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옥토버리스트'를 통해서 이미 작가의 이야기의 쫀쫀함을 익히 알고 있었다. '링컨라임' 시리즈를 통해서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닌 특별함을 가진 캐릭터도 만나본 적 있었다. 큰 스케일의 치밀한 스릴러를 추구하는 작가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질극이다. 사실 인질극이라는 것이 영화로 표현하면 어떨지는 몰라도 책으로 표현하기에는 다른 어떤 스릴러보단 약간은 밋밋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범인이 인질들을 데리고 어떤 한 장소에 은닉한다. 협상가가 출동하여 그 범인과 딜을 한다. 그 과정이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간을 보고 밀었다 당겼다 하는 흔히 말하는 밀당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보통 정신력으로는 하기 힘든 싸움이다. 하지만 잔잔한 편임에는 틀림없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때까지 자신들의 소원이 들어지지 않으면 인질들을 하나씩 죽이겠다는 하는 협박도 인질이 무한급수적으로 있지 않기 때문에 공허한 협박으로 느껴질때가 많다.

 

그런 인질극인데 거기가 더하여 이번에는 인질들로 잡힌 사람들이 모두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것도 선생 두명을 제외하면 모두 어린아이들. 단적으로 극전체가 조용한 배경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문한다. 이 캐릭터는 이 쪽에 배열을 해 놓고 이 이야기는 저쪽에서 연결되며 배신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인질들의 활약과 범인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쉴새없이 조잘거리면서 흘러간다. 전혀 적막감이 흐르지 않는다. 이런 인질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흘러간다. 역시 제프리 디버답다.

 

시 낭송회를 위해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한 무리의 학생들. 30대의 말을 할 줄 아는 선생 한명과 20대의 장애를 가진 선생 한 명.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장애를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갑자기 삼인조 강도들에 의해서 납치를 당하게 된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도살장.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긴 하지만 말만으로도 섬찟하고 으슥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뒤로는 강이 흐르고 있는 그곳.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곳으로 향한 그들은 그 곳에서 어떤 사건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그들을 데려간 삼인조가 요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을 협상하기 위해서 등장한 협상가 포터. 삼인조 중에 대장격인 핸디는 그와 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는 포터 역시 그들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줄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끌어서 연기를 하면서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 인질을 내보내 달라고 협상을 해야 한다. 끈질긴 협상끝에 드디어 바깥으로 나오게 된 한 명의 소녀.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일까. 이제 모든 인질들이 하나씩 풀려 날 수 있을 것인가.

 

전체적으로 볼때면 핸디와 포터의 이야기로 볼수 있지만 이 이야기의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다. 20대의 여선생인 멜라니이다. 그녀는 자신들의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처음에 인질이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녀는 어찌보면 무모한 것이라고 생가되어 지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간다. 그녀가 있기 때문에 협상은 더 쉬워지지 않았을까. 스톡홀롬 신드롬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들의 이름을 들을 수 없으니 자신만의 닉넴으로 그들을 구분하던 그녀. 포터와 핸디 말고도 멜라니, 그녀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편의 스릴러다.

 

침묵속에 필쳐지는 촘촘한 이야기. 하나하나 시,분 간격으로 기록되어지는 기록지 같이 절대 늘어짐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마직막 이야기를 앞두고 두번의 큰 반전을 꾀한다. 이제는 해결이 되어서 안심을 해도 좋겠구나 싶어 약간 벽에 등을 기대고 마지막을 정리하려는 찰나에 다시 벌떡 일어나게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해 두었을것이다. 적시적소에서 독자들을 쥐고 흔드는 그의 솜씨는 새삼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읽게 되는 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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