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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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니, 루누, 안찰, 옴비르, 바하두르, 카비르, 카디파 , 우리 아이들 어디 있냐? 어디 있냐고? (378p)

일단 먼저 변명을 하자. 나는 인도 사람이 아니지만 인도 사람들이 보면 당신네 나라 사람들이 다 이렇지는 않다라고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줄줄이 계속 사라졌는데 수사도 하지 않고 뇌물만 바라는 그런 경찰만 있는 것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찾아 달라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비상금을 갖다 바치고 목숨처럼 걸고 있던 금목걸이를 갖다 바쳐도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냥 기다려만 보라고 하는 경찰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것 뿐인가.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걸핏하면 마을을 쓸어 버릴 거라고, 흔적도 없이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이나 하는 경찰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변명을 하면서도 내심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도 이렇게 아이들이 없어지고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섬찟함과 함께 말이다.


인도가 배경이라는 점,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이  두가지 점 때문에 이것이 그저 단순한 아이들용 이야기일까 사실 걱정했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초반부만으로도 상들을 수상한 작품 답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감이 대단하다. 자이라는 아홉살 아이의 시점으로 보는 이야기들은 친구들이 없어졌다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랑 탐정단을 만들어 친구의 행방을 쫒는 그런 면에서는 정말 딱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순수함이라던가 상상력들을 엿볼 수 있지만 그에 반해 엄마의 비상금을 몰래 쓰고 그것을 채워 넣기 위해서 일을 하거나 형이 잡혀갔다고 학교를 가기보다는 일을 해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생활에 찌들은 어른같은 모습을 보기도 한다.



당신들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말들을 하는데, 이건 우리한텐 삶이 걸린 문제야 무슨 뜻인지 알아? (389p)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중의 하나가 바로 인도가 아닐까. 본문 속에서도 그런 언급은 역시나 들어있다. 전반적으로는 자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공중 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이용하는 모습이라던가 물이 나오지 않아 물을 길어서 생활하는 모습 등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생활환경이 그려져서 저들이 사는 동네가 어떤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이 잡혀갔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층 아파트가 등장을 한다. 아이들을 찾으러 간 곳은 아파트의 41층. 자신들이 살던 동네와 너무 다른 모습에 사람들은 당황도 하지만 아이들을 찾는 것은 가족들 뿐이고 나머지는 그 아파트에 있는 것을 훔치기에 급급하다. 하다못해 소금통까지도 모조리 자신들의 주머니에 넣고 보는 저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의 차이를 대번에 파악하게 된다.


아무리 실종 사건이 계속 된다고 해도 솔직히 아이들이 나오고 그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상은 아주 조금은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대도 했다. 그럴 것이라도 확신도 했다. 그런 모든 생각은 전혀 핀트가 맞지 않아 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할만큼 잔인하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버린 저자에게 약간의 반감도 가져본다. 그래도 저들에게 희망은 주어야 하는 거잖아요 하고 말이다. 이런 식의 끝은 저들에게 너무 아픈 현실을 한번 더 되새겨주는 것이지 않을까. 이제 저들에게는 더 이상의 아픔은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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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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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고 미즈타니는 코 밑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확실히 수수께끼 냄새가 나는걸." 

특유의 대사를 하고는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67p)


[죄의 여백]이 데뷔작이었구나. 그 이후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나왔구나. 역순으로 읽기는 했어도 어떻게 읽었어도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는 그런 작가라는 생각을 했을거다. 이 책은 [더러워진 손을 거기서 닦지 말 것]이라는 책이 나오기 전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이야미스에 속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이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 책이 더 궁금해졌다. 한 작가의 작품이 연달아서 마음에 들면 그 다음 작품이 반드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솔직히 이 책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라는 작품 설명을 본 이후다.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소설도 많지만 그런 소설들도 웬만하면 넘어가려고 하는 편이다 보니 그보다 더 어린 주인공이 나오는 경우는 왠지 모르게 성장소설같은 느낌이 들어서 피하는 편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작가의 이름이 주는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인 나는 미즈타니와 친하다. 아니 친하다기 보다 그를 신으로 모신다. 아니 모신다기 보다 미즈타니는 그냥 신이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신기한 건 없지 않을까? 모르는 것이 있거나 의문 나는 사항이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때 미즈타니를 찾아가면 된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신이 되었다.


나와 미즈타니. 그렇게 초등학생 두 명은 자신들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준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각 계절마다 벌어지는 이야기는 학교에서 일어난 법한 이야기도 있지만 약간은 일부러 만든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너무 드러나지 않고 어디선가 현실에서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런 대안책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았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절임을 떨어뜨려 낭패를 겪었던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준 나의 신 미즈타니. 시간은 봄을 지나 나와 미즈타니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즈타니를 찾은 가와카미까지 그렇게 세 명의 여름이 그렇게 흘러간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엿보이면서도 어른들의 현실이 드러나서 삶의 고단함을 드러내 주어 약간은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이야기. 작가가 전하는 이야미스의 이야기는 또 어떨지 기대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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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영주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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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기대작. 표지의 배트맨이 너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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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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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 7행, 진하게 쓰여진 문장을 보는 순간 눈 속이 찡했다. 금방 차오르는 눈물. 그 문구를 본 그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찧었다고 했다. 그만큼 강하게 그에게는 적용된 한 문장일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다기보다는 자신이 그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버렸다.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 마지막에 밝히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범인을 밝혀준다. 그 사람이 저지른 죄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그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 어떤 삶을 사는지도 다 그려준다. 그것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말이다. 당사자는 조용한데 오히려 그 주변에서 응원하는 그런 모양새다. 지금의 한 배우를 보는 듯이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현실의 배우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낳았고 이야기 속의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악한인 것이다.



나를 심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뿐입니다. (261p)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행위일까 그 사람의 마음일까 아니면 그 사람 본체일까 그 사람 주변의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일까. 사람은 누구나 다 상대적이다.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될 수도, 만만한 삶이 될 수도, 악한 사람이 될 수도,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보게 된다면 범인이라 하더라도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런 것을 두고 우리는 흔히 정상 참작이라는 말을 슨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여야만 한다는 이론은 또 맞지 않는다. 늘 말해 왔듯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갱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정말 나쁜 놈이었는데 감옥에 들어가서 여러가지로 마음을 바로 잡고 죄를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다. 만일 죽음을 당한 사람이 십대라고 한다면 그 십대가 아직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동안에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단지 십대 시절의 반항이나 어긋남에 대해서 넌 죽어야만 한다라고 단정을 내리고 죽여 버린다면 그것은 과연 일리에 맞는 것일까.



손을 더럽히지 않고 상대를 죽음으로 이끈다. 그 교활함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니,두려웠다. (182p)


작가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서 한 가정의 무너짐을 그려냈다. 같은 학교의 친구들 또는 선배들로 당한 폭력 때문에 스스로 이 세상을 저버린 한 학생. 아이는 유서를 남기긴 했지만 정확히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서 남겨진 부모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일까. 그 누구도 그 고통을 다 안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 고통으로 자신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방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자신은 사라지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가족들에게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인데 왜 고통의 양은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144p)


지금도 어디선가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이 있다면 누가 너에게도 동일하게 그 폭력을 가할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페니같은 삐에로가 아니 히어로가 등장해서 그들을 혼내준다면 그것은 너무 판타지 같은 일일까. 지금도 어디선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당사자가 있다면, 혹시라도 죽음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사자가 있다면 그것은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 글에 나오는 조그마한 인형을 손에 꼭 쥐여 주고 싶다. 당장 그 인형을 보이라고 말이다. 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끊어내지 못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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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당 수블아씨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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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정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아니 작가 보는 눈은, 아니 책을 고르는 눈은 있단 말이지. 전작을 읽은 바 의심할 것도 없이 바로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 바로 이거였다. 작가 이름이 오정은이 아니었다면 나는 저 째려보는 여자만 동그라니 그려진 표지에 흥 하면서 눈을 돌려버리고 말았을테니 말이다. 무언가 달콩달콩하면서 귀여운 느낌이 드는 그런 아씨라는 제목을 분명 넘기고야 말았을테니 말이다. 특히 이렇게 역사를 살짝 배경으로 깔고 그 위에 판타지를 얹은 오정은 스타일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야기다. [경계의 증언]이나 [환다지]가 바로 그런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토종 가신들이 등장을 한다. 성주신이라던가 업신, 부엌을 관리하는 조왕신과 뒷간을 관리하는 측신 또는 정랑각시까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들도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주호민 작가[ 신과 함께]라는 웹툰에서였다. 이 웹툰은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여기에 나오는 가신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이 많은 가신들과 함께 술신인 우리의 수블아씨가 등장을 하게 된다.


수많은 가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인물은 바로 해준. 그는 출판사에서 일한다. 매번 지각을 해서 회사 근처로 집을 알아보게 되고 시세보다 싼 값에 덜컥 계약을 한 곳이 바로 이 곳 연풍당이다. 이 곳이 그렇게 가신들이 모여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자신이 술신인 수블아씨의 노예가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이 집에서 살 계획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발견된 수블아씨는 100년간 독에 갇혀있다 보니 세상 신기한 일들이 많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팡이에 꽃이 피게 하면 해준을 노예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단언하는데 해준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 있게 할까.



해준에게 효모는 애완동물, 그 이상이었다. (115p)


갇혀 있으면서 자신을 풀어주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알라딘의 지니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가신들이 해준과 함께 모여서 사극을 보면서 참견하는 장면들에서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연풍당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민호와 손예진이 함께 나왔던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의 한옥을 생각하게도 되고 여러모로 어디선가 본듯한 이미지들이 자꾸 떠올라서 이 작품 역시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꾸 읽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같은 술인데도 누군가에겐 마음을 채워주고, 누군가에겐 마음의 괴물을 불러낸다. (158p)


술에 약한 해준은 수블아씨의 마음에 드는 술을 만들기 위해 직접 클라스에 다니기도 하는 등 나중에는 그야말로 수에 정통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오정주, 한산소곡주, 감홍로, 이강주, 죽력고 등 각종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술들의 설명도 재미나다. 간혹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잡혔을 경우 그 사람이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면 심신미약으로 인해 참작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블아씨는 이런 경우를 강하게 바로 잡고 있다. 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잔칫날 쓰인 술이 잘못일 리는 없지 않은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개인의 조절이 필요한 그런 기호품이라 할 수 있겠다.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그러면서도 기분좋은 알딸딸함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편의 이야기. 부디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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