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애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이름이 책속에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작가나 번역자라서 내 이름이 실리는 것도 아니고 책 만드는데 참여해서 이름이 실리는 것도 아닌 소설속의 주인공 이름이 나와 같은 경우라면 어떤 느낌이 들건가 말이다.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경우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실제로 만화주인공 이름과 같아서 사람들이 한번에 이름을 쉽게 기억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말이다.

 

8개의 정신병적 반응을 소재로 해서 쓰여진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에는 '에로토마니아'라는 증상을 소재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증상, 주로 연예인들에게 많이 가지는 감정이라고 한다. 사생팬이라는 말이 있다. 말그대로 죽자고 쫓아다니는 아이들이다. 예전에는 아마도 HOT나 젝스키스 그리고 서태지때 가장 절정을 이룬듯 했다. 요즘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좋아서 따라다니는 것이지 그들중에 누구라도 저 아이돌이 나를 좋아한다는 그런 병적인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이 존재한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의 이름으로 삼아서 로맨스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하루나 미사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삼아서 소설을 쓴다. 최근 읽었던 나서영 작가의 소설 [나를 위해 사랑하세요] 라는 작품에도 이런 설정이 있다. 작가 이름과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똑같다. 거기다가 직업도 똑같이 작가였다. 자전적인 이야기기인가 해지만 그것도 엄연한 소설이었다. 같은 설정을 보니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한 느낌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연애를 하는 대상도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다. 고이치라는 개그맨. 예전에 개그맨이었지만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이치는 실제로 자신이 하루나 미사키,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고 열심히 스토킹 중이다. 엇갈린 두사람의 감정은 어디서 마주하게 될까. 그들이 마주쳤을때 그 감정의 분출은 어디로 튀게 될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참 묘한 녀석이라 두사람의 감정이 서로 같은 주파수로 마주쳤을땐 아주 러브러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둘 중 하나의 감정이라도 다른쪽으로 향하게 된다면, 또는 너무 과하거나 덜하다면 이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단지 짧은 단편들이 모여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반복되어 등장하면서 연결점을 준다. 앞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고 앞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다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단 시간순서대로 흘러가지는 않아서 같은 시대에 일어난 사건도 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도 있고 또 그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들도 있다. 이야기를 하기 전 연도를 언급하고 있으니 주의깊게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제대로 된 흐름을 타는 법이겠다.

 

소설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던 고이치가 일하던 곳이 배경이 되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음식속에서 튀어나온 손가락 과연 그 손가락은 누구의 손가락이며 이 사건은 또 어떤 결과를 향해 가는 것일까. 이야기 자체는 미국의 인기드라마였던 CSI를 연상케 한다. 보통 그런 사건들은 그 매장에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고 신원을 찾아가는 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클레이머, 쉽게 말하면 블랙리스트의 손님을 뜻한다. 아마도 그 업계에서는 진상손님으로 불리고 있지 않을가. 정말 잘못된 것을 따지기보다는 그냥 일단 따지고 드는 것을 자신의 낙으로 삼는 그런 사람들도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대응하는 서비스업계의 사람들이 '스마일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육체적인 노동도 분명 힘들지만 정신적인 피로도도 쌓이면 병이 된다. 재때제때 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이 어느순간 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작가의 책은 [여자친구]로 처음 접하고 두번째다. 두 권 모두 그렇게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조금은 세고 강한 이야기들. 그렇다고 해서 본격 스릴러장르처럼 누가 끊임없이 죽고 터지고 깨지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서 일어나는 수면의 변화가 멀리멀리 퍼지듯이 잔잔함 가운데서 그녀는 한방을 훅훅 날린다. 잽으로 연속으로 들어오다가 간혹 터지는 큰 어퍼컷은 훅하고 들어와 억하고 꽂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