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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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알던 작가도 아닌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읽어보고 싶어지고 궁금해지는 책. 아마도 이 책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막연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데는 사실 출판사도 한몫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만들어 내는 출판사의 책이라면 작가 이름은 어찌해도 좋으니 일단 믿고 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이름만 보고 사는 것 하고 비슷하다고도 할수 있다. 약간은 소녀틱해보이는 표지는 이 책의 청소년이 주인공임을 극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 소년과 한 소녀, 저 둘이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읽어간다.

 

그냥 주인공 한명이 등장을 하고 그 주인공의 시점에서 선배들과 친구들이 나온다. 일단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파악하는게 우선이었다. 분명히 한 소년과 한 소녀를 보았으니 둘 중 하나인데 이름만으로는 성별이 파악이 안되는 일본소설의 특성상 주위의 상황이라던가 다른 사람들을 보고 파악를 해야 했는데 그게 약간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도 했다. 나만 그렇게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름뒤에 붙이는 선배라는 호칭 하나만으로는 도대체 이 선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을 읽는데 있어서 그깟 성별이 무슨 큰 대수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을 생각해가면서 장면을 영상화 시키면서 읽는 나의 특성상 명확해지지는 않으면 그 다음에 연속해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은 그런 단점이 있다.

 

분명 추리소설일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그런 장르를 만들어내는 출판사이니까 그리고 일본작가이니까 또한 상을 받은 작품이니까 그런데 처음부터 귀신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단순 추리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원추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학원호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호러는 여름이 제격 아닌가. 하긴 제목이 그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유가 있어서 겨울에 나온다지 않는가. 이 책 또한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시시하게 첫번째 이야기가 풀려버렸다. 김전일을 능가하는 선배가 한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 그 선배는 자신이 다 이해가 되고 해석이 되면 그것을 알려주는 특성이 있다. 그 선배가 이해가 될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다. 일단 일단락되어지는 사건속에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오히려 이 사건 속에서 조금은 꼬여버린 이야기가 등장을 하게 된다. 이른바 벽남 사건. 벽에서 목이 없는 시체가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을 벽으로 밀쳐서 죽인다는 이른바 학교괴담. 그넘의 학교 괴담은 학교마다 있는 것뿐 아니라 나라마다도 존재하나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학교괴담들을 모으면 끝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잘만 손본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그런 상상도 하게 된다.

 

내가 학교다닐때는 학교 뒷동산에 생물시간에 해부했다가 묻은 붕어나 개구리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화장실에서 보이는 나무에는 누군가 목을 맸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래서 비가 오고 어두워졌을때 누군가 창문을 열어놓아 커텐이 휘날렸을때 여자아이들이 단체로 소리를 질렀던 기억도 존재한다. 아뭏든 이 벽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예술동 즉 동아리 활동에 쓰이는 건물을 조사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과연 이 사건은 누군가의 조작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존재하는 귀신이 있는 것일까.

 

주인공들이 학생이고 배경이 학교이다 보니 그렇게 하드한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면들이 많다고나 할까.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했어도 미미여사의 이야기처럼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김진일 사건의 학교화라고나 할까. 약간은 약한 버전이라고 하면 딱 들어 맞지않을까 싶다. 너무 하드한 것에 질려버린 머리를 달래줄 요량이라면, 그리고 조금은 센것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할 중,고등학생은 많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는 제목처럼 나는 이 책을  학생들을 위한 선물로 목록에 올려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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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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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어느 온라인 서점에서였다. 새로 나오는 책의 부분을 연재하는 방식이었는데 눈덕서니라던가 그믐대라던가 하는 토속적인 귀신들이 출동해서 더욱 흥미를 끌었던 이야기였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였고 배경이나 주인공들도 학생들이어서 너무 과하거나 인위적이지 않게 이야기를 꾸려가는 맵시가 꽤 괜찮아서 기억하고 있던 작가였다. 그 작가의 신작이다.

 

띠지에서도 볼수 있듯이 자신이 쓴 소설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고 이미 경고하고 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이 무에 그리 독할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읽어가면서 빠르다는 말에는 실감했다. 정신없이 읽혀져 가는 페이지다. 물론 이것이 우리의 실생활하고 관련있는 부분이라서 더욱 그렇게 몰입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들 중 대부분은 블로그를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고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서평을 남기고 자신의 일과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런 블로그들을 모아서 포털에서 파워블로그를 뽑기도 하고 '파워'라는 단어가 붙으면 조금은 더 대우해주는 습성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듣기도 했었다. 실제로 파워블로거와 업체들간에 주고 받는것이 있다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댓글부대. 그 말 그대로 부대처럼 한꺼번에 돌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 세명으로 구성된 팀-알렙은 저신이 의뢰받은 일을 철저히 해낸다. 온라인 상에서 사이트를 해킹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어느 한 카페를 공격해서 그 카페가 흐지부지 되고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렇게 만드는데는 그들 각자가 덧붙여 놓는 댓글의 힘을 무시할수 없다. 한 댓글이 조금만 삐닥하게 달리면 우루루 몰려들어서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식이다.

 

회원님들 어화둥둥하고 친목 강조하는 곳에서는 시크한 척하는게 아니라 오지랖이 넓을수록 권력이 생기는 거고. 그 사람들 보면 자기들 권력이, 게시판 글 많이 보고 댓글 많이 달리고 날 칭찬해주고, 그렇게 시간을 오래 투자한 데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77p) 어느 블로그라도, 어느 카페라도 게시글 많이 올리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 점점 커지고 그럴수록 더욱 이슈가 되고 그러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특별히 꼬집어 말하는 것 같아 속시원하면서도 나 또한 그런것이 아닌가 하고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나하나가 고유의 질서와 법칙을 지닌 생태계다. 그 세계들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진화하고 죽는다. 어떤 것들은 아름답고  어떤 것들은 위대하다. 어떤 섬의 숲은 산불에도 잘 버틴다.(95p) 내가 가입해 있는 인터넷카페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고 점점 커져간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 자신이 바랬던 것과 뜻이 맞지 않는다면 중도에 탈퇴하고 나갈수도 있다. 누군가 카페를 헤짚어 놓는다 하더라도 자신들끼리 오히려 더 잘 똘똘 뭉치는 곳도 있다. 닉네임이라는 특성상 자신이 드러나지 않으니 마음대로 할수도 또는 더 조심할수도 있다.

 

저희가 두가지 점에서는 초등학생보다는 뛰어났죠. 가슴 후벼 파는 거, 그리고 집요한 거. 그거 두개면 다 됩니다.(81p) 어떤 때는 본 글 보다도 댓글이 더 재미나서 한참을 쳐다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와중에 꼭 한,둘이 삐딱선을 타게 되면 정작 글 올린 사람은 상처를 받게 되는데 그것조차도 쿨하게 넘겨 버릴수 있다면 더 좋을테지만 사람이라는게 일단 자신의 눈에 들어온 이상 그렇게 되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인가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도 되고 그 글을 내릴까 하고 고민하게된다. 댓글부대는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있다.

 

작가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했다. 정작 나는 그 사건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누군가 조작을 했는지 관심도 없고 했다 하더라도 남의 일이니하고 넘겨버렸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댓글부대가 실제로도 존재한다면 어떨까. 조금 많이 비약이 되고 조금 심하게 그려져서 그렇지 실제로도 현실상에서 이런 팀-알렙같은 댓글부대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내가 쓰고 올리는 지금 이 글 조차도 누군가의 레이다에 걸려서 꼬투리를 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섬짓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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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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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좋아했던 책표지가 있다. 내용도 좋았지만 표지때문에 더욱 아꼈던 책. 짙은 네이비 컬러가 바탕이 되어있고 그 위에 레드와 오렌지와 옐로우가 차례대로 층을 이루던 석양을 나타내던 그 표지. 컬러감이 너무나도 이뻐서 내가 좋아하는 밤하늘을 떠올릴때면 으례히 그 표지를 떠올리곤 했다. 이 책 또한 컬러감이 살아 있는 책이다. 영화로 만든다면 진짜 컬러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달까. 사람을 컬러로 계급화시킨다는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비화를 알고 싶을 뿐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행성을 중심으로 하는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설정이다. 이 책 또한 화성이라는 행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살고있는 레드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하루하루 골드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 금지된 노래가 있고 금지된 춤이 있으며 그것을 어길시에는 사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즐겁게 살아간다. 가족들간의 정도 깊다. 그런 정을 바탕으로 해서 살아가지만 대로우는 자신이 사랑하던 이오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 또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는 소식으로 시작되는 뒷 이야기들은 또다른 느낌의 이야기로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처음 이야기는 마치 [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들이 살던 곳이 전부인줄 알고 살아왔지만 그곳을 벗어나보니 정작 그곳은 아무것도 아니었더라 하는 마치 우물안 개구리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서로 목숨걸고 자신이 뽑히기 위해서 싸움을 해야만 하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헝거게임]같은 느낌을 준다. 헝거게임을 볼때마다 [배틀로얄]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그와 같은 기반 아래서 그들은 서로 팀을 짜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투를 하게 된다. 레드였던 대로우가 어떻게 골드로 바뀌게 되는지, 골드로 바뀌고 난 이후에도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자신의 친구들을 만들어서 그곳을 정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잔인하지만 소설속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좋다. 그냥 평범한 인간인 레드와는 다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골드들. 그중에서도 아직 어린 골드들이라 미력한 부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때로는 협동하고 때로는 배반하면서 자신들의 위치 고수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울수밖에 없다. 이 사회에서도 피흘리고 죽이지만 않을 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이시간에도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넌 꿈을 위해서 죽는 게 가치가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넌 서서 죽는 게 낫다는 거지. 난 무릎을 꿇고 사는 게 낫다고 하고.(69p) 자신이 사랑하는 이오지만 그녀와의 의견차이를 좁힐수 없었던 대로우가 내뱉듯이 하는 말. 꼿꼿하게 자신의 의지를 지키며 죽는 것을 택하겠다는 이오와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남기를 선택하고 싶었던 대로우.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자신만의 의견이 다를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선택하는 것은 가족이라도 대신할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선택뿐.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레이 군인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질서를 확립하고, 계급에 따라 복종하도록 단속한다. 화이트들은 정의를 중재하고 그들의 철학을 들이민다. 핑크들은 하이컬러들의 집에서 시중을 들고 쾌락을 제공한다. 옐로우들은 의학과 과학을 연구한다. 그린들은 기술을 발전시킨다. 블루들은 우주 항해를 한다. 코퍼들은 관료다. 모든 컬러에겐 각자의 용도가 있다. 모든 컬러들은 골드를 지원한다.(133p)

 

각종 색들의 행연이다. 보지 못했던 색들은 없다. 이 구절에 언급된 색들 외에도 브라운이나 실버, 가장 하층민 계급을 상징하는 레드가 빠졌다. 활기를 주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레드는 왜 가장 낮은 계급을 상징하는 것일까. 언젠가 치고 올라올 그런 혁명을 반영하기라도 한 것일까. 사람은 은연중 계급이 정해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자유는 있지만 회사에서나 심지어 가정에서조차도 서열이 생기는 것을 막을수는 없다. 그런 서열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일 뿐. 컬러로 이렇게 드러나지는 삶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컬러의 삶을 살고 있을까.

 

그가 아무리 자신만만해도, 내가 옳다. 그는 틀렸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를 불꽃이다. 나는 사슬을 끊을 망치다.(665p) 모든 전쟁을 마친 후 다 이룬 것만 같은 대로우에게도 다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던 그. 겉모습은 골드지만 속은 레드일수밖에 없는 그. 그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끝인줄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마도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대로우, 과연 그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수가 있을까. 레드이면서 골드인 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어느때일까. 레드 라이징. 아직 순수하게 레드가 전면으로 솟아오른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부상한 것 뿐이다. 완전히 올라오게 될 다음 이야기가 존재하길 바라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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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반 만에 남친이 생겼습니다
시모다 아사미 지음, 하지혜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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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에 첫사람과 헤어지고 자그마치 6년반 만에, 그러니까 여자나이 서른에 찾아온 사랑. 그 사랑은 미야타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출근하는 길에 사람 많은 지하철에 타고 있어도 히죽히죽 웃음이 지어지고 만난지 얼마 안되어 키스를 하고 난 후에는 바로 다음 단계를 생각하며 속옷을 사러 가고, 물론 그 김에 겸사겸사 다른 것들도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고, 처음으로 그와 함께 밤을 보낸후에는 응큼한 혼잣말까지 하며 돌아오는 내내 그를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철저하게 여자 입장에서 쓰여졌다. 미야타 입장에서만 사랑을 바라볼 뿐 아니라 남친은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간혹 등장을 한다고 해도 남친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거나 드라마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풀샷으로 잡아서 인물이 아주 작게 보이거나 또는 뒷모습으로 등장해서 어깨만 프레임에 걸리거나 하는 식이다. 그나마 목소리로 등장을 하는 것이 미야타가 아팠을 때다.

 

아픈 그녀에게 찾아와서 이것저것 해주는 것을 보면 진정 자상한 남자임에는 틀림없다. 그 이전에 일때문에 미야타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는 했어도 말이다. 오랫동안 남자를 못 만나왔던 그녀가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난 것이 아닐까. 다만 나이가 있는지라 남친이 있다고 하자 엄마는 바로 아이 키울 생각에 적극적이 되시고 결혼을 서두르는 것을 보면 어쩔수 없지만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애를 오래오래 해보고 결혼을 하라고 하고 싶지만 미야타의 친구가 8년씩이나 연애를 하고도 결국은 헤어진 것을 보면 짧게 만나도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지만 결혼 또한 타이밍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그 남자와 만나서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할 타이밍에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타이밍은 좋았으나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결혼을 한 채 나중에 후회를 하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결혼이 아니라면 이혼도 틀린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그 또한 아이가 있다면 또 달라지는 생각일테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다.

 

결혼을 한 여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그 속에서 달달함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현실의 남편이 있다고는 하지만 살다보면 현실에 치여서 달달함은 잊은지 오래, 그것을 대리만족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랬다. 조금은 연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연락오길 기다리고 만날 약속을 잡고 스킨십이 주는 떨림을 즐기고. 그런 즐거움을 아무나하고 해서 느낄수 없으니 책으로 대신 느끼고 싶었다. 충분했다. 가볍고 달달하고 여자의 입장에서 느낄수 있는 처음 초반기의 감정을 아주 속도감있게 몰아서 서머리하듯이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르테팝. 재미주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아르테에서 분리되어 있는 브랜드. 그 이름에 딱 맞는 한권의 책이 이 책일 것이다. 재미지다. 달달하다. 그러면 그것으로 이 책의 소명은 다한 것이다. 파릇파릇한 초창기 연애의 자릿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현실의 건조함에 약간의 달달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남의 염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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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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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를 본다는 것은 무언가를 꾸준하게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시간맞춰 발행되는 책들은 날아오기 마련이니 이번호를 읽지 않으면 그대로 쌓이게 된다. 마치 어렸을때 하던 문제은행이나 아이템풀 학습지 같은 느낌이다. 우리집에는 엄마가 두고 읽으시는 '생명의 삶'라는 성경큐티책이 매달 날아온다. 지난번 일년구독이 끝나고 그 다음 책이 없었을때 내가 다시 일년동안 신청해 준 책. 책이 매달 날아올때마다 괜스리 뿌듯하다.

 

여전한 샘터의 이야기다. 항상 보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도 반갑고 기생충학자 서민교수의 이야기도 이번호에는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나 싶어 자세히 읽게된다. 성석제 작가의 이야기도 즐겁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샘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마도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실린다는 것이다. 나와 별달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웃기도 하고 가끔은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공감을 하게도 된다.

 

이번호 특집 이야기는 '우리곁에, 산타'라는 제목으로 이야기가 실려있다. 산타가 주고 간 선물.. 그 선물에 관련된 이야기들. 다들 훈훈한 이야기들이었다. 산타와 관련된 이야기로 하자면 나는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산타를 믿었다. 그게 다 전부 철저한 엄마 덕분이었는데 당시 2층에 살던 우리집 베란다로 코트가 '툭'소리를 내면서 도착해 있었기 때문에 아니 믿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연히 눈치빠른 두 동생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나름 순진한 나만 오래도록 속은 것이다. 그래도 그 기억덕분에 오래도록 즐거웠고 행복했다. 지금도 가끔은 산타를 믿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 소개편에서는 나도 그곳을 나중에 꼭 방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가수 최백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졌고 역시 인기있는 조선왕조실톡 이야기를 보면서 이 책이 아직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의미라는 뜻으로 붙여진 잡지. 그 말 그대로 샘터에는 온갑 잡스러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지 혼동속에서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모두 읽는 사람들에게 정겨움과 도움을 주는 그런 잡스러움이라면 계속되어도 좋지 않을까. 내년에도 샘터와 함께 하는 나날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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