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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아주 가볍게 - 과체중 인생, 끝내기로 결심했다
제니퍼 그레이엄 지음, 김세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자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배를 깔고 '바닥'에 눕는 것인데 그 자세를 했다가는 아마 몇 초 지나지않아 '아파'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즉각 일어서게 될 것이다. 골반뼈가 바닥에 닿음으로 인해서 통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내 몸무게는 전혀 변함이 없다. 남들은 스트레스 받아서 많이 먹었다는 고3때도 그대로였고, 고기를 많이 먹어서 살이찐다는 외국에 나가서 살때도 그대로였으며, 나이가 들면 찐다는 지금 또한 그대로이다.
자기자랑이냐고? 그렇지않다. 그저 사실일뿐이다. 즉 나는 다이어트라는 경험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라서 이 책의 주인공을 이해하는데는 피상적인 단편적으로 그저 그랬을 것이다 하고 느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친구는 어렸을때부터 사이 러브(THIGH Rub:허벅지마찰) 중증환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걸을때 허벅지가 서로 부딪혀 마찰을 일으켜서 아픈 것을 나타내는 말인데 이 또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걸을 때 허벅지가 닿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녀와 나는 차이는 크다.
일단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주인공은 계속 달린다. 아이가 넷이며 당나귀를 둘 기르고 있는 그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달리면 살이 빠질만도 하건만 그녀는 맛난 것을 챙겨먹고 또 뛴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그녀는 다이어트 때문에 달리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 달리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아마 두가지 모두가 아니었을까.
아이는 넷인데 이혼을 하게 된 상황에서도 달렸던 그녀다.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꿋꿋이 달렸던 그녀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서 달린다는 동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였을 것이다. 어떤때는 경쟁심에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달리기도 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많은 거리를 뛰고 싶다는 욕심으로 마라톤에 참가도 한다. 굳이 좋은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이 좋아서이다. 그녀는 이사를 할때도 일단 달릴 수 있는 곳을 먼저 알아본다. 그리고서는 또 뛴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들은 아마도 포레스트 검프를 예상하지 않을까. 어느날 갑자기 뛰기 시작한 그는 아무런 생각없이 달렸다.그런데 그 뒤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달리던 그를 후원하는 단체도 생기겼고 응원하던 사람들도 생겼으며 그의 추종자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제니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모든 일상을 버려두고 뛴 것은 아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를 뛰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뛰면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라던가 또는 자신이 참가한 대회나 자신이 달려가는 모습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해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제목 또한 그러하다. Hey, do you need a ride? 그녀가 달릴때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달리기'라는 단 하나의 소재로 완성된 이 책.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가 구준히 달렸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앞에서 나는 다이어트를 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물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2년 전 했던 건강검진에서 운동을 하느냐는 항목에 모두 아니오를 썼다. 진단 후 운동을 하라는 결과가 당연히 나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돈 안 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라고 한다. 그것이 조금 익숙해지면 달리기가 될 수도 있겠고 산을 올라간다면 등산이 될 수도 있겠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다. 소싯적에 달리기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1등을 했던 나였다. 어느틈엔가 게을러졌다. 운동은 귀찮은 것이고 각종 핑계를 대면서 운동을 하지 않기에 급급했다.
지금 나는 무게상으로는 말랐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제니퍼보다 좋지 않은 몸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뛰는 그녀를 이길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고 뚱뚱한 것이 건강의 척도는 아니다. 너무 심하게 비만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적당한 몸집에 매일같이 하는 운동이라면 가장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그녀가 참 부지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처럼 돌볼 4명의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썽을 부려대는 2마리의 당나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보다 더 잘 달릴 조건이 주어진 것이다.
자, 뛰어보자. 새로운 한해를 맞아서 저마다 '운동하기'라는 계획을 하나쯤은 세웠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서 달려나갈 수 있기를. 나부터 말이다. 그런데 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나. 오디오북이 베스트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