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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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유다의 별'이라는 작품을 읽고 내가 알던 도진기라는 작가는 반쪽짜리임을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알던 도작가는 진구라는 캐릭터의 창시자로 알고 있었고 그 시리즈가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도진기=진구 이런 공식으로 외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그의 캐릭터 중 일부였다니 약간은 허무함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고진 변호사. 진구보다는 훨씬 나이가 들고 백수인 진구보다 변호사라는 전문적인 타이틀도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멋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정이라고나 할까 진구에 대한 애정을 감출수는 없었다.

 

'순서의 문제','나를 아는 남자'가 차례로 나오고 난 이후 진구의 이야기는 감감무소식. 그러면서' 유다의 별'은 출간. 그러다보니 도작가님에 대한 미움과 진구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를쯤 해서 이 책이 드디어 나왔다. 그런데 진구 시리즈이면서도 고진이 같이 등장을 한다. 한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편에서 접근해 가게 된 진구와 고진. 캐릭터의 차이만큼이나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도 확실히 다른 저마다의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속담에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어떻게든 이 사건이 제대로 풀리고 그 결과만 같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처음부터 그 둘이 대립을 하지 않는다.

 

어느 산속을 헤매는 진구가 텅빈 집처럼 생긴곳을 보고 들어가서 쥐덫에 갖힌 쥐마냥 그집 베란다에 갇히는 장면으로 시작하게 된다. 왜 진구는 그런일을 한거지? 무엇때문에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그 산속에서 무엇을 찾고자 한 것일가? 이제 누구도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갇혀벼린 그를 구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또한 그 집은 어떤 집이길래 이런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인가. 이런 모든 의심이 채 풀리기도 전에 이 책의 본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진구의 여자친구인 해미가 가지고 온 이야기. 사건의뢰를 진구에게 하게 된다. 부산에 사는 횟집을 하는 젊은 애기아빠. 몇달 전 부인을 차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이제 장인어른이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인데 그 유산을 자신의 처형들이 받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도 되고 어떤 방법을 써도 되니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때문이었는데 자신의 부인을 그 처형들이 죽인 것 같다고 의심을 하면서 자신의 동생을 죽인 사람은 유산을 받을수가 없다는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고진 변호사가 맡게 된 의뢰는 이러하다. 진구의 의뢰인의 처형들. 즉 죽은 부인의 언니들 두명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자신의 제부가 유산을 받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 두팀의 이야기는 어떤 결론을 맺을까. 그냥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병석에는 있지만 아직 정신이 멀쩡한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면 가장 간단한 일 같은데 아버지는 유산때문에 싸우는 것을 보지 못하겠다면서 법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라고만 한다. 일의 해결을 위해 부산에 내려가 그 집에 머무르게 된 진구와 해미는 그곳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알게 되고 점점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진구라는 캐릭터는 다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멋지지는 않다. 무슨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또는 형사들처럼 무기 사용이 자유롭지도 않다. 단지 자신의 기동력과 그리고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캐릭터이다. 그러다보니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은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내가 진구라면, 내가 그런 캐릭터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사고력이 뛰어난 캐릭터이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직선적으로 하는 그런 주인공. 여자친구인 해미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으면 섭섭할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적어도 사람들하고 공감을 하거나 소통을 하는 면에서는 진구보다도 훨씬 더 나은 재주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보아지는 대결구조는 신선함을 준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진구와 고진의 대립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혹시나 하는 염려서서 덧붙이자면 이 책을 그냥 별개의 책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순서의문제'와 '나를 아는 남자'에 이은 시리즈이다보니 처음부터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살며시 덧붙이고 싶다. 읽은지가 오래된 나 또한 무슨 설명이 나올때면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면서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제일 첫 장면에 관한 설명도, 마지막에 하면서 이어서 나올 다음 책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번 대결은 누구와 누구간에 이루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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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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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한국 소설의 장점을 팍팍 드러내고 있다. 한글만의 고유함으로 미스터리함을 담고 있는 책. 예전에 [섬,섬옥수]라는 제목을 보고 여자의 하얀 손을 연상했었다. 그 책의 제목이 섬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갇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야기를 읽고서야 알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읽으면 그저 섬짓하다의 잘못된 표기인양 보이지만 작가의 치밀한 생각 아래 '섬'이라는 글자 다음에 구두점을 찍어' 짓하다'라는 어미와 분리시켜 놓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섬짓하다'와'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두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게 만들었다. 한글만이 나타낼수있는 묘미다.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오래 전 크리스티 여사님도 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썼었고 미나토 가나에도 섬이 고향인 주인공들을 모아서 [망향]이라는 이야기를 냈었다. 각종 추리와 미스터리의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그만큼 섬이라는 곳은 약간은 신비스럽고 또 약간은 이야기를 구성하기 좋은 배경이 되는 편인가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프로파일러다. 한국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은 직업. 그나마 추리소설에서나 간간히 볼수 있는 직업이긴 하나 지금 추세대로라면 아마도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날도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즐겨보는 드라마 '본즈'에서는 FBI에 심리학 박사가 있어서 그 사람이 프로파일러의 역활을 한다. 그러면서 요원과 함께 다니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탠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파일러 독단적으로 행동을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경찰과의 공조하에 프로파일러는 자료를 조사하고 심리를 파악해서 사건을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활이다.

 

빌라에서 발견된 한 건의 시체. 그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죽이겠다고 공포를 한 대상이기도 하다. 경찰을 당장 그 글을 올린 사람을 잡아다 취조를 하지만 단지 십 대의 여린 청소년인 용의자는 자신이 글을 올리고 다같이 모여서 그 여자를 죽이자고 해서 갔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심리상태를 알기 위해 투입된 프로파일러 김성호. 그는 과연 그 학생에게서 자백을 받아 낼수 있을까.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이 될까.

 

쉽게 풀릴 것 같았던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갑자기 온라인 상에서 그가 이슈가 되면서 경찰에서는 삼보섬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세 명의 연쇄 실종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를 섬으로 출장을 보내게 된다. 그가 섬에 가서 마주치게 되는 것은 누구이며 그곳에서는 또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그는 필적 감정사이자 문화학자인 동행과 함께 내려가게 되는데 작은 섬에서 그들은 팬션에 나란히 머물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곳의 경찰들과 공조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인터넷 범죄인가 했더니 마지막에는 학원폭력으로 끝이 난다. 두가지 사건이 교묘하게 섞여있으면서 엇갈려 맞물려 들어간다. 앞서 불려왔다던 십대소년도 어덯게 보면 학원 폭력의 피해자라 할수 있겠다. 단체 채팅방에 불러놓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은근한 따돌림. 어른들이라면 아니 어른들이라도 견딜수 없을 정도의 따돌림을 십대의 소년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을까. 자신이 스스로 사람들을 따돌리게 되는 증상이 나오게 되고 결국는 온라인 상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숨어 버리게 되는 결과는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니 감정이 없으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라는 말로 명명햇다. 이런 십대들이 자라게 되면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일까. 이를테면 그러 범죄자들 또한 이 사회가 만들어 낸 페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섬에서 벌어지는 섬짓하면서도 슬픈 이야기. 결국은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서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람을 복수하려고 했던 그 사람의 심정을 어느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그 소년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학생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잘 적응 할수 있을까. 십대의 따돌림은 감당치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그들의 가혹행위는 멈춰질까. 아니면 그 행위는 군대라는 곳에서 또 직장이라는 곳에서 평생을 계속해서 따라 다닐까. 전작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믿고 읽는 재미가 있다. 역사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적인 소설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믿고 보는 작가의 리스트에 넣어 두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섬,짓하다'가 '섬짓하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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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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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고전적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스릴러이고 각종 베스트를 휩쓸고 있는 스릴러장르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형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네스뵈나 마이클코넬리의 해리들도 형사였고 샌드맨의 유나도 형사였으며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율리아시리즈의 주인공도 여자경찰이다. 그렇다면 탐정은 어디서부터 나오게 된 것인가. 내 기억속에서 내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셜록홈즈의 영향이 큰 듯 하다.

 

뛰어난 추리력과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일어난 사건들의 정황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하면서 범인에 접근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멋졌는지. 그 이후로 크리스티여사의 포와로를 접하게 되면서 탐정은 무진장 잘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또 한번 몸소 느껴야만 했다. 나는 근처에도 못 간것을 그들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금은 어수룩한 탐정도 있었으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이다. 약간은, 아니 아주 많은 빈틈을 보이면서 전혀 일을 해결할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반짝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또한 모자라 보이는 모습들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대놓고 탐정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주듯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아직까지는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일부러 더 드러내 놓고 표기한듯 하다. 그리고 물론 우리의 두 주인공은 탐정도 아니다. 전직기자와 전직 경찰이다. '전직'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된 데에는 둘다 조금은 불미스러운 일과 연결이 되어 있는 공통점도 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전직형사는 피의자의 아내와 섬씽이 있었고 전직 기자는 사건에 필요한 증인을 숨겨주다가 피해자가 되도록 만들어 버린 전적이 있다. 이래저래 마음 맞는 그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에 알리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가는 박희윤. 그는 혼자보다는 둘이라는 원리원칙에 따라 친하게 지내는 전직형사이자 지금은 카페주인인 갈호태과 동행을 한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탤런트인 그 여자친구를 무사히 구해내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처음부터 크게 '팡' 하고 터뜨려준 후 소소한 사건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간다.

 

첫 사건에서 해결을 하지 못한 그들은 결국 둘다 전직이라는 딱지하에 자신의 자신들이 바라는 일보다는 서로 생업에 충실하게 카페일에만 전념을 하게 된다. 물론 사장이라는 갈호태은 여전히 여자들에 관심이 많고 그 밑에서 졸지에 종업원이 된 박희윤은 후배기자가 물어다주는 사건들에 관심이 더 많게 되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소소하지만, 앞의 연쇄살인사건에 비해서 소소할뿐 그 자체로도 큰 사건들이다. 폭탄과 이슬람 사람들이 겹쳐지는가 하면 야구선수와 의사가 접점을 이루고 경찰간부였던 옛상사의 개를 찾는 사건도 알고보면 큰 사건과 맞물리게 된다.

 

신문을 통해서 낸 광고사건은 얼핏 보면 약간은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해서 그 정도는 살짝 양념처럼 끼워줘도 무난하게 덮힐듯 싶다. 두명의 콤비가 짝을 이루어서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시간순대로 벌어지는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는 각각 마무리가 되어지고 앞에서 벌어졌던 큰 사건은 가장 마지막에 와서야 그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은 '너가 이런 사람이었다' 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 이야기가 약간은 단순하고 추리도 가능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치켜줄수 있겠다.

 

우카이처럼 너무  까불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와로처럼 너무 특출나게 잘나지도 않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시대에 딱 맞는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그렇다고 너무 보통 사람이면 재미가 적으니 갈사장 같은 캐릭터가 붙어서 콤비를 이루어줘야 제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조합은 아닐지라도 한국사람의 입맛에 딱 맞을 캐릭터. 이 콤비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론 전직형사와 전직가자의 타이틀은 떼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찰소속으로 일을 해볼 모양이다. 그들이 파헤치는 미결수사들은 어떤 사건들일까. 미드 '콜드케이스'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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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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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송시우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때 표지가 너무나도 이뻐서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서정적인 표지라서 그런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인 내게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작가의 장르가 그냥 일반 문학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추억을 담고 있는 그 이야기 속에서는 추리라는 장르가 들어있어서 더욱 읽는 맛을 더해준다. 시간을 생각지 못하고 줄기차게 읽어내려가는 맛이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이름을 기억해 두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가의 다음 책이 나왔다.

 

전작과는 다르게 컬러플한 색의 표지이다. 전작의 서정적인 제목도 사라졌다. 달리는 조사관. 왠지 코믹한 이야기가 전편에 들어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표지에도 보면 조그맣게 표현된 사람들이 무언가 웃긴 동작들을 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꾸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처럼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코믹한 점을 버릴수 없는 그런 코지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오산이었다. 첫 장을 펼침과 동시에 나는 일년전 데쟈뷔 현상을 느끼는 것처럼 정신없이 빨려들었다. 390페이지의 책은 세시간반만에 줄기차게 읽혀졌고 끝. 주말 밤을 행복하게 보내기는 했으나 아쉬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내용 하나하나를 놓치지는 않았는데 이 모든 재미를 한꺼번에 훅 느껴버린 아쉬움이었다. 맛난 쵸콜릿을 아껴두고 먹지 않고 그 큰 쵸콜릿을 맛이 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고 남은 것이 없는 빈 손을 들여다보는 아쉬움 말이다. 일년에 한권씩 낸다해도 이 작가의 책을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한번 한숨을 쉬어본다. 그때까지 복습하겠다. 이 책.

 

일반인에게는 전혀 낯선 인권증진위원회. 사실 이 위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일 뿐.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책 속에 나오는 인권위와 비슷한 편이다. 인권위에서 하는 일 중 가장 흔한것이 아마도 '성'에 관련된 일인만큼 처음 이야기부터 노동조합과 성추행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일하는 두명의 남녀. 그들은 다른 직원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그 이후 성추행을 했다고 진정이 들어온 것이다.

 

이 사실에 빠진 것은 무엇이며 더해진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조사관 한윤서가 투입된다. 이미 다른 성추행사건을 해결한 그녀. 이번 건으로 더욱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굳힐 수 있을까. 표지에 그려진 네명의 주인공이 저마다 다른 사건을 쫓아서 해결한다. 각각의 사건을 조사하던 그들은 마지막 사건은 모두 힘을 모아서 협동하여 해결하게 된다. 그만큼 강력한 사건이라는 소리다. 뒤로 갈수록 센 사건들이 등장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들을 거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윤서나 홍태 모두 범죄사에 대한 적지 않은 흥미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오대양집단 자살사건,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개구리 소년 살인사건. 국가가 밝혀내지 못한 죽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죽음들. 범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하여.(177p)

 

우리가 익히 알고 들었던 사건들이 언급될때 한국 작가가 쓴 한국어로 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된다. 더군다나 내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언급될 때면 재미는 더욱 증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깊이가 있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들의 권리. 그들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 한국적인 서정을 담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한다는 작가, 송시우. 재미와 깊이가 어우러지는 참 맛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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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쿡 영어 - 영어 중독자 두껍의
엄세희 지음, Nolan King 감수 / 넥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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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직업상 영어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여기서 영어책이라 함은 원서가 아닌 영어문제집을 뜻한다. 새로 나온 문제집은 왠만해선 보는 편이고 좋아하는 출판사의 새 책들은 더욱 주의깊게 본다. 혹시 쓸만한 교재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문제집을 제외하고 보는 영어책들 또한 원서보다는 이런 실용서들이다. 영어를 소재로 한 책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명들을 설명하면서 단어를 연계해놓은 [브랜드 잉글리쉬]라는 책도 이런 축에 속하고 어디서도 배울수 없는 영어로 된 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해 놓은 [싸가지 없는 영어책]도, 외국인들과의 연애를 위한 [영어로 연애하기]라는 책 또한 그런 책에 속한다.

 

영어로 된 이야기들이 있는 원서를 보지 않고 그런 책들을 보는 것은 단 하나이다. 특이한 영어를 외워놓고 싶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고 영어권에서 산지 너무 오래전이라 새로 나온 영어표현들이 있을까 해서 다시 보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영어라는 것은 언어이고 언어라는 것은 사람이 쓰는 말이라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하한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해마다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고 쓰지 않은 단어들이 죽곤 한다. 표현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잘 쓰는 표현이었으나 지금은 쓰지 않은 표현들이라면 그런 올드한 영어는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학교 중심의 영어수업에서 이런 표현들을 쓸 리는 없지만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들도 가끔 추임새처럼 알려주거나 영어에 흥미를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삼아 들려주기에 좋은 꺼리들이 잔뜩 있다. 물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친해지게 된다면 쓸 수 있는 표현들도 존재한다. 그저 그런 흔한 영어책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이 책 또한 재미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절대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사용법에도 보면 적혀 있듯이 그냥 읽으면 된다.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트와 펜을 구해서 책상 앞에 앉을 생각이라면 다른 책을 사는 것이 낫다. 이 책은 영어를 즐기기 위한 책이다. 손으로 쓰기보다는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효과적이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당황할수도 있겠다. 표지는 일반적인 책이지만 펼쳐보면 책을 돌려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위로 편집이 되어 있는 책. 시작부터 재미난 점을 캐치했다.

 

'사사로운 인생사'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그냥 평상시에 쓰는 '기분 어때?'라고 묻는 표현부터 시작해서 회사에서 쓰는 표현들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표현을 비롯해서 연애생활에서 쓰는 표현까지 생활 전반에서 쓰이는 표현들을 두루두루 잘 모아두었다. 하지만 절대 초등학생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 요 마지막 챕터. 19금이다. 영어책에서는 배울수 없는 그런 표현들이 가득하다. 영어가 지겨워라고 외치는 사람들조차도 요런 표현들은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펼쳐볼 만한 그런 챕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언어를 학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문학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언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통된 말이 필요했고 그것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서 영어가 된 것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언어는 늘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게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영어가 한동안은 대세일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영어를 좀더 쉽고 재미나게 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가를 찾게 된다. 굳이 토플성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비즈니스 회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머리 쥐나게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런 책으로 입에 달달 붙는 영어를 한번쯤은 공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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