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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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두고 영어로는 green hands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있다. 어떤 사람은 죽어가는 식물을 키워도 다시 살아나는가하면 멀쩡하게 잘 살아있던 식물도 하루아침에 죽게만드는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식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더군다나 그린핸즈는 아닌 마법의 손에 가깝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가 있겠다.

 

그런 나에게 '이런 책은 별 쓸모없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지만 첫장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는 나무라는 존재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다. 나무라는 존재는 잊고 살지만 우리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단지 그냥 지나치는 배경 속에 있었을 뿐. 하지만 그들은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고 또 그렇게 내 배경속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였었다. 내가 호흡할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말이다. 새삼 과학시간에 배웠던 이야기를 복습하지 않아도 알수있는 것인데 왜 깨닫지 못하고 지냈을까.

 

식물도감처럼 어떤 종류의 나무가 있고 그 나무가 어디에서 자라며 그 나무의 생김새는 어떠하고 이런식으로 지리하게 펼져지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속에서 어떤 나무가 있었다던지 또는 어디에 가면 이런 나무가 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던지 또는 저자가 어떤 학술활동에 참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어 버린다.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나무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추억속에서, 기억속에서 있었던 나무들의 이야기도 빼놓을수 없다.

 

특히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때 같이 소개되는 매화이야기는 정말 가슴 절절한 사연이 아닐수 없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화투. 1월 소나무, 2월 매화나무, 3월 벚나무, 4월 등나무, 5월 붓꽃, 6월 모란, 7월 싸리,9월 국화, 10월 단풍나무, 11월 벽오동나무를 형상화했다.(153p) 화투를 몰라서였을까 그 화투패들이 달을 의미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속에 그려진 그림들이 전부 나무들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그 그림들이 다시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또한 단지 소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무들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드러내는 편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금송들은 대통령에 의해서 심어졌어도 역사적으로 맞지 않으므로 위치를 옮겨야 한다던가 또는 봄이면 아름답게 피어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벚꽃은 일본을 상징하니 조금은 자제를 해달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오늘날 벚꽃에 길들여진 눈으로 보아 꽃이 아름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현대사를 망쳐놓고 조금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대표 꽃, 벚나무 심기를 계속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이 우리 문화가 서려 있는 천년고도 경주를 비롯하여 유명 사찰 등 전통 문화유적지까지 벚나무로 뒤덮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120p)

 

역사적이나 사회적 문제 뿐 아니라 문학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가 흔히들 쓰곤 하는 갈등이라는 글자이다. 이것이 한자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단어의 유래가 어디였을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써왔다. 우리말 갈등의 사전적인 뜻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이며, '갈'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를  뜻한다.(100p) 등나무도 칡도 얽히는 식물과에 속한다. 혼자 있어도 다른 식물들을 휘감는 아이들이 서로 만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얽힘의 정도란 과히 상상조차 되기 힘들다. 그러니 그 갈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자주 쓰는 단어이긴 하지만 그 뜻을 알고나니 또 새롭게 보이게 되는 글자이다.

 

예전 어느 드라마에서였나 '나는 나무가 될거야.' 라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믿는지라 윤회를 한다거나 다시 태어난다거나 하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사람이 아니라면 나무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들도 사람들의 세계와 같아서 서로 친하게 지내는 숲도 있는가하면 다른 나무들은 아예 살수 없게끔 방어를 하는 숲들도 있다곤 한다. 그 세계도 겉에서 보듯이 두루 평등한 사회는 아닌것이 맞나보다. 그러나 꿋꿋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내는 나무처럼 그렇게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을 지켜보면서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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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동양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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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고전 동양편, 서양편과 비교했을 때 일본, 중국, 인도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영어번역만 하는줄 알았는데 일본어에도 일가견이 있었나보다. 만능백과사전이 대답을 해주듯이 이건 이렇고 저건저렇고 설명을 해줄 때 보면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작품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은 세트로 구성된 녹색고전 한국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의 소재는 역시나 생태문학이다. 주로 고전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일본의 전통시인 하이쿠로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장자의 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학이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것은 역시나 인도문학. 흔하게 접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그 문학작품들은 생소하면서도 또한 새로운 것을 본다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요즘은 인도소설들도 가끔 번역되어서 볼 기회가 있는데 같은 아시아권이라 하더라도 조금은 다른 그 문학작품들이 낯설면서도 재미를 준다.

 

공자는 일찍이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98p) 안빈낙도의 삶을 이야기 하면서 인용한 공자의 글귀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남들보다 큰 집에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남들보다 좋은 차를 타기 위해서 너무 아둥바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이 한순간 살고 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후준비라던가 또는 자녀들의 학비문제라던가 걱정을 아니할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공자의 글을 보고 있노라니 굳이 꼭 그렇게까지 살 필요는 있을까 하고 다시 한번 되새겨 생각해보게 되는 것도 있다.

 

가령 매화한테서는 고상한 마음을 배우고, 난초한테서는 그윽한 마음을 배우며, 국화한테서는 소박한 마음을 배운다고 말합니다.(264p)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가 쓴 [유몽영]이라는 책이 실려있는 글을 보고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본문에서는 각종 꽃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여러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사람이 굳이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별볼것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가기 마련이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그들 하나하나를자세히 살펴보고 그들 각자가 주는 느낌을 살렸을 것이고 그리고 그들을 마음에 두고 한참을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풀 한포기, 꽃 한송이, 제대로 보고 지나간 적 있었을까. 새삼스럽게 주위의 환경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때이다.

 

책속에서는 식량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어딘가에서는 음식을 버리고 살을 빼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아이들이 굶어죽는 문제도 다루고 있고 4대강 문제로 인해서 환경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정작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것때문에 가뭄이 해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모르는 나로써는 어느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이야기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오염이다. 먹을것이 없어도, 물이 없어도 어느정도 사람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공기가 없다면, 즉 숨을 쉬지 못한다면 단 일 초도 살수 없을 것이다. 그런 공기의 질이 점점 나빠져가고 있다.

 

제2의 노아의 홍수를 걱정했지만 그것보다도 대기오염이 더 심각한 문제인듯 하다. 예전에만 해도 사는 것이 이상했던 물을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사 마시듯이 나중에는 공기도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무를 심는 것 외에는 진정으로 이 공기들을 정화시킬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기정화기를 하루종일 틀어놓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오늘 하루도 하늘이 하루종일 찌푸린 회색빛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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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애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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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이름이 책속에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작가나 번역자라서 내 이름이 실리는 것도 아니고 책 만드는데 참여해서 이름이 실리는 것도 아닌 소설속의 주인공 이름이 나와 같은 경우라면 어떤 느낌이 들건가 말이다.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경우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실제로 만화주인공 이름과 같아서 사람들이 한번에 이름을 쉽게 기억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말이다.

 

8개의 정신병적 반응을 소재로 해서 쓰여진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에는 '에로토마니아'라는 증상을 소재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증상, 주로 연예인들에게 많이 가지는 감정이라고 한다. 사생팬이라는 말이 있다. 말그대로 죽자고 쫓아다니는 아이들이다. 예전에는 아마도 HOT나 젝스키스 그리고 서태지때 가장 절정을 이룬듯 했다. 요즘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좋아서 따라다니는 것이지 그들중에 누구라도 저 아이돌이 나를 좋아한다는 그런 병적인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이 존재한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의 이름으로 삼아서 로맨스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하루나 미사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삼아서 소설을 쓴다. 최근 읽었던 나서영 작가의 소설 [나를 위해 사랑하세요] 라는 작품에도 이런 설정이 있다. 작가 이름과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똑같다. 거기다가 직업도 똑같이 작가였다. 자전적인 이야기기인가 해지만 그것도 엄연한 소설이었다. 같은 설정을 보니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한 느낌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연애를 하는 대상도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고이치라는 개그맨. 예전에 개그맨이었지만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이치는 실제로 자신이 하루나 미사키,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고 열심히 스토킹 중이다. 엇갈린 두사람의 감정은 어디서 마주하게 될까. 그들이 마주쳤을때 그 감정의 분출은 어디로 튀게 될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참 묘한 녀석이라 두사람의 감정이 서로 같은 주파수로 마주쳤을땐 아주 러브러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둘 중 하나의 감정이라도 다른쪽으로 향하게 된다면, 또는 너무 과하거나 덜하다면 이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단지 짧은 단편들이 모여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반복되어 등장하면서 연결점을 준다. 앞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고 앞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다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단 시간순서대로 흘러가지는 않아서 같은 시대에 일어난 사건도 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도 있고 또 그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들도 있다. 이야기를 하기 전 연도를 언급하고 있으니 주의깊게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제대로 된 흐름을 타는 법이겠다.

 

소설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던 고이치가 일하던 곳이 배경이 되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음식속에서 튀어나온 손가락 과연 그 손가락은 누구의 손가락이며 이 사건은 또 어떤 결과를 향해 가는 것일까. 이야기 자체는 미국의 인기드라마였던 CSI를 연상케 한다. 보통 그런 사건들은 그 매장에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고 신원을 찾아가는 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클레이머, 쉽게 말하면 블랙리스트의 손님을 뜻한다. 아마도 그 업계에서는 진상손님으로 불리고 있지 않을가. 정말 잘못된 것을 따지기보다는 그냥 일단 따지고 드는 것을 자신의 낙으로 삼는 그런 사람들도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대응하는 서비스업계의 사람들이 '스마일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육체적인 노동도 분명 힘들지만 정신적인 피로도도 쌓이면 병이 된다. 재때제때 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이 어느순간 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작가의 책은 [여자친구]로 처음 접하고 두번째다. 두 권 모두 그렇게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조금은 세고 강한 이야기들. 그렇다고 해서 본격 스릴러장르처럼 누가 끊임없이 죽고 터지고 깨지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서 일어나는 수면의 변화가 멀리멀리 퍼지듯이 잔잔함 가운데서 그녀는 한방을 훅훅 날린다. 잽으로 연속으로 들어오다가 간혹 터지는 큰 어퍼컷은 훅하고 들어와 억하고 꽂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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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폴리팩스 부인 2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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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폴리팩스 부인. 여전히 유쾌하고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가라테도장까지 다니며 호신술을 익히고 계신 할머니.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이 투입될 것을 대비하고 계신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얼떨결에 사건에 투입된지 벌써 1년. 현장에 나가고 싶어서 어떻게 참고 계셨을까. 망할 꽃 달린 모자를 쓴 환장할 폴릭팩스부인의 활약이 지금부터 화려하게 펼쳐질 것이다.

 

다른 사람과 착각해서 사건에 들어갔던 전편과는 다르다. 이제는 확실하게 한자리를 잡고 계시는 우리의 여사님. 물론 나이도 있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여사님이라서 어려운 일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은 다르다. 어느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30분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주일간의 긴 여행에 떠난다. 이유가 무엇이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아무것도 모른채로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당황하지 않는다. 으례껏 그랬던 것처럼 불시에 일을 맡을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듯이 모든일을 잽싸게 해치우고 자신을 데리러 온 차에 몸을 싣는다.

 

전달임무에 특화된 그녀를 알아보기라도 하듯이 이번에도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전달하는 것이다.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연락해온 스파이에게 돈과 여권을 주어 그녀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폴리팩스 부인의 임무는 전달만 하는 것이다. 단지. 그렇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할머니의 임무는 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그녀의 시작은 꼬이기 시작한다. 우연히 만난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그녀. 자신이 미션을 수행해야 할 시간이 조금 남자 그녀는 자신의 부탁받은 일을 먼저 하기로 결심한다.

 

그럼으로 인해서 동행자가 생기고 그녀는 그 동행자와 함께 줄기차게 이 사건을 계속 쫓아다니게 된다. 할머니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 힘드니 서브캐릭터를 붙여놓았다라고나 할까. 전편에서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 식으로 계속 동역자가 붙는다면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나와서 할머니를 도와주게 될까 미리부터 궁금해지게 된다. 또한 할머니가 만나는 사람이 일을 같이 할지도 궁금해지고 아예 팀으로 꾸려가나가는 것은 어떨까 하고 작가보다 미리 앞서서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쓰여진 책들이 나올때면 무언가 촌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우려와는 다르게 멋지게 전편의 이야기를 장식한 폴리팩스 부인은 이번에도 걱정을 싹 씻어버리고 신나게 모험을 즐긴다. 단 이번에는 강도가 조금 세졌다. 다른 스릴러들과 비교해서 터지고 깨지고 구르고 던지고 하는 것이 약해서 섭섭했던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두명을 죽여준다. 또한 할머니가 당하는 정도도 더 세어졌다. 단 두편만에 강하게 길러지는 여사님이다. 이렇게 나간다면 다음편에서는 어떤 미션을 수행하게 될지 벌써 기대하게 된다.

 

때론 인생에서 아무런 패턴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그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가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거대한 힘이 인생의 모든 출발과 도착을 끌어당기고 ,조정하고, 배열하고, 짜 맞춰서는, 결국엔 엄청난 일을 성사시키고 마는 것이다.(300p)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다하더라도 인생은 가끔 이런 식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즐거움 때문에 또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폴리팩스 부인도 그녀의 마지막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듯이 말이다. 전편에서는 보지못했던 반전까지 더하고 있어서 더욱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는 이스탄불 시리즈다.

 

가끔 우리나라 작가들의 스릴러를 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한숨이 쉬어지는 작품을 볼 때가 가끔있다. 1960년대에 나온, 오래전 나온 작품마저도 지금의 한국작가들 작품보다 더 큰 재미를 추구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외국작가들의 장르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랜시간에 걸쳐서 꽤 많은 시리즈를 펴낸 작가 도로시길먼. 앞으로도 계속 폴리팩스 부인의 활약을 볼수 있으니 즐겁기만 하고 작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우리 폴리팩스 여사님, 부디 계속 운동하시고 단련하셔서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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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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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내 이 아저씨 이럴줄 알았다지. 워낙 여러면에 잡학하게 관심이 있으신 분이셔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작가중의 하나. 이번에는 체육계까지 발을 넓히셨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본것은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로 번역되기 전 작품. 감동도 그런 감동이 없었다. 그로인해 처음 일본작품을 보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 이후로 이해한듯만듯했던 [어둠의 저편](애프터다크로 개정된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더 이해한)을 읽고 [잡문집]을 보면서 그의 관심사를 두루두루 알 수 있었다지. 미술을 비롯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분야엔 거의 전문가수준으로 집착하는 그. 이젠 리포트겸 여행기겸  시드니 올림픽 관람기다.

 

여러 스포즈 경기들중에서 올림픽만큼 자신의 나라를 열심히 응원하는 축제가 있을까. 물론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유독 애국심이 드러나는 것이 이때가 아닐수 없다. 또한 온갖 종목이 총망라 되어있어서 여러 종목을 보는 재미도 뺄 수없다. 이 책 또한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을 응원해 가면서 쓴 내용이다. 이 책은 9월 11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한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동안 자신이 그곳에서 겪은 일들을 쓴 기록지라고 할수 있겠다. 참고로 시드니 올림픽은 9월 15일에 개막해서 10월 1일에 폐막 했다. 즉 작가는 그 이전부터 그곳에 머물러서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며칠 더 머물렀던 것이다.

 

'처음 간 다운언더'라는 부제에서도 볼수 있듯이 시드니는 작가가 처음으로 간 남반구이다. 남반구에는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등 큰 대륙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호주나 뉴질랜드가 아닐까. 아마도 북반구와 비교해서 가장 다른 계절 때문일 것이다. 지금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호주는 한창 여름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미 더워졌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싶다면 당장 호주로 달려갈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러군데 여행을 많이 해 봤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처음으로 간 남반구라니하니 조금은 신기한 생각도 드는 순간이긴 하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전 마라톤선수들의 이야기와 철인3종 선수들의 이야기가 먼저 시작된다. 그것으로 보아 작가가 특별히 어떤 경기에 관심을 더 두었나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개막전에 도착한 그는 미리 그 레이싱이 치뤄질 루트를 직접 달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남자, 여자 철인3종경기를 모두 관람한다. 아시아권의 선수들이 이런 종목에서 이기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올림픽에 수많은 종목이 있지만 유독 아시아권 선수들이 힘든 경기들이 몇 있다. 그런 종목들은 스포츠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조차도 선수들이 몇 없는 실정이다.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봅슬레이를 비롯해 여러 종목에 조금씩 선전을 보이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있다. 모른다고 해서 외면하지 말고 그렇게 도전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 일이다.

 

시드니 올림픽이라고 해서 시드니에서만 경기가 있는것은 아니다. 일본축구를 보기 위해서 브리즈번으로 이동하는 그. 역시 일본인들의 축구사랑도 알아줄 정도이다. 그를 따라서 가는 동안 우리는 또 브리즈번이라는 새로운 동네를 여행하게 된다. 그리고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엄도 구경한다. 실제로 우리가 그 경기장을 가 볼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될까. 작가의 관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화장실이 많다는 특징 또한 콕 집어 이야기해주니 그냥 일반사람 입장에서 그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올림픽에는 수십종류의 경기가 열린다. 작가 혼자서 그 많은 경기를 다 볼수는 없다. 결국 몇종목에만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는 야구경기를 보고 이동해서 육상경기를 보러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선수인지도 모를 경기, 우리나라 육상종목 중에서 언제 올림픽 메달을 땄는지 선수가 누가 있는지도 모른 경기가 아니었던가. 일본인이라고 예외는 아이니어서 역시 전멸. 그 또한 아프리카 선수들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적고 있다. 아무래도 민족마다 조금더 유리한 종목이 있기 마련이긴 한가보다.

 

그날의 경기를 다 보고 돌아온 것이 새벽 1시. 조금더 일찍 경기를 마쳐줄수는 없는 것이냐고 한탄하는 그이다. 매번 올림픽이 열릴때면 나타나는 고질병 같은 증상인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열렸을때도 마찬가지로 나왔던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이동수단이라던지 경기시간의 운영이라던지 하는 문제 말이다. 워낙 여러 종목이 한군데서 집중되서 열리니 어쩔수 없다쳐도 조금씩 개선점이 보이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셰계적인 축제 아닌가.

 

그것은 작가가 처음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자그마치 4시간 반동안 열린 개막식. 그는 선수단 입장을 보다가 중간에 나와버렸다고 했다. 개막식 입장권이 얼마인데 중간에 나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길기도 너무 길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중들도 선수단들도 모두 피곤한 행사이다. 너무 짧아도 곤란하지만 그 정도로 길면 그것도 피곤한 일이다. 적당한 시간내에 모든것을 보여줄수는 없는 것일까. 멋지면서도 임팩트 있고 간결한 개,폐막식 공연을 다음번 올림픽에서 기대해볼 일이다.

 

바로 내년 2016년에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이 책에서 작가가 참여했던 것은 2000년 올림픽이다. 벌써 16년전의 일이다. 다음 올림픽에는 이 책에서 언급된 실수나 또는 애로사항 같은것들이 그대로 또 되풀이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최국이 다르니 같은 실수를 반복할리는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때마다 반복되는 실수나 사고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자신의 나라를 응원하는 올림픽. 나 또한 그럴것이다. 작가처럼 현지에 직접가서 응원은 하지못하겠지만 내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들의 멋진 경기를 응원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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