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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갇혔다. 작은 방에 갇힌 상태이고 다리는 자전거 라인으로 묶여있는 상태고 팔은 자유롭지만 그마저도 움직일수 없게 된다. 어디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단지 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만 방에 놓여있다. 그나마 배고프지 않게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이 다행이랄까. 나는 왜 여기에 갇혀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가둔 사람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고 있다. 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에게 나를 풀어달라고 애원한다. 아빠, 나를 풀어줘.
복합적인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제시가 갇혀있는 것을 알고는 [룸]처럼 누군가 납치해서 가두어 놓은 이야기일까 생각했다. 비록 혼자 갇혀 있지만 그래도 자유로운 상태인줄 알았는데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을 본 이후에는 한 편의 스릴러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또 일종의 문학인듯 하면서도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보니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하나의 일이나 이슈라서 약간은 SF소설같은 느낌도 주는 그런 책이다.
1900년대, 즉 20세기에 태어나 2000년대인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22세기의 일들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있지는 않는 한 말이다. 그나마 과거의 일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서 알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일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되고 만다. 어렸을때 있었던 전화기가 기억이 난다. 숫자 하나하나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것을 하나씩 돌리던 기억. 어느틈엔가 그것은 버튼을 누르는 전화기로 바뀌었고 그 이후 무선 전화기를 거쳐서 핸드폰이 나오게 되었고 그 폰으로 이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세계의 누구와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빠른 시간에 이토록 과학이 발달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달은 좋은 곳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바이러스가 생기면 약을 만들어서 그것을 잡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약보다도 더 강해지면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약이 효과가 없게된다. 그렇다면 더 센 약을 만들게 된다. 그 약을 먹는 몸은 피페해진다. 부작용이 생긴다. 예전에는 없었던 에이즈가 생기게 되고 예전부터 있었던 결핵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르스처럼 신종 병들이 생기고 있다.
제시의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MDS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은 임신을 하면 죽는 병이다. 임신을 한 몸은 약해지고 그 상태를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뇌를 다 녹여버리는 그런 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류의 멸망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을 할 것인가. 이 책에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일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MDS라는 병의 증상은 임신을 한 것만 제외하면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적혀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달을 하고 우리를 침입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병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인류의 발달을 위해서 나 한 몸을 희생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꺼이 내가 자원해서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지켜만 볼 뿐 나는 한 발 뒤에 빠져 있게 될까. 제시의 선택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결정을 들은 부모의 반응은 또 어떠했을까. 아마도 우리가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한 주제가 주어지다 보니 그것에 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는 그러한 이야기, 우리, 지금 현 시대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밝은 장미빛인가, 아니면 어두운 짙은 암흑의 네이비컬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