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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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좋아했던 책표지가 있다. 내용도 좋았지만 표지때문에 더욱 아꼈던 책. 짙은 네이비 컬러가 바탕이 되어있고 그 위에 레드와 오렌지와 옐로우가 차례대로 층을 이루던 석양을 나타내던 그 표지. 컬러감이 너무나도 이뻐서 내가 좋아하는 밤하늘을 떠올릴때면 으례히 그 표지를 떠올리곤 했다. 이 책 또한 컬러감이 살아 있는 책이다. 영화로 만든다면 진짜 컬러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달까. 사람을 컬러로 계급화시킨다는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비화를 알고 싶을 뿐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행성을 중심으로 하는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설정이다. 이 책 또한 화성이라는 행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살고있는 레드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하루하루 골드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 금지된 노래가 있고 금지된 춤이 있으며 그것을 어길시에는 사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즐겁게 살아간다. 가족들간의 정도 깊다. 그런 정을 바탕으로 해서 살아가지만 대로우는 자신이 사랑하던 이오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 또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는 소식으로 시작되는 뒷 이야기들은 또다른 느낌의 이야기로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처음 이야기는 마치 [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들이 살던 곳이 전부인줄 알고 살아왔지만 그곳을 벗어나보니 정작 그곳은 아무것도 아니었더라 하는 마치 우물안 개구리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서로 목숨걸고 자신이 뽑히기 위해서 싸움을 해야만 하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헝거게임]같은 느낌을 준다. 헝거게임을 볼때마다 [배틀로얄]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그와 같은 기반 아래서 그들은 서로 팀을 짜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투를 하게 된다. 레드였던 대로우가 어떻게 골드로 바뀌게 되는지, 골드로 바뀌고 난 이후에도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자신의 친구들을 만들어서 그곳을 정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잔인하지만 소설속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좋다. 그냥 평범한 인간인 레드와는 다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골드들. 그중에서도 아직 어린 골드들이라 미력한 부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때로는 협동하고 때로는 배반하면서 자신들의 위치 고수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울수밖에 없다. 이 사회에서도 피흘리고 죽이지만 않을 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이시간에도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넌 꿈을 위해서 죽는 게 가치가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넌 서서 죽는 게 낫다는 거지. 난 무릎을 꿇고 사는 게 낫다고 하고.(69p) 자신이 사랑하는 이오지만 그녀와의 의견차이를 좁힐수 없었던 대로우가 내뱉듯이 하는 말. 꼿꼿하게 자신의 의지를 지키며 죽는 것을 택하겠다는 이오와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남기를 선택하고 싶었던 대로우.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자신만의 의견이 다를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선택하는 것은 가족이라도 대신할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선택뿐.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레이 군인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질서를 확립하고, 계급에 따라 복종하도록 단속한다. 화이트들은 정의를 중재하고 그들의 철학을 들이민다. 핑크들은 하이컬러들의 집에서 시중을 들고 쾌락을 제공한다. 옐로우들은 의학과 과학을 연구한다. 그린들은 기술을 발전시킨다. 블루들은 우주 항해를 한다. 코퍼들은 관료다. 모든 컬러에겐 각자의 용도가 있다. 모든 컬러들은 골드를 지원한다.(133p)

 

각종 색들의 행연이다. 보지 못했던 색들은 없다. 이 구절에 언급된 색들 외에도 브라운이나 실버, 가장 하층민 계급을 상징하는 레드가 빠졌다. 활기를 주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레드는 왜 가장 낮은 계급을 상징하는 것일까. 언젠가 치고 올라올 그런 혁명을 반영하기라도 한 것일까. 사람은 은연중 계급이 정해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자유는 있지만 회사에서나 심지어 가정에서조차도 서열이 생기는 것을 막을수는 없다. 그런 서열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일 뿐. 컬러로 이렇게 드러나지는 삶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컬러의 삶을 살고 있을까.

 

그가 아무리 자신만만해도, 내가 옳다. 그는 틀렸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를 불꽃이다. 나는 사슬을 끊을 망치다.(665p) 모든 전쟁을 마친 후 다 이룬 것만 같은 대로우에게도 다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던 그. 겉모습은 골드지만 속은 레드일수밖에 없는 그. 그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끝인줄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마도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대로우, 과연 그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수가 있을까. 레드이면서 골드인 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어느때일까. 레드 라이징. 아직 순수하게 레드가 전면으로 솟아오른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부상한 것 뿐이다. 완전히 올라오게 될 다음 이야기가 존재하길 바라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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