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와 리쿠 - 상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이봄에서 새로운 카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새 작품인가 하면서 기대를 했었다. '호시 요리코'라는 새로운 작가의 이름을 듣고 나서 별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처음 보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게 차라리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대를 하고 보았을때 드는 실망감보다는 기대 없이 작품을 보았을때 생각보다 괜찮네하는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얀색의 표지에 한 여중생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았다. 팔동작만 보면 그렇게 역동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띠지를 벗기고 전신컷으로 보면 발모양은 다리가 앞뒤로 벌어진 것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어딘론가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표정은 잘 보이지는 않으나 그리 기뻐 보이지는 않는 표정. 이 여학생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열네 살. 자신만의 기준으로는 다 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어중간한 나이. 아이사와 리쿠는 남들은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비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이 어느때나 자유자재로 눈물을 흘릴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신기한 능력이고 편리하게 써 먹을수도 있는 능력이다. 자신이 잘못했을때 꾸중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상황을 모면할때도, 공부하기 싫어서 조퇴를 할 때도 요긴하게 쓸수있는 특급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눈물이 남들 앞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때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리쿠. 아니 그녀는 눈물을 흘릴 ㅠ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 상황에 맞춰 눈물을 흘리는 것이지 절대 어떤 감정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어떤 감정이 슬픈 것인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그런 아이가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리쿠를 어려서부터 딸 하나라 애지중지 키웠다. 동물은 더러운 바이러스가 있다면서 손도 못 대게 했고 음식도 꼭 유기농으로 좋은 것만 먹였다. 오직 딸아이에만 의지해온 삶. 이 책에서는 엄마의 입장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아이에게 집중해서 키우다보니 부작용이 난 것이 아닐까. 엄마는 리쿠를 자신이 달가와하지 않는 고모할머니 집으로 당분간 보낸다. 리쿠는 차라리 외국으로 보내달라고 항의 해보지만 아직은 열네살,엄마의 생각이 우선시되는 때이다.

 

아빠와 함께 도착한 고모할머니 집. 시골 사투리, 낯선 집. 엄마와 아빠와 셋이서 조용하던 집 그러나 여기서는 고모할머니, 할아버지에 오빠, 조카들까지 시끌벅적한 집안. 텔레비젼도 보지 못하게 하던 엄마였지만 이곳에서는 밥먹을때마다 텔레비젼이 커켜저있고 그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들 한소리씩 한다. 리쿠는 과연 이 곳에서 잘 견뎌낼수 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를 비롯한 일본 문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체를 보면 그렇게 잘 그린 것 같지도 않다. 선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연필을 가지고 대충 스케치한 것 같은 그런 그림. 배경에 톤을 입힌것도 아니고 그냥 하얀종이 위에다 슥삭거리면 누구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지만 그런 그림이라 할지라도 탄탄한 스토리를 만났을 때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다. 리쿠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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