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 장 7행, 진하게 쓰여진 문장을 보는 순간 눈 속이 찡했다. 금방 차오르는 눈물. 그 문구를 본 그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찧었다고 했다. 그만큼 강하게 그에게는 적용된 한 문장일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다기보다는 자신이 그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버렸다.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 마지막에 밝히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범인을 밝혀준다. 그 사람이 저지른 죄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그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 어떤 삶을 사는지도 다 그려준다. 그것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말이다. 당사자는 조용한데 오히려 그 주변에서 응원하는 그런 모양새다. 지금의 한 배우를 보는 듯이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현실의 배우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낳았고 이야기 속의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악한인 것이다.



나를 심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뿐입니다. (261p)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행위일까 그 사람의 마음일까 아니면 그 사람 본체일까 그 사람 주변의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일까. 사람은 누구나 다 상대적이다.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될 수도, 만만한 삶이 될 수도, 악한 사람이 될 수도,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보게 된다면 범인이라 하더라도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런 것을 두고 우리는 흔히 정상 참작이라는 말을 슨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여야만 한다는 이론은 또 맞지 않는다. 늘 말해 왔듯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갱생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정말 나쁜 놈이었는데 감옥에 들어가서 여러가지로 마음을 바로 잡고 죄를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다. 만일 죽음을 당한 사람이 십대라고 한다면 그 십대가 아직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동안에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단지 십대 시절의 반항이나 어긋남에 대해서 넌 죽어야만 한다라고 단정을 내리고 죽여 버린다면 그것은 과연 일리에 맞는 것일까.



손을 더럽히지 않고 상대를 죽음으로 이끈다. 그 교활함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니,두려웠다. (182p)


작가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서 한 가정의 무너짐을 그려냈다. 같은 학교의 친구들 또는 선배들로 당한 폭력 때문에 스스로 이 세상을 저버린 한 학생. 아이는 유서를 남기긴 했지만 정확히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서 남겨진 부모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일까. 그 누구도 그 고통을 다 안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 고통으로 자신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방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자신은 사라지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가족들에게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인데 왜 고통의 양은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144p)


지금도 어디선가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이 있다면 누가 너에게도 동일하게 그 폭력을 가할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페니같은 삐에로가 아니 히어로가 등장해서 그들을 혼내준다면 그것은 너무 판타지 같은 일일까. 지금도 어디선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당사자가 있다면, 혹시라도 죽음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사자가 있다면 그것은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 글에 나오는 조그마한 인형을 손에 꼭 쥐여 주고 싶다. 당장 그 인형을 보이라고 말이다. 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끊어내지 못한다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