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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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송시우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때 표지가 너무나도 이뻐서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서정적인 표지라서 그런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인 내게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작가의 장르가 그냥 일반 문학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추억을 담고 있는 그 이야기 속에서는 추리라는 장르가 들어있어서 더욱 읽는 맛을 더해준다. 시간을 생각지 못하고 줄기차게 읽어내려가는 맛이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이름을 기억해 두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가의 다음 책이 나왔다.

 

전작과는 다르게 컬러플한 색의 표지이다. 전작의 서정적인 제목도 사라졌다. 달리는 조사관. 왠지 코믹한 이야기가 전편에 들어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표지에도 보면 조그맣게 표현된 사람들이 무언가 웃긴 동작들을 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꾸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처럼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코믹한 점을 버릴수 없는 그런 코지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오산이었다. 첫 장을 펼침과 동시에 나는 일년전 데쟈뷔 현상을 느끼는 것처럼 정신없이 빨려들었다. 390페이지의 책은 세시간반만에 줄기차게 읽혀졌고 끝. 주말 밤을 행복하게 보내기는 했으나 아쉬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내용 하나하나를 놓치지는 않았는데 이 모든 재미를 한꺼번에 훅 느껴버린 아쉬움이었다. 맛난 쵸콜릿을 아껴두고 먹지 않고 그 큰 쵸콜릿을 맛이 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고 남은 것이 없는 빈 손을 들여다보는 아쉬움 말이다. 일년에 한권씩 낸다해도 이 작가의 책을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한번 한숨을 쉬어본다. 그때까지 복습하겠다. 이 책.

 

일반인에게는 전혀 낯선 인권증진위원회. 사실 이 위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일 뿐.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책 속에 나오는 인권위와 비슷한 편이다. 인권위에서 하는 일 중 가장 흔한것이 아마도 '성'에 관련된 일인만큼 처음 이야기부터 노동조합과 성추행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일하는 두명의 남녀. 그들은 다른 직원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그 이후 성추행을 했다고 진정이 들어온 것이다.

 

이 사실에 빠진 것은 무엇이며 더해진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조사관 한윤서가 투입된다. 이미 다른 성추행사건을 해결한 그녀. 이번 건으로 더욱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굳힐 수 있을까. 표지에 그려진 네명의 주인공이 저마다 다른 사건을 쫓아서 해결한다. 각각의 사건을 조사하던 그들은 마지막 사건은 모두 힘을 모아서 협동하여 해결하게 된다. 그만큼 강력한 사건이라는 소리다. 뒤로 갈수록 센 사건들이 등장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들을 거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윤서나 홍태 모두 범죄사에 대한 적지 않은 흥미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오대양집단 자살사건,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개구리 소년 살인사건. 국가가 밝혀내지 못한 죽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죽음들. 범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하여.(177p)

 

우리가 익히 알고 들었던 사건들이 언급될때 한국 작가가 쓴 한국어로 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된다. 더군다나 내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언급될 때면 재미는 더욱 증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깊이가 있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들의 권리. 그들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 한국적인 서정을 담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한다는 작가, 송시우. 재미와 깊이가 어우러지는 참 맛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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