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와 리쿠 - 하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무언가 역동적으로 보였던 상권의 표지에 비해서 하권의 표지는 어딘가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하얀색의 표지에 리쿠가 그려져 있다. 거꾸로 보이는 리쿠의 표정. 배를 감싸쥐는 손동작은 어딘가 모르게 아파 보이기는 하다. 고모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리쿠가 어딘가 병이라도  난 것일가.

 

원서에서는 간사이 사투리로 표현된 것이 이 책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이 되어 있다. 일본 표준어를 대충 알뿐 사투리를 모르는 나는 원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아는 나로써는 할머니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재미나게 읽혔다. 약간은 과장되게 들리는 것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설정함으로 인해서 리쿠의 원래의 집과 비교되는 맛이 있기도 했다.

 

리쿠는 약간의 반항기가 있다. 이 또래의 아이들이 안 그렇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일테지만 부모의 말에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그런 나이. 자신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모할머니집으로 보내진 리쿠는 엄마가 항복하고 자신을 데리러 올때까지 기다린다. 엄마가 보내준 새 교복을 입지도 않고 도로 보내기도 하고 엄마가 보내온 문자에 답은 하지만 절대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먼저 하지는 않는다.

 

혼자 자라서 언니나 오빠,동생이 없는 리쿠는 이곳에 와서도 데면데면하게 군다. 자신을 '누나'라 부르고 좇아다니는 꼬마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석에게 어느샌가 마음이 쓰이고 있었을까. 그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리쿠도 걱정은 되었나 보다. 절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는 그녀, 그러나 아이는 아이인가보다. 결국 그녀 또한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또 다르다. 아무리 컸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아이. 소녀만의 특유의 감성이 남아 있었음에 틀림없다. 간사이 사투리에 웃고 또 그 집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들에 웃고 그렇게 웃다가 가슴 찡해지는 이야기. 마지막 몇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을 자아낸다.

 

사실 뒷장으로 갈수록 걱정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오지나 않을까. 비극적인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으로 인해서 리쿠가 마음을 돌리고 조금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내내 마음 졸이면서 읽었다. 물론 리쿠가 감정을 알아가는 것에는 찬성을 하지만 그것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슬픈 에피소드는 쓰이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랬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 꼬마가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지만 리쿠가 굳이 그곳에 더 남아있으려 한 이유도 이해는 된다. 그녀는 어느틈엔가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익숙해졌고 그것이 편하게 된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완벽하면 오히려 가까이 하기 어렵다. 약간은 틈도 있고 그래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럼으로 인해서 더욱 친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가족이나 친척이라고 해서 다르리라는 법은 없다. 친구사이도 마찬가지다. 콧대 높은 미소녀 리쿠. 이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떻게 변할지 그녀의 변한 모습이 또 기대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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