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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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원제가 말해주는 것이 아주 크다. 범인이 잡혀가고 남은 가족. 그 들은 가해자도 아니건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 가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쓰여진 미스터리들이 몇 권 있다. 킬러의 아내. 살인범의 아내가 검사라면 그 아이러니함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 당시에는 검사가 아니었으니 그것으로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검사 야들리는 살인자의 아내였다. 14년 전에 말이다. 그 살인으로 그는 감옥에 갔고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와의 연결점은 딱 하나뿐인 딸 타라다. 그녀는 너무 똑똑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지금 현재는 사춘기로 인한 트러블이 말도 못하게 존재한다. 

 

솔직히 그렇게 뛰어난 아이를 왜 일반 학교에 보내기를 강요하는지 그런 야들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라가 엇나가는 것은 다 야들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학교에 가봤자 모르는 것도 없고 호기심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재미도 없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선생이 말하는대로 타라를 위해서 더 높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이동시켜 주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이 문제 또한 모든 사건이 해결되면서 같이 풀려진다.

 

야들리는 지금 전남편 즉 살인마 에디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은 지금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그의 범행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감옥에 있는 그가 사건을 저질렀을 리는 없고 분명 그를 추종하는 추종자나 또는 모방 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이 사건을 헤결하는데 조금의 도움은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에서다. 과연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게 될까.



 놈은 잡혀야만 해. (118p)


전형적인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가면서 특정 용의자가 생기게 되고 생각보다 금방 사건이 풀려버린다는 느깜을 받는다. 그때부터다. 이 이야기가 변모하는 것은 전형적인 스릴러 같던 이야기는 갑자기 법정 미스터리로 바뀌게 된다. 검사인 야들리와 생대방이 격돌하게 되면서 서로 간의 이해가 충돌하고 증인 심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고 서로 자신이 유리한 입장을 가지려고 하는가 하면 서로간의 눈치싸움이 극심해진다. 이 사건을 자신이 맡을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 간의 숨 막히는 기싸움이 이어진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다시 책표지를 본다.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손을 멈출 수 없는 법정 스릴러. 그렇다. 이 이야기는 법정 스릴러였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인물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가 더 관건이 된다. 이야기의 반전은 조금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워낙 뛰어난 지능 지수 때문이다. 작가가 그렇게 설정을 해 놓은 데는 필히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물에서 그냥 하찮게 보고 지나가야 할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다 단서가 되고 모든 것은 다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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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혈관 - 만성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는 숨겨진 위험
타카쿠라 노부유키 지음, 서희경 옮김 / 소보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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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련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가와 얼마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생물연구소에서 혈관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이 책에서는 특별히 모세혈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고스트 혈관이라고 해서 유령 혈관이 아니라 고스트 하우스를 연상하고 지은 이름이라고 하니 주민들이 다 떠나고 텅 빈 그야말로 이름만 남은 그런 도시를 연상하듯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혈관을 고스트 혈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솔직히 대동맥 같은 주요 혈관에 대해서는 워낙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들었지만 모세혈관이야 뭐 기껏해야 손발 저림이나 순환 장애쯤으로 가볍게 생긱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나같이 성질 급한 사람을 위해서 고스트 혈관을 개선하고 빨리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은 5장부터 보라고 친절하게 언급되어 있으니 5장부터 바로 건너뛰어 보기로 한다. 5장에서는 고스트 혈관을 만들지 않는 33가지 실천법을 설명해준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잠을 충분히 자라는 지극히 당연한 실천법부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조절법과 운동법 그리고 마사지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쉬우면서도 빠르고 그러면서도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천법들이 설명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다. 이 정도라면 나도 따라할 수있을 거라고 말이다. 


시나몬과 식초를 음식에 넣어서 먹으라는 소리는 전부터 많이 들어왔던 것인데 이렇게 보니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 중에 하나인 듯 하다. 계피를 사다 놓고도 먹지 않았는데 조금씩이라도 요리에 넣어보도록 해야겠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전반적인 고스트 혈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고스트 혈관이 생겼을 때 걸리는 질병과 함께 노화까지도 모두 고스트 혈관이 원인임을 밝혀주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아직도 정확히 발병 요인을 모르는 것이 암이라고 알고 있는데 고스트 혈관이 생김으로 인해서 암까지 일으킬 정도라고 하니 미리 미리부터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서 고스트 혈관의 생성을 차단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 사람이 쓴 내용이라서 우리의 실정과 다르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편집과 감수 과정에서 걸러냈는지 이상하다거나 또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은 편이었다. 다만 실천법 30에 보면 '필발'이라는 음식 재료가 나오는데 그것이 무엇인가는 조금 궁금해진다. 동남 아시아에 분포하는 후추과 식물이라고 하니 일종의 후추맛이 나는 향신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기는 하다. 이 필발이 왜 중요한가 하면 이것이 혈관내피세포의 타이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오가피나 루이보스 차 같은 것은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집에도 있지만 필발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고 본 적도 없어서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고스트 혈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우리 혈관들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같이 노화를 일으킨다. 그것들이 결국 고스트 혈관으로 변하는 것이다. 사람이 젊게 살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운동도 하고 좋은 것도 골라 먹는 등 말이다. 거기에 이 고스트 혈관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까지 하나 더 추가하면 훨씬 더 건강한 사람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것 그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바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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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슈라라봉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3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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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얕봤다. 무슨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고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고 그런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데다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무슨 삼인조 그룹이라도 되는 냥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표지는 나에게는 조금 쉽게 보였다. 그래봐야 고등학생들이 초능력을 행하는 이야기겠지 뭐 하고 말이다. 작가의 생각은 내가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당연히 요 정도일거야 라고 생각한 그 수준은 훨씬 넘었다는 소리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도 얕볼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이 표지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힘은 우리가 희생하여 신에게 받은 것이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38p)


고등학생이 된 료스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수련하기 위해서 본가로 들어간다. 그 곳에는 자신과 같은 학교에 다닐 단주로가 있다. 입학식 날 료스케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가 다 검은색 교복을 입은데 반해 자신만 빨간색 교복을 입은 것이다. 누구라도 튈 만한 컬러감이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그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단주로다. 그는 자신이 빨강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색의 교복을 선택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통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교를 통털어 빨간 교복은 그와 료스케 둘 뿐이다. 당황하는 료스케와는 달리 그는 태연하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마냥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예를 들면 히노데 가는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힘을 비와 호에서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한편 나쓰메 가는 똑같이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비와 호에게서 상대의 몸을 조종하는 힘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185p)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히노데 가의 사람과 상대방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나쓰메 가는 오래전부터 경쟁 상대였다. 그들은 서로 친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어서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히노데 가와 상대방의 몸을 다루는 나스메 가는 도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히노데 가가 훨씬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랬던 그들이 공통의 적이 나타나자 힘을 모은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타임 아웃에 걸려서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표지에 나왔던 세 명의 친구들은 힘을 모아 적에게 대항을 하려 한다. 유치하게만 보였던 이야기가 점점 형태를 이루더니 종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그야말로 위대한 슈라라봉이다. 재미와 흥미와 감동과 도전 정신 거기에 모험과 판타지를 겸비한 작품. 진작 봤어야 한다. 아니 지금에라도 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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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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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언니 한 분이 있지 말임돠. 언니는 숨겨진 여자 그러니까 첩인 셈인데 시골에서 동생이랑 일 봐주는 여자랑 그렇게 여자 셋만 살고 있어요. 남자는 가끔 가다 오가구요. 남자는 조수를 한 명 데리고 다니죠. 이쯤 되면 어느 정도 관계가 그려지지 않슴까? 언니 동생이랑 조수랑 눈이 맞을 것같다는 그런 예감요.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맞아버렸죠. 도망가겠다고 짐도 쌌죠.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하지 말라면 더할 게 뻔하니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라고 아예 둘을 떨어뜨려 놓는 전략을 썼죠. 언니는 조수와 함께 이곳에 남고 언니의 남자는 동생을 데리고 일본으로 간 게죠. 자, 여기서 또 짐작이 가능해지죠. 이 바뀐 두 파트너가 일을 낼 것 같다는 예감이요. 빙고. 이제 커플이 짝이 바뀌었드랬죠. 


그런가하면 요기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됩니다. 그것은 바로 일본에서 만난 한 남자인데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되고 동생과 피아노 선생으로 엮이게 되는 두 사람은 또 사랑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지요. 자, 여기까지만 해도 지극히 복잡한 관계도인데 작가는 여기에 자꾸 자꾸 더 인물을 추가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물 중에서도 있고 새로운 인물들도 있어요. 이미 오각관계였던 이 관계는 더욱 큰 숫자의 도형으로 진보하게 됩니다. 자, 요기까지가 <화분>이라는 작품의 주요 관계도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교과서에 포함되기도 해서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열 페이지 정도의 이 작품은 굉장히 짧다.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던 학생이었을 때도 그렇게 느꼈을까. 이 이야기 속에서는 몇 명 되지 않는 인물들 속에서 숨겨진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배경을 묘사하는 글이 일품이었던 것으로 교과서에 나오고 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외에 새로운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 가장 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화분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효석의 작품집에 실려있지 않았다면 누구의 작품일까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로 낯설다. 그 시절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문어발 연애가 있었다니. 순결을 중시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낯설음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제목의 '화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화분이 의미하는 바가 따로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도 곰곰히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시대적 배경이잇는 만큼 낯선 우리말들도 눈에 들어온다. '괴덕'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바로 옆 페이지에 나오는 "점잖게 언니 행세 좀 해요. 괴덕만 부리지 말구."(23p)라는 이 문장을 보고 이해했다. 괴덕이 변덕이라는 이름의 옛표현이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 내 상 위에 있는 것은 향기 높은 한 잔의 홍차가 아니구 한 접시의 비계인 것이 슬퍼 못 견디겠다. (145p)


또한 작가 특유의 비유적인 표현은 이 이야기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홍차와 비계로 서로 간의 다른 점을 표현하다니 너무 대조적인 물건의 선택으로 인해서 어떤 느낌인지가 바로 캐치되지 않은가. 탁월한 선택이다. 이런 콕 집어서 드러냄을 배우고 싶어진다. 




선지피를 끼얹은 듯 얼굴이 달며 다 풀이 전신을 꼭 죄었다. 바닷속에서 낙지에게나 잡힌 듯 전신의 피가 엉겨드는 듯 하다. (155p)


거기다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인한 모습을 표현하는 저 방법은 또 어떠한가. 선지피와 낙지가 이런 전율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다니 구태의연하지 않은 비유와 단어 선택이 역시나 하고 감탄을 하게 만든다.


 
난 세상에서 여행하시는 분같이 행복스럽구 부러운 분은 없어요. 평생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된 사람임은 말할 것두 없죠. (191p)


등장인물들이 여행사를 찾아가자 그곳의 직원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여행 가지 못하는 세계가 올 것임을 미리 알기라도 했을까. 예전에는 여행이 자율화 되지 않아서 못 갔고 이제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여행하시는 분같이 부러운 분은 없다. 저 말이 딱 지금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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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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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다분히 그림책처럼 보이면서 아이들 책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를 나는 아마도 외면하거나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겠다. 어른동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동화라고 꼭 아이들만 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더하여 나는 바리 설화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이래저래 나는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책을 받자마자 감탄한다. 어떻게 이렇게도 내가 좋아하는 색감들만 가져다 썼을 수가 있을까. 바다색과 하늘색과 보라색의 오묘한 조합. 철이 들고나서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던 컬러들이라서 그야말로 마음이 심쿵했다. 표지에서 반했다면 이르다. 이야기의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은 그림을 그린 REDFORD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 그림들만 모아서 컬러링북으로 나와도 상당히 인기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제일 뒷편에 있을 작가의 말을 기대하며 펼쳤다. 작가의 말 대신 바리 설화의 원본이 있다. 몇 장 안되는 페이지로 요약을 해두어서 나처럼 이 설화에 관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도움이 된다. 딸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서 버려진 바리. 버렸던 딸에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약을 구해 오라는 것은 별주부전에서 용왕이 거북이를 시켰던 것 하고 비슷해 보이고 아이를 셋 나으면 불사약을 주겠다는 것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닮았다. 그런 식으로 어디선가 본듯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설화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다 새롭다. 



"바당이 미우다....." (29p)


처음에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눈에 익지 않은 인물들이 나오는만큼 미리 등장인물을 보아두는 것이 좋다. 간략 설명도 되어 있어서 어디서 이 캐릭터들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해녀 공덕.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랬다면 좋으련만 파도는 그녀의 삶을 무자비하게 앗아갔다. 남편도 아이도 모두 잃은 그녀는 혼자만 남아 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벼리 아니 바리가 찾아왔다. 바리가 있어서 그녀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다. 티격태격하지만 바리와 공덕은 잘 살았다. 바리의 친엄마인 용왕이 아프다며 바리보고 해골꽃을 구해오라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덕을 뒤로 하고 모험을 찾아 저승으로 떠난 바리를 찾아서 공덕도 떠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채로 말이다. 이제 소녀 공덕이 되어 버린 그녀는 바리를 만나서 저승세계를 떠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언젠가 보았단 영화 [계춘할망]을 떠올리게도 된다.


만화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배경 그림들 그리고 개성 있는 주인공들이 열연이 돋보인다. 쉴새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반전을 숨겼다. 절대 그들이 그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고 감동은 배가되었다. 그랬구나 하면서 그때서야 모든 것이 이해된다. 대단한 묘수다. 


애니메이션과 컬러링 북 모두 나와도 좋을 정도로 흠뻑 빠졌던 이야기와 그림이다. 바리가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이라는 것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니던가. 애니로 만들어 수출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나처럼 성인에게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자가 많은 편이므로 고학년 정도 되어야 읽을 수 있겠지만 독서토론용 책이나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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