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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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서평을 보았다. 하나는 너무 혼동스럽다는 평이었고 하나는 극찬을 하는 그런 평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 있다. 그랬기에 아마도 기대감이 더 컸을 것이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니 내 기대보다도 그 위에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쓰려면 얼마나 꼼꼼하게 플롯을 짜야만 하는 걸까.

 

혼동스럽다는 그 평이 이해는 되었다. 일단 동명이인이 나온다. 뭐 이 정도야 스포도 아니니 밝혀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사건을 기준으로 하루 전, 몇일 전, 몇달 전 이런 식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나열하기도 하고 바로 그 날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건 이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일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그 바뀌는 타임라인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분명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헷갈리지는 않았다. 타임라인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읽는다면 연결점이 분명해서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중간에 편집점을 주기 위해서 슬레이트를 치듯이 그 연결점을 기준으로 붙여가면서 읽는다면 충분한 재미를 주는 그런 시간의 반전이다. 이렇게 시간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 작가는 어느정도로 이야기를 정교하게 짜놓았던 것일까. 이것은 분명 고수의 경지에 이름에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한 여자가 있다. 오래 사귀어 온 남자와 끝냈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다툼을 했나보다. 그 다툼의 흔적이 고대로 그녀에게 남아있다. 하룻밤이 지나 그녀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그것은 그가 죽었다는 것이다. 눈뜨고 안녕이라더니 어떻게 하루만에 그가 죽은걸까. 주위에서는 모두들 자살로 알고 있지만 그녀는 안다. 자신이 그를 밀었음을 말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녀 자신은 안다. 이것이 자신의 살인임을 말이다. 그녀의 생각대로 이 자살은 정말 사건일까.

 

작가가 숨긴다고 숨겨놓은 트릭은 후반부 들어가면서 슬며시 눈치채기 시작했다. 블랙, 독일, 백설공주, 난만. 이 모든 것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딱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엇엔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정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작가는 그런 것을 드러내 놓고 지적하지 않는다. 슬며시 그러나 확실히 알게끔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작가만의 수법이다.

 

붉은 소파에서 한번 놀랐던 작품은 반전은 없다를 읽고 나서 확실한 재미를 주었다고 느꼈다. 이 작품의 형사 나영은 두 작품에서 동일하게 나오며 이 작품에서도 등장을 한다. 시기상으로 두 작품 사이에 있는 셈이다. 연속되는 주인공을 찾는 것도 재미나고 바뀌는 시간대별로 바뀌는 상황을 쫓아가는 것도 재미나도 무엇보다도 그것이 재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묵직한 사회적인 의미를 던져 준다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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