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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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내 이 아저씨 이럴줄 알았다지. 워낙 여러면에 잡학하게 관심이 있으신 분이셔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작가중의 하나. 이번에는 체육계까지 발을 넓히셨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본것은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로 번역되기 전 작품. 감동도 그런 감동이 없었다. 그로인해 처음 일본작품을 보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 이후로 이해한듯만듯했던 [어둠의 저편](애프터다크로 개정된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더 이해한)을 읽고 [잡문집]을 보면서 그의 관심사를 두루두루 알 수 있었다지. 미술을 비롯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분야엔 거의 전문가수준으로 집착하는 그. 이젠 리포트겸 여행기겸  시드니 올림픽 관람기다.

 

여러 스포즈 경기들중에서 올림픽만큼 자신의 나라를 열심히 응원하는 축제가 있을까. 물론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유독 애국심이 드러나는 것이 이때가 아닐수 없다. 또한 온갖 종목이 총망라 되어있어서 여러 종목을 보는 재미도 뺄 수없다. 이 책 또한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을 응원해 가면서 쓴 내용이다. 이 책은 9월 11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한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동안 자신이 그곳에서 겪은 일들을 쓴 기록지라고 할수 있겠다. 참고로 시드니 올림픽은 9월 15일에 개막해서 10월 1일에 폐막 했다. 즉 작가는 그 이전부터 그곳에 머물러서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며칠 더 머물렀던 것이다.

 

'처음 간 다운언더'라는 부제에서도 볼수 있듯이 시드니는 작가가 처음으로 간 남반구이다. 남반구에는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등 큰 대륙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호주나 뉴질랜드가 아닐까. 아마도 북반구와 비교해서 가장 다른 계절 때문일 것이다. 지금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호주는 한창 여름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미 더워졌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싶다면 당장 호주로 달려갈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러군데 여행을 많이 해 봤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처음으로 간 남반구라니하니 조금은 신기한 생각도 드는 순간이긴 하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전 마라톤선수들의 이야기와 철인3종 선수들의 이야기가 먼저 시작된다. 그것으로 보아 작가가 특별히 어떤 경기에 관심을 더 두었나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개막전에 도착한 그는 미리 그 레이싱이 치뤄질 루트를 직접 달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남자, 여자 철인3종경기를 모두 관람한다. 아시아권의 선수들이 이런 종목에서 이기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올림픽에 수많은 종목이 있지만 유독 아시아권 선수들이 힘든 경기들이 몇 있다. 그런 종목들은 스포츠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조차도 선수들이 몇 없는 실정이다.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봅슬레이를 비롯해 여러 종목에 조금씩 선전을 보이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있다. 모른다고 해서 외면하지 말고 그렇게 도전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 일이다.

 

시드니 올림픽이라고 해서 시드니에서만 경기가 있는것은 아니다. 일본축구를 보기 위해서 브리즈번으로 이동하는 그. 역시 일본인들의 축구사랑도 알아줄 정도이다. 그를 따라서 가는 동안 우리는 또 브리즈번이라는 새로운 동네를 여행하게 된다. 그리고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엄도 구경한다. 실제로 우리가 그 경기장을 가 볼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될까. 작가의 관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화장실이 많다는 특징 또한 콕 집어 이야기해주니 그냥 일반사람 입장에서 그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올림픽에는 수십종류의 경기가 열린다. 작가 혼자서 그 많은 경기를 다 볼수는 없다. 결국 몇종목에만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는 야구경기를 보고 이동해서 육상경기를 보러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선수인지도 모를 경기, 우리나라 육상종목 중에서 언제 올림픽 메달을 땄는지 선수가 누가 있는지도 모른 경기가 아니었던가. 일본인이라고 예외는 아이니어서 역시 전멸. 그 또한 아프리카 선수들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적고 있다. 아무래도 민족마다 조금더 유리한 종목이 있기 마련이긴 한가보다.

 

그날의 경기를 다 보고 돌아온 것이 새벽 1시. 조금더 일찍 경기를 마쳐줄수는 없는 것이냐고 한탄하는 그이다. 매번 올림픽이 열릴때면 나타나는 고질병 같은 증상인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열렸을때도 마찬가지로 나왔던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이동수단이라던지 경기시간의 운영이라던지 하는 문제 말이다. 워낙 여러 종목이 한군데서 집중되서 열리니 어쩔수 없다쳐도 조금씩 개선점이 보이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셰계적인 축제 아닌가.

 

그것은 작가가 처음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자그마치 4시간 반동안 열린 개막식. 그는 선수단 입장을 보다가 중간에 나와버렸다고 했다. 개막식 입장권이 얼마인데 중간에 나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길기도 너무 길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중들도 선수단들도 모두 피곤한 행사이다. 너무 짧아도 곤란하지만 그 정도로 길면 그것도 피곤한 일이다. 적당한 시간내에 모든것을 보여줄수는 없는 것일까. 멋지면서도 임팩트 있고 간결한 개,폐막식 공연을 다음번 올림픽에서 기대해볼 일이다.

 

바로 내년 2016년에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이 책에서 작가가 참여했던 것은 2000년 올림픽이다. 벌써 16년전의 일이다. 다음 올림픽에는 이 책에서 언급된 실수나 또는 애로사항 같은것들이 그대로 또 되풀이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최국이 다르니 같은 실수를 반복할리는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때마다 반복되는 실수나 사고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자신의 나라를 응원하는 올림픽. 나 또한 그럴것이다. 작가처럼 현지에 직접가서 응원은 하지못하겠지만 내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들의 멋진 경기를 응원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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