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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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행복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집이었을 것이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밤중에 그들의 집을 침입한 그 침입자는 온 가족을 모조리 잔인하게 베고 찔러 죽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 침입자는 그가 처리하지 못한 한 명의 인물이 더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되던 이야기는 어느 새 시절을 훅 건너뛴다. 카낙이라는 이름의 덴마크 형사는 지금 눈과 얼음의 땅인 그린란드로 향하는 중이다. 머리를 빡빡 깍은 특이한 모습의 그는 단지 덴마크 사람이라는 이유로 수사 중 그린란드의 원주민에게 공격을 받기도 한다. 살인사건 수사로 인해서 이곳에 온 그다.

 

한 회사에서 세명의 외국인이 범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한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 중국인, 캐나다인 그리고 아이슬란드인으로 저마다 출신지도 다르다. 그들에게 잘 곳을 제공했다고 하지만 작은 컨테이너 하나는 숙소라고 보기에는 열악했다. 그런 곳에서 그들은 죽임을 당했다. 누구일까. 그들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은 말이다.

 

그린란드라는 장소의 특성상 그리고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를 바탕으로 조사하던 그들은 처음에는 곰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어떤 곰이 컨테이너의 자물쇠를 열고 사람을 죽일수 있단 말인가. 어떤 곰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 장소에 자신이 가지고 간 것을 남기고 온단 말인가. 잠시만 생각해 볼수 있는 간단한 사실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소설이나 영미 소설 그리고 유럽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그런 소설이다. 여러 필명으로 여러 장르의 소설을 발표하고 있던 작가이지만 그린란드에 대한 애정이 특히나 크다는 작가는 이 책을 시작으로 형사 카낙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후로 <디스코>와 <누크>를 연달아 출간하면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배경,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그린란드만의 독특한 이름과 지명 그리고 언어들, 특이함이라는 특성을 가득 안고 있는 장르소설이 바로 카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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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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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산다는 것 참모로 산다는 것에 이은 세번째 산다는 것 시리즈느는 바로 왕비로 산다는 것이다. 왕비. 왕의 아내. 어떻게 보면 왕을 보필하는 역할 외에 무엇을 더 할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왕비가 관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자 계급이자 직위였다. 특히 내명부에 기재되어 있는 왕을 모시는 여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일부일처제이지만 왕은 후궁을 따로 둘 수 있었기에 자신의 남편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크게 질투도 할 수 없는 그런 자리가 바로 왕비라는 자리였다.

 

어디 궐 안의 일뿐일까. 민심을 살피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물품을 보급하는 것들도 왕비의 일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퍼스트 레이디처럼 만능일꾼이 되어야만 했던 자리. 또한 그녀들이 권력에 중심부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녀들을 이용한 정권싸움도 만만치 않았다.

 

왕비의 자리를 노리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자신의 딸을 그 자리에 밀어 넣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해 놓고 줄을 대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자리였던가. 권력의 투쟁으로 인해서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쫓겨나기도 하고 때로는 그 투쟁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하는 그런 것이 왕비라는 자리였다.

 

왕비로 살지 못했던 첫 국모인 신의왕후로부터 시작해서 조선의 마지막 왕비인 순정황후까지 50명의 왕비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명성황후까지는 알았어도 그 뒤에 왕비가 더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순명황후와 순정황후의 이야기는 색다르면서도 신선한 정보가 된다.

 

조선에서 세자빈, 왕비, 대비의 정식 세 과정을 모두 거친 왕비는 몇 사람이나 있을가? 조선에 27명의 왕이 재위했는데 이런 정식 과정을 모두 밟은 경우는 단 한명 뿐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현종의 왕비 명성왕후 김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는 그만큼 조선의 왕위 계승에 있어서 변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대로 과정을 밟아간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명성왕후라고 해서 처음에는 명성황후를 잘 못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명성황후는 고종의 왕비로 훨씬 이후에나 등장을 하고 이 경우는 또 다른 왕비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후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나중에 근대기로 넘어가면서 황후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서 황후의 명칭을 가진 것은 명성황후와 순명황후 그리고 마지막 순정황후까지 세명이다.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고 남편이 왕이 되어 왕비의 자리에 오르고 아들이 왕이 되어 대비의 자리에 오른 왕비가 단 한명뿐이라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책을 읽는 흥미가 더 동해진다.

 

왕과 가장 나이차가 많이 나는 왕비는 누구였을까. 그것은 영조와 혼인했던 정순왕후였다. 정성왕후가 있었으나 왕비가 된 후 사망을 하였고 아들이 없었기에 왕비를 서둘러 들여야 했고 그런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 바로 그녀였다. 15살에 왕비가 된 그녀. 66세의 왕을 모시고 살아가야 할 그녀의 인생이 불쌍해 보이는가.

 

아니 그것은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가 비록 어렸지만 권력에 대한 야망이 아주 컸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왕비간택 과정에서 보여준 그녀의 행동을 보면 영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리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간택이 된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음도 분명하다. 출제자의 의도를 아주 잘 읽었다고나 할까.

 

왕비라고 해서 결코 편하고 쉬운 자리가 아니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권의 책이다. 그녀들의 삶이 어떠하였는지를 여러 문헌들을 통하여 정리해 놓은 책이라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교육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꿰뚫는 여러 왕비들을 통해서 조선의 역사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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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하이츠의 신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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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순하게 슬로하이츠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해 왔던 이야기는 결코 이 이야기가 평온하지 않음을, 미스터리함을 품고 있음을 서서히 내보이고 있다. 그것이 띠지가 말해주는 것이다. 2권을 읽고 나면 다시 1권으로 돌아가리라고 말이다. 이미 다 이해를 했기에 두번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왔다. 아무리 미스터리함을 품고 있어도 표방하고 있는 것이 추리나 스릴러가 아닌 이상 무에 그리 크게 놀랄 일이 있을 것이냐고 지레짐작했다.


뒤통수를 아주 크게 맞았다. 그런 일이 있을 줄은 결단코 알지 못했다. 아마 알았다면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 사이의 관계가 그렇게 엮여져 있었다니, 그렇게 오래된 인연이라니 그러니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오랜만에 본다는 이야기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서야 든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슬로하이츠에는 여러 창작가들이 모여 산다. 그들은 잘 나가는 각본가나 소설가도 있고 계속해서 거절을 당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유지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다. 현실에 치여서 그림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이도 있으며 누군지는 알지 못하지만 언제인가부터 이 집에 눌러 살게 된 소설가의 팬을 자처하는 이도 있다. 자신이 못났다고 여겨져서 이 집을 나가버린 이도 존재한다.


분명 누군가는 잘 나가는 사사람들에 대해서 질투를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 반면 질투를 발판삼아서 더 앞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들의 끝은 알 수 없다. 단지 지금 현재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꿈꾸던 바를 마음껏 펼쳐 놓을려는 청춘들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 결혼을 해서 나가지 않은 이상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슬로하이츠에도 끝이 온다. 이 집의 주인이 다마키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녀는 이 집을 그대로 두고 가겠다고 한다. 즉 이 곳에 계속 살아도 좋고 나가도 좋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자유에 맡기겠다는 그녀다.  누가 이 곳에 남고 이 곳을 떠나게 될까.


처음 1권을 읽었을 때는 지금 방송하고 있는  청춘기록을 연상하게 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면에서 아주 많이 닮아 보였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때에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던가. 나도 그들처럼 꿈을 쫓아서 열심히 달려가며 살아왔던가. 그저 단순히 시간이 지나는대로 살아오지는 않았던가. 슬로하이츠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처럼 무언가를 만들거나 쓰거나 창조하지는 못해도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은 가장 먼저 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청춘기록

연출
안길호
출연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 하희라, 신애라, 권수현, 조유정, 양소민, 이창훈, 신동미, 한...
방송
2020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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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가고 그들도 영원히 청춘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곳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모여 있을 것이고 그것이 또 이 세계에서 살아나는 힘을 줄 것이다. 다마키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이야기. 모모카와 함께 했던 이야기.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사건들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흫 입게 된 그녀들이지만 그럼에도 가족애로 뭉쳤던 그래서 더 애틋하게 여겨졌던 이야기. 이야기가 끝나면 분명 당신은 다시 1권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던 그 부분을 찾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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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사합니다 - 감사로 세상을 헤쳐 나간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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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이 <범사 감사>인 덕분에 남들보다는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감사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감사를 행하기란 쉽지 않음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사람에게 고난이라는 것이 닥쳐올 때가 가장 그러할 것이다. 내가 편안하고 잘 먹고 잘 살때는 누구나 감사함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힘든 일이 다가온다면 왜 나만 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런 생각은 감사라는 것을 잊게 만들어 버릴 때가 많다.


이것은 비단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뀔 것이다.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안정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자존감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방법이 된다.


저자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표본 삼아서 감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직접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닌듯이 보인다. 단순하게 알려진 사실들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적어 놓은 것이다. 물론 이미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서 만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직접 만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것이다.


특히나 양준일 같이 요즘 트렌드를 따라서 새롭게 부각되고 이는 인물들도 포함을 시켰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장기려 박사나 이태석 신부, 손양의 목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시인들이라고 해서 몇몇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것은 조금 아쉽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유명하신 분들의 시와 더불어서 잘 몰랐던 시인의 시를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는 되었지만 나중에 이런 감사의 시들만 모아서  따로 나온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는 내 기준에 유명인은 아니었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그게 얼마나 뉴스화가 되었는지 몰랐고 나에게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저 여느날과 같이 평범한 하루였다. 그에게는. 이웃집 사람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던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전투기 한대. 평탄하고 넓은 평지에 추락했더라면 누구에게나 좋은 그런 날이었겠지만 운명은 언제나 비켜가는 법. 전투기는 평범한 한 가정의 집으로 떨어졌고 그 집은 산산조각 박살이 났다. 물론 자신만의 안전한 집에서 살고 있던 그 가족들은 모두 죽었다. 툴근을 한 남편을 빼고 말이다.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그저 단순하게 가족 중에 한 사람만을 잃어도 마음에 상처가 얼마나 크고 그 절망감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하루 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은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때 당시에 그는 그 전투기 조종사를 용서하고 그래도 잘 견뎌낸 듯이 보인다. 그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혹시나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을까. 혹시나 자신도 절망하며 삶의 희망을 놓지는 않았을까. 감사를 생활하하던 그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는 지금도 꿋꿋하게 먼저간 가족들을 생각하며 잘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박보검의 모습을 기억한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형들을 도우면서 감사를 생활했던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그의 이야기가  빠져서 아쉽다. 아마도 저자는 그를 잘 모르는 듯 하다. 다음에 혹시나 감사의 이야기가 또 쓰여진다면 그를 비롯한 더 많은 감사를 행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가족을 모두 잃었던 그의 현재 생활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감사는 생활이다. 언제 어느때라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노력해본다. 오늘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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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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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서평을 보았다. 하나는 너무 혼동스럽다는 평이었고 하나는 극찬을 하는 그런 평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 있다. 그랬기에 아마도 기대감이 더 컸을 것이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니 내 기대보다도 그 위에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쓰려면 얼마나 꼼꼼하게 플롯을 짜야만 하는 걸까.

 

혼동스럽다는 그 평이 이해는 되었다. 일단 동명이인이 나온다. 뭐 이 정도야 스포도 아니니 밝혀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사건을 기준으로 하루 전, 몇일 전, 몇달 전 이런 식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나열하기도 하고 바로 그 날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건 이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일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그 바뀌는 타임라인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분명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헷갈리지는 않았다. 타임라인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읽는다면 연결점이 분명해서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중간에 편집점을 주기 위해서 슬레이트를 치듯이 그 연결점을 기준으로 붙여가면서 읽는다면 충분한 재미를 주는 그런 시간의 반전이다. 이렇게 시간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 작가는 어느정도로 이야기를 정교하게 짜놓았던 것일까. 이것은 분명 고수의 경지에 이름에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한 여자가 있다. 오래 사귀어 온 남자와 끝냈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다툼을 했나보다. 그 다툼의 흔적이 고대로 그녀에게 남아있다. 하룻밤이 지나 그녀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그것은 그가 죽었다는 것이다. 눈뜨고 안녕이라더니 어떻게 하루만에 그가 죽은걸까. 주위에서는 모두들 자살로 알고 있지만 그녀는 안다. 자신이 그를 밀었음을 말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녀 자신은 안다. 이것이 자신의 살인임을 말이다. 그녀의 생각대로 이 자살은 정말 사건일까.

 

작가가 숨긴다고 숨겨놓은 트릭은 후반부 들어가면서 슬며시 눈치채기 시작했다. 블랙, 독일, 백설공주, 난만. 이 모든 것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딱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엇엔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정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작가는 그런 것을 드러내 놓고 지적하지 않는다. 슬며시 그러나 확실히 알게끔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작가만의 수법이다.

 

붉은 소파에서 한번 놀랐던 작품은 반전은 없다를 읽고 나서 확실한 재미를 주었다고 느꼈다. 이 작품의 형사 나영은 두 작품에서 동일하게 나오며 이 작품에서도 등장을 한다. 시기상으로 두 작품 사이에 있는 셈이다. 연속되는 주인공을 찾는 것도 재미나고 바뀌는 시간대별로 바뀌는 상황을 쫓아가는 것도 재미나도 무엇보다도 그것이 재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묵직한 사회적인 의미를 던져 준다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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