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특한 소설을 뭐라 한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살인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는걸 보면 분명 흥미롭고 범인에 다가가는 과정도 평범하지마는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트루먼쇼처럼 이루어지는 것이다보니 어느 정도 긴장감이 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기임관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만들고 그 속에 등장인물들을 넣었지만 굳이 그래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보면 '살인 게임'이라는 단어가 더 적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단코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구조는 진정 흥미로울 수 밖에 없으며 이 작가의 전작을 궁금하게 만든다. 본문 속에서도 은근히 자신의 작품을 흘리고 있어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의 특성상 같은 이야기를 다시 써먹을 수는 없고 다음에는 어떤 독특함으로 무장을 하고 돌아오게 될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지만 그리 헷갈리지 않는다. 앞부분에 이미 간단한 설명을 해 두었기도 하고 이야기의 특성 상 누가 죽는지도 알 수 없지만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범인을 찾기 보다는 오히려 제작진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더 궁금해지고 범인보다는 탐정 역할을 누가 하는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그 탐정이 수억 엔을 내고 즐기는 살인 게임이니 말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누군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죽이도록 환경을 셋팅해주고 자신은 그런 장면을 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이런 것을 의뢰하다니 참 엽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가도 들지만 작가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친구가 사라졌다. 사토는 갑자기 사라진 그를 추적하던 중 그가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자신도 그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곳으로 가서 가급적 말은 적게 하면서 있으라는 미션을 하달받은 그는 그대로 행동을 하려고 하지만 어째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고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분명 그가 탐정은 아닐진대 이러한 살인 유희를 즐기고자 한 사람은 누구일까.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그가 탐정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에 그리고 처음부터 주어져 있던 그 설정에 놀라게 된다. 이런 것을 의도하고자 했었군.
그나저나 사토는 다음에 다른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었음 하는 그런 매력이 살아있는 캐릭터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그는 미스터리 때문에 죽을 뻔 했지만 미스터리 때문에 또 살아남은 것이 아닌가. 여러 작가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작가의 이름들이나 작가의 작품들이 이 본문에서 나올 때 나도 아는데 하면서 약간은 뽐내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누가미 일족]을 읽은 내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물론 제목의 '기암성'도 이미 알고 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