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4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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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원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이었으나 그것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되어진다. 요즘은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꽤 많은 편이라서 재미있게 보는편인데 아무래도 픽션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잘못된 지식을 접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를 설명해주는 책들도 가끔 보는 편인데 조선시대가 가장 긴 만큼 그 시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는 없겠다.

 

이번 책 또한 조선시대다. 그것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진왜란 시대. 사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책들은 너무 많아서, 이마 알고 있는 지식 또한 많아서 조금은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미리 했었다. 하지만 역시 역사와 픽션은 다른 점이 있었다. 알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알지못했던 왕의 진짜 모습들도 세세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또한 다른 역사책들과는 다르게 이야기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형식이라 실제적으로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수가 있다. 다른 책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이의 생각이 첨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나온 패널들의 생각이 첨부되는 감이 있다. 가령 류근 시인의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조금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그의 시를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처럼 말이다. 물론 그의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있겠다. 역사는 사실이나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저마다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들이 육군의 힘이 더 강성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던 사실이었다. 워낙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이 따라오고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그만큼 수군의 힘이 컸다고  짐작하여 섣불리 생각했던 것이였다. 일본인들은 육군이 더 셌고 그래서 수군은 그나마 약했던 것이었고 그래서 힘보다는, 전략보다는 숫자로 이길려고 덤볐던 것이다. 그리고 식략을 조달하는 수단이었지 꼭 싸움을 해야하는 수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긴 전쟁에서는 식량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원되어야 할 식량이 오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병사들은 힘을 받지 못할 것이고 결국은 항복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순신장군의 선전은 아주 유리한 조건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를 알아보지 못한 왕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자신은 왕을 하지 않다고 선전한 선조. 그 때마다 무릎꿇고 밥도 먹지 않고 통사정을 해야만 했던 광해군. 이미 나이는 들때로 들었지만 아버지가 오래 사는 바람에 절대 정권을 받을 수 없었던 광해군. 그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지금의 나 또한 답답해 죽을지경이다. 만약 선조가 하지 않겠다던 왕위를 얼른 잡아서 광해군이 받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임진왜란을 좀더 빨리 극복하고 병자호란이 같은 연이어 터지는 전쟁들을 막을수가 있었을까. 역사는 지나간 것이다. 아무도 바꿀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과거시제로만 쓰여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지금의 역사는 얼마든지 바꿀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역사를 바꿈으로서 우리의 후손들이 더 잘 살수 있다면 지금의 역사는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즐겨보던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만화가 있다.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 그것을 풀어서 결과를 알려준 후 다음사건을 준다. 하지만 그 사건은 시작할때쯤 되니 끊어지고 다음권으로 넘어간다. 절대 다음편을 보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게 해놓은 소위 악마의 편집이다. 이 책 또한 편집의 왕이라 할 수 있겠다. 신나게 임진왜란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다음 광해군이 드디어 왕위에 오른다에서 끝이 났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아버지가 죽음으로 인해서 드디어 왕권을 물려받은 광해군. 그러나 나라의 정세는 지극히 좋지 못한 사태다. 그는 이 상황에서 어떤 정치를 해서 백성들을 위로하고 이 나라를 다스렸을까.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영화속의 광해는 두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리는 없을 것이고 광해군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또 5권을 기다려야만 한다. 분명 우리는 역사를 이미, 벌써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기다려지는 것을 막을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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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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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은 '결혼해봤어요?'와는 다르다. 그 질문엔 결혼이 인생의 종착역인 양 이혼 같은 건 아예 예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사람에게 '결혼했어요?'란 결혼생활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뜻이기도 하고 성 경험의 유무를 묻는 것이기도 하며 한 남자에게 소속되어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결혼했느냐는 말 다음에 반드시 따라오는 물음이 '아이는 있어요?'였다.(260p) 

 

생뚱맞게도 나는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결혼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이라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잘하지 않는 질문이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위한 절차처럼 반드시 통용되어버리곤 하는 질문. 이런 질문을 잘 받을 일이 없어 누군가가 어쩌다 한번 물어보면 당황하게 된다. 그냥 쿨하게 웃고 넘어갈수 있는 답변을 하면 좋은데 말이다. 요즘엔 누군가 물어보면 한번에 시크하게 대답하려고 연습중이다.

 

'칼'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살아가기 위한 도구가 된다. 요리사에게는 맛난 음식을 할 수 있는,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썰어 팔 수 있는, 그리고 의사에게는 환자의 병을 고칠수 있는 도구. 처음에는 과감하게 그어야 한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 안된다. 재료를 자르던 환자의 몸을 자르던 첫 손질은 과감히그리고 담대하게 그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구잡이로 그어서는 요리를 망치고 환자를 죽일 것이다. 조금은 델리케이트하면서 조금은 더 디테일하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마냥 세심한 손재주가 요구된다. 작가에게 주어진 칼이 '글자'라면 그녀는 이 글자들을 아주 잘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대담하게 확 긋고 그 이후에 세밀한 부분을 조율한다. 그러므로 인해서 글이 살아난다. 조각가의 손에서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말이다.

 

넌 정말 맛있어. 주원은 가끔 전화통화만으로도 아주 낯설게만 들리는 원색적인 이야기로 나를 자극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와 카페로 나를 불렀다.(96p) 그녀의 이야기는 관능적이면서도 자극적이다. 그저 무심히 지나갈수 있는 단어들조차도 그녀가 배열하면 왠지 분위기가 더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음식을 이쁘게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물론 그녀의 글들은 맛있기조차 하다.

 

인생에 꼭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돌발'이에요. 무난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삶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탈선이죠. 당황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어요. 어떤 것은 사라지고 또 어떤 것은 남아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줄 테니까요.(51p) 내가 살아가면서 '돌발'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저 곧이곧대로 앞만보고 신호등이 시키는대로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왔던 내게 어떤 행동이 돌발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충동구매가 돌발일수도 있겠고 낯선 사람과의 원나잇이 돌발일수도 있겠다. 사라지거나 남아있으면서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돌발. 내 삶에 필요한 요소일까 아니면 그냥 외면해 버려야 하는 요소일까. 돌발. 하루종일 입안을 맴돌것만 같은 단어 그리고 생각.

 

커피를 내리는 동안은 커피에만 집중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비결이지요.(39p) 무언가를 할 때 그 행동에 집중해야 가장 좋은 것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일. 그러나 우리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중요한 그 일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먼지로 인해 뿌연 아침. 향이 짙은 그러나 맛은 옅은 한잔의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시점이다. 작가의 글은 커피향은 머금은 칼날처럼 예리하면서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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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와 리쿠 - 하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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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역동적으로 보였던 상권의 표지에 비해서 하권의 표지는 어딘가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하얀색의 표지에 리쿠가 그려져 있다. 거꾸로 보이는 리쿠의 표정. 배를 감싸쥐는 손동작은 어딘가 모르게 아파 보이기는 하다. 고모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리쿠가 어딘가 병이라도  난 것일가.

 

원서에서는 간사이 사투리로 표현된 것이 이 책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이 되어 있다. 일본 표준어를 대충 알뿐 사투리를 모르는 나는 원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아는 나로써는 할머니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재미나게 읽혔다. 약간은 과장되게 들리는 것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설정함으로 인해서 리쿠의 원래의 집과 비교되는 맛이 있기도 했다.

 

리쿠는 약간의 반항기가 있다. 이 또래의 아이들이 안 그렇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일테지만 부모의 말에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그런 나이. 자신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모할머니집으로 보내진 리쿠는 엄마가 항복하고 자신을 데리러 올때까지 기다린다. 엄마가 보내준 새 교복을 입지도 않고 도로 보내기도 하고 엄마가 보내온 문자에 답은 하지만 절대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먼저 하지는 않는다.

 

혼자 자라서 언니나 오빠,동생이 없는 리쿠는 이곳에 와서도 데면데면하게 군다. 자신을 '누나'라 부르고 좇아다니는 꼬마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석에게 어느샌가 마음이 쓰이고 있었을까. 그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리쿠도 걱정은 되었나 보다. 절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는 그녀, 그러나 아이는 아이인가보다. 결국 그녀 또한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또 다르다. 아무리 컸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아이. 소녀만의 특유의 감성이 남아 있었음에 틀림없다. 간사이 사투리에 웃고 또 그 집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들에 웃고 그렇게 웃다가 가슴 찡해지는 이야기. 마지막 몇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을 자아낸다.

 

사실 뒷장으로 갈수록 걱정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오지나 않을까. 비극적인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으로 인해서 리쿠가 마음을 돌리고 조금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내내 마음 졸이면서 읽었다. 물론 리쿠가 감정을 알아가는 것에는 찬성을 하지만 그것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슬픈 에피소드는 쓰이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랬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 꼬마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지만 리쿠가 굳이 그곳에 더 남아있으려 한 이유도 이해는 된다. 그녀는 어느틈엔가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익숙해졌고 그것이 편하게 된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완벽하면 오히려 가까이 하기 어렵다. 약간은 틈도 있고 그래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럼으로 인해서 더욱 친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가족이나 친척이라고 해서 다르리라는 법은 없다. 친구사이도 마찬가지다. 콧대 높은 미소녀 리쿠. 이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떻게 변할지 그녀의 변한 모습이 또 기대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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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와 리쿠 - 상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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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에서 새로운 카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새 작품인가 하면서 기대를 했었다. '호시 요리코'라는 새로운 작가의 이름을 듣고 나서 별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처음 보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게 차라리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대를 하고 보았을때 드는 실망감보다는 기대 없이 작품을 보았을때 생각보다 괜찮네하는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얀색의 표지에 한 여중생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았다. 팔동작만 보면 그렇게 역동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띠지를 벗기고 전신컷으로 보면 발모양은 다리가 앞뒤로 벌어진 것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어딘론가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표정은 잘 보이지는 않으나 그리 기뻐 보이지는 않는 표정. 이 여학생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열네 살. 자신만의 기준으로는 다 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어중간한 나이. 아이사와 리쿠는 남들은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비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이 어느때나 자유자재로 눈물을 흘릴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신기한 능력이고 편리하게 써 먹을수도 있는 능력이다. 자신이 잘못했을때 꾸중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상황을 모면할때도, 공부하기 싫어서 조퇴를 할 때도 요긴하게 쓸수있는 특급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눈물이 남들 앞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때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리쿠. 아니 그녀는 눈물을 흘릴 ㅠ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 상황에 맞춰 눈물을 흘리는 것이지 절대 어떤 감정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어떤 감정이 슬픈 것인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그런 아이가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리쿠를 어려서부터 딸 하나라 애지중지 키웠다. 동물은 더러운 바이러스가 있다면서 손도 못 대게 했고 음식도 꼭 유기농으로 좋은 것만 먹였다. 오직 딸아이에만 의지해온 삶. 이 책에서는 엄마의 입장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아이에게 집중해서 키우다보니 부작용이 난 것이 아닐까. 엄마는 리쿠를 자신이 달가와하지 않는 고모할머니 집으로 당분간 보낸다. 리쿠는 차라리 외국으로 보내달라고 항의 해보지만 아직은 열네살,엄마의 생각이 우선시되는 때이다.

 

아빠와 함께 도착한 고모할머니 집. 시골 사투리, 낯선 집. 엄마와 아빠와 셋이서 조용하던 집 그러나 여기서는 고모할머니, 할아버지에 오빠, 조카들까지 시끌벅적한 집안. 텔레비젼도 보지 못하게 하던 엄마였지만 이곳에서는 밥먹을때마다 텔레비젼이 커켜저있고 그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들 한소리씩 한다. 리쿠는 과연 이 곳에서 잘 견뎌낼수 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를 비롯한 일본 문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체를 보면 그렇게 잘 그린 것 같지도 않다. 선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연필을 가지고 대충 스케치한 것 같은 그런 그림. 배경에 톤을 입힌것도 아니고 그냥 하얀종이 위에다 슥삭거리면 누구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지만 그런 그림이라 할지라도 탄탄한 스토리를 만났을 때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다. 리쿠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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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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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를 통해서 이미 작가의 이야기의 쫀쫀함을 익히 알고 있었다. '링컨라임' 시리즈를 통해서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닌 특별함을 가진 캐릭터도 만나본 적 있었다. 큰 스케일의 치밀한 스릴러를 추구하는 작가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질극이다. 사실 인질극이라는 것이 영화로 표현하면 어떨지는 몰라도 책으로 표현하기에는 다른 어떤 스릴러보단 약간은 밋밋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범인이 인질들을 데리고 어떤 한 장소에 은닉한다. 협상가가 출동하여 그 범인과 딜을 한다. 그 과정이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간을 보고 밀었다 당겼다 하는 흔히 말하는 밀당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보통 정신력으로는 하기 힘든 싸움이다. 하지만 잔잔한 편임에는 틀림없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때까지 자신들의 소원이 들어지지 않으면 인질들을 하나씩 죽이겠다는 하는 협박도 인질이 무한급수적으로 있지 않기 때문에 공허한 협박으로 느껴질때가 많다.

 

그런 인질극인데 거기가 더하여 이번에는 인질들로 잡힌 사람들이 모두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것도 선생 두명을 제외하면 모두 어린아이들. 단적으로 극전체가 조용한 배경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문한다. 이 캐릭터는 이 쪽에 배열을 해 놓고 이 이야기는 저쪽에서 연결되며 배신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인질들의 활약과 범인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쉴새없이 조잘거리면서 흘러간다. 전혀 적막감이 흐르지 않는다. 이런 인질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흘러간다. 역시 제프리 디버답다.

 

시 낭송회를 위해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한 무리의 학생들. 30대의 말을 할 줄 아는 선생 한명과 20대의 장애를 가진 선생 한 명.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장애를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갑자기 삼인조 강도들에 의해서 납치를 당하게 된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도살장.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긴 하지만 말만으로도 섬찟하고 으슥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뒤로는 강이 흐르고 있는 그곳.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곳으로 향한 그들은 그 곳에서 어떤 사건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그들을 데려간 삼인조가 요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을 협상하기 위해서 등장한 협상가 포터. 삼인조 중에 대장격인 핸디는 그와 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는 포터 역시 그들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줄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끌어서 연기를 하면서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 인질을 내보내 달라고 협상을 해야 한다. 끈질긴 협상끝에 드디어 바깥으로 나오게 된 한 명의 소녀.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일까. 이제 모든 인질들이 하나씩 풀려 날 수 있을 것인가.

 

전체적으로 볼때면 핸디와 포터의 이야기로 볼수 있지만 이 이야기의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다. 20대의 여선생인 멜라니이다. 그녀는 자신들의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처음에 인질이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녀는 어찌보면 무모한 것이라고 생가되어 지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간다. 그녀가 있기 때문에 협상은 더 쉬워지지 않았을까. 스톡홀롬 신드롬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들의 이름을 들을 수 없으니 자신만의 닉넴으로 그들을 구분하던 그녀. 포터와 핸디 말고도 멜라니, 그녀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편의 스릴러다.

 

침묵속에 필쳐지는 촘촘한 이야기. 하나하나 시,분 간격으로 기록되어지는 기록지 같이 절대 늘어짐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마직막 이야기를 앞두고 두번의 큰 반전을 꾀한다. 이제는 해결이 되어서 안심을 해도 좋겠구나 싶어 약간 벽에 등을 기대고 마지막을 정리하려는 찰나에 다시 벌떡 일어나게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해 두었을것이다. 적시적소에서 독자들을 쥐고 흔드는 그의 솜씨는 새삼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읽게 되는 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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