결론을 내어 놓을 때 그 놀라움은 더해진다. 왜? 무슨 이유로? 하면서 개인적으로 묻고 싶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판사는 물론 증거를 보고 양쪽의 주장을 들은후 한 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칙하에 그렇게 판결을 내린 것이지만 작가도 비유하듯이 솔직히 자신이 예수를 죽인 빌라도가 되기 싫어서 그 자리를 피하고자 무죄를 선언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일말의 의심이라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유죄를 선고할수 있는 이유이다. 한치라도 무죄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무죄여야만 한다는 것이 먼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지라도 사건은 종종 엉뚱한 쪽으로 흘러서 약자를 범인으로 몰아가기 일쑤다. 그런 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지 않은 시간이 좋지 않은 장소에 있었던 좋지 않은 사람일 뿐안데도 어쩌다보니 범인으로 몰려서 원치 않는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온 그들 외에도 또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없게 하려고 법도 재정비하며 노력을 하는데도 왜 그런 일은 발생을 하는 것인가. 


판사가 실제적으로 사건현장에 나가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 유럽 소설에서는 현장판사라는 직책도 있어서 실제적으로 형사처럼 몸소 사건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므로 판사는 경찰이 모아온 증거들과 증인들로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불려온 용의자와 변호사가 하는 말로 그들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객관적이라 할수도 있다. 어느쪽도 정확하게 자신이 개입을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정확하지 않음을 배제할수는 없을 것 같다. 사건 현장에서부터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증거들이 모이고 쌓이게 되면 판결도 달리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피해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개인의 정의관도 변하며, 지배세력은 바뀐다. 누가 옳은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판사도 모른다. (270p)


한권의 책으로 모든 판사가 잘못되었다라고 언급할수는 없다. 작가도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판사의 수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적으며 그로 인해서 한 사람이 담당해야만 하는 사건의 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거기다가 승진을 하기 위해서 가급적 많은 사건을 까야만 한다. 빨리 처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실수들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 시대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인공지능 판사가 나오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지금도 현직에서 범인들의 유무죄에 골치를 겪고 있을 판사들에게 더욱 공정하고 바람직한 판결을 바라며 조금이나마 격려를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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