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당 수블아씨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오정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아니 작가 보는 눈은, 아니 책을 고르는 눈은 있단 말이지. 전작을 읽은 바 의심할 것도 없이 바로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 바로 이거였다. 작가 이름이 오정은이 아니었다면 나는 저 째려보는 여자만 동그라니 그려진 표지에 흥 하면서 눈을 돌려버리고 말았을테니 말이다. 무언가 달콩달콩하면서 귀여운 느낌이 드는 그런 아씨라는 제목을 분명 넘기고야 말았을테니 말이다. 특히 이렇게 역사를 살짝 배경으로 깔고 그 위에 판타지를 얹은 오정은 스타일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이야기다. [경계의 증언]이나 [환다지]가 바로 그런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토종 가신들이 등장을 한다. 성주신이라던가 업신, 부엌을 관리하는 조왕신과 뒷간을 관리하는 측신 또는 정랑각시까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들도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주호민 작가[ 신과 함께]라는 웹툰에서였다. 이 웹툰은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여기에 나오는 가신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이 많은 가신들과 함께 술신인 우리의 수블아씨가 등장을 하게 된다.


수많은 가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인물은 바로 해준. 그는 출판사에서 일한다. 매번 지각을 해서 회사 근처로 집을 알아보게 되고 시세보다 싼 값에 덜컥 계약을 한 곳이 바로 이 곳 연풍당이다. 이 곳이 그렇게 가신들이 모여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자신이 술신인 수블아씨의 노예가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이 집에서 살 계획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발견된 수블아씨는 100년간 독에 갇혀있다 보니 세상 신기한 일들이 많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팡이에 꽃이 피게 하면 해준을 노예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단언하는데 해준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 있게 할까.



해준에게 효모는 애완동물, 그 이상이었다. (115p)


갇혀 있으면서 자신을 풀어주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알라딘의 지니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가신들이 해준과 함께 모여서 사극을 보면서 참견하는 장면들에서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연풍당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민호와 손예진이 함께 나왔던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의 한옥을 생각하게도 되고 여러모로 어디선가 본듯한 이미지들이 자꾸 떠올라서 이 작품 역시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꾸 읽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같은 술인데도 누군가에겐 마음을 채워주고, 누군가에겐 마음의 괴물을 불러낸다. (158p)


술에 약한 해준은 수블아씨의 마음에 드는 술을 만들기 위해 직접 클라스에 다니기도 하는 등 나중에는 그야말로 수에 정통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오정주, 한산소곡주, 감홍로, 이강주, 죽력고 등 각종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술들의 설명도 재미나다. 간혹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잡혔을 경우 그 사람이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면 심신미약으로 인해 참작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블아씨는 이런 경우를 강하게 바로 잡고 있다. 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잔칫날 쓰인 술이 잘못일 리는 없지 않은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개인의 조절이 필요한 그런 기호품이라 할 수 있겠다.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그러면서도 기분좋은 알딸딸함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편의 이야기. 부디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