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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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하라 료만이 줄 수 있는 그 느낌. 다른 어떤 책을 펼쳐봐도 이 작가만의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짙은 그리고 진한 담배 연기. 그 속에 드러나는 한 남자. 탐정 사와자키가 돌아왔다.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는 끊임없이 누군가가 나타난다. 돈을 뺏긴 폭력단 조직원도 있고 악덕 경찰도 있으며 물론 의뢰인도 찾아온다. 전자는 반갑지 않지만 후자는 분명 반가울 것이다. 탐정업으로 먹고 사는 사와자키에게는 말이다. 말이 그렇지 그는 사실 이런 문제에는 달관한 듯이도 보인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그런 사무실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하고 와타나베가 죽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그 이름을 고수하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오늘 그에게는 의뢰인이 찾아왔다.


그는 은행 지점장이라고 했다. 자신의 은행에서 대출이 예정되어 있는 요정 여주인의 사생활 조사를 부탁하고 싶다고 한다. 아니 대출을 하기로 했으면 하면 되지 그 주인의 사생활을 왜 궁금한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사와자키는 토를 달지 않는다.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밀릴 수가 있다고 일정만 통보할  뿐이다. 그는 상관없다는 의견을 전하며 선금을 준다. 그는 왜 이런 조사를 하게 시키는 것일까.


사와자키는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은행에 들른다. 그곳에서 자신의 의뢰인인 지점장을 만나기는 커녕 오히려 은행강도를 만나고 만다. 어이없게도 지점장은 실종상태다. 자신에게 의뢰를 한 이후 사라진 지점장. 사와자키는 그가 자신에게 의뢰한 일을 하면서 그의 행방을 찾는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 것일까.


여타의 다른 스릴러들과는 다르게 마구 살인사건이 저질러지고 연쇄적인 죽음이 존재하거나 테러가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ㅍ풍는 그러한 이야기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핸드폰이 있고 모든 것이 현대적으로 흘러가는데 비해 사와자키에게는 유독 그 시간이 맘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에게는 핸든폰이 없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전화 교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화를 걸어서 자신에게 전달된 메세지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옛날 방식과 동일하다. 그런 감성을 느끼기 전에 일본에 아직도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벌써 사라졌어야 할 직업 아닌가.

이성적인 눈으로 본다면 이 모든 것이 사와자키의 과거 영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지극히 지금 현실의 일이다. 그만큼 사와자키의 고집과 성격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할수 있겠다. 급박하지는 않지만 묵직한 느낌으로 바닥에 깔려있던 이야기는 어느새 끝으로 향해가며 사건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된다. 비슷한 제목의 다음 이야기가 작업 중이라는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와자키가 혼자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도 나이가 들었다.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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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은 단 하나 뿐고 그래서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산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등 배우의 삶을 통해서나 가능한 일이다. 배우들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실제로 그들의 인생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말들을 듣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은 작가가 다 지정해주지만 작가가 글로 쓴 것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자,여기까지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경로다. 비공식적인 경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기'라는 이름의 죄목이다. 자신이 큰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투자를 받는 행위.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두들 그렇게 해서 투자를 받기도 하고 투자를 하기도 하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을 한다. 실제로 투자를 받은 돈을 쓰지 않고 자신이 들고 잠적을 감추는 행위다. 투자를 한 사람은 이익이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금까지도 돌려받을 수 없음을 알고 얼마나 황망할까. 그것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트였다면 신고도 할 수 없어 더 답답해질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것은 비단 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인척 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 일이다. 어떻게 그렇게 속고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당해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들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 놓은 각본에 투입된 배우였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SNS

지금은 인터넷의 시대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백과사전을 뒤지거나 전문가에게 묻거나 해야 하는 것이 과거의 일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것이라도 단지 검색 멏번으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을 알려면 sns를 보면 된다. 그 속에는 자신의 친구들이나 자신의 관심사 그리고 자신이 잘 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이제는 입사 면접을 할 때도 그런 sns를 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니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매개체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을 한다. 그것은 만들기가 쉽다는 것이다. 일인 일계정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아니어서 여러개를 운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만들고 다른 사람의 사진을 넣어놓고 그것을 꾸준히 관리한다면 어느새인가 이 세상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계정 속에서는 살아있을 수가 있다. 별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 계정이 실제로 행동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던가 만나기로 하고 다른 사람이 나와 버리는 경우 그리고 그 사람이 해를 가할 때가 그러하다. 신고를 해도 그 계정의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찾기도 어렵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아주 많은 경우다.


리플리

영화에서는 그랬다. 부자인 친구의 삶이 부러웠던 주인공은 그를 죽이고 자신이 그인냥 행세를 한다. 그가 하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그가 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그가 하는 것처럼 생활을 한다. 그쯤 되면 자신이 실제로 그인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종의 정신질환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이중인격같은 그런 증세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다른 인격의 행세를 유지하게 되면 생기는 그런 병일 수도 있다. 실제의 나는 누구인가.


프리티 씽

여기 니나와 바네사 두명의 여자가 있다. 전혀 만날 접점이 없었을 것 같은 그녀들은 한명의 남자를 통해서 연결된다. 그것은 바네사의 동생인 베니다.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같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하던 니나와 엄마였다. 엄마가 병에 걸리고 난 후 니나는 엄마의 파트너와 손을 잡고 엄마의 일을 물려받는다.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그들의 물건을 훔쳐서 판다. 너무 눈에 띄는 제품은 손대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고가의 제품도 버린다. 부자들에게 있어서 몇개정도는 없어져도 신고하지 않을 그런 제품에만 손을 댄다. 그렇게 살아왔다. 엄마의 병이 재발하기전까지는 말이다.

베니는 오래전 친구였다. 엄마의 행각이 들통나면 이사를 했다. 그렇게 또  떠나와서 정착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오래 살 수 있었다. 베니를 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곳에 사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둘이었기에 더 공감대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렇게 오래전에 헤어졌었다. 이제는 그곳으로 다시 가야만 한다. 엄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니나의 사기극은 성공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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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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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면서 사랑한다. (25p)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바위에서 떨어진 여자. 한 눈에 보기에는 그냥 단순 실족사처럼 보인다. 산에 올랐다가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떨어져서 죽은 그런 사고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단 산을 오르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가방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가방을 찾아야 이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해 낼 수가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은 잘 없지 않은가. 적어도 핸드폰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것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가 신발도 없다. 그렇다면 실족사가 아닌 자살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일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죽기전에 항상 신발을 고이 벗어놓았다. 그렇게 신발을 벗어놓고 그녀도 뛰어 내려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 경찰은 나무에 걸린 신발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하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하이힐이라니. 이것은 어떤 보아도 사고도 아니고 자살도 아닌 사건이다. 그렇게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야 하는 일이 이어진다.


작가 이름과 소개를 자세히 읽어본다. 한 권의 제목이 눈에 뜨인다. 분명 읽었던 책이다. 검색을 해본다. 그렇다. 신의 마지막 아이. 나는 이 책을 2015년에 읽었었다. 아마도 그때 당시 신간이었을 것이다. 종교를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해서 꽤나 독특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제목을 보는 순간 한번에 생각이 났다. 그 이야기와 이이야기를 비교해 본다면 약간은 다른 결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더 장르소설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일까. 그렇게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장르소설에서는 약간은 풋풋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어느정도는.


세상에는 평범한 가면을 쓴 야수가 너무 많다. (168p)


촘촘하게 잘 엮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야기는 죽은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고 가족을 찾고 그 가족의 인생사를 그러낸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족이다. 그 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낸다면 이 이야기는 거의 다 푼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마지막 단계에서나 활자화되어 독자들에게 보여진다. 그 전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드러내지 않는 비밀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비록 다 드러나 있을지라도 말이다.

작가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중후반에서 알아차렸다. 어떤 트릭이 숨겨져 있는지도 말이다. 아마도 이런 장르를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한국 장르를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쉽게 풀린 트릭에 배신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내면에 깔려진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드니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트릭이나 반전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작가는 인간의 치열한 욕망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을 장르소설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 방법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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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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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실화야? (69p)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 [일곱 개의 회의] 등 기업소설로 유명하다. 그만큼 현실성을 잘 반영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정치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물론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인 경향은 여전하다. 지금 일본의 실정에 관해서 강하게 꼬집으면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사실 몸이 바뀐다는 소재는 너무 많이 써왔던 이미 식상한 소재다. 한국에서도 이미 90년대에 다 이용해버린 카드가 아니던가. 타임슬립과 함께 대표적인 고리타분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작가가 이용하면 달라진다. 현실적으로 몸이 바뀔리는 없으니 판타지 쪽으로 흘러야 하는데 작가는 거기에 과학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 조건을 둠으로 이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닌 어쩌면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 sf같은 느낌이 들어버린 것이다. 작가가 설정한 조건에 의하자면 실제로 이런 일이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백년 후나 천년 후에는 또 가능할지 누가 알겠는가.


약기하고 있어서 이런 사태를 회비하기 위해 작년부터 우리 당에서 실시해온 경제대책을 두습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공구하고 있습니다. (111p)

아버지, 무토 다이잔은 일본의 총리다. 그리고 아들 무토 쇼는 대학생이다. 면접을 다니면서 자신이 취직할 곳을 찾고 있는. 표지에는 바보 아들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친구가 그렇게 맹하거나 진짜 바보는 아니다. 단지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아버지가 하는 일을 물려받을 생각은 전혀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바보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자다. 일본 소설에 보면 자기 이름을 이야기 할 때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 한자라고 일러주는 문장들을 볼 수가 있다. 그것은 같은 한자라 하더라도 읽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 대학생인 아들은 아버지의 몸이 되어서 발표를 해야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원고를 잘 못 읽었다. 원고를 작성하는 사람은 당연히 한자를 섞어서 원고를 작성했고 원래대로라면 분명 잘 읽어야 하지만 이 한자 읽는 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세대인 아들은 그저 자기가 아는대로 최선을 다해서 마구 읽어버린 것이다. 결론은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되었고 온 국민들의 놀림감이 되었다는 사실. 이런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음으로 해서 이 이야기는 진중하면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았다. 블랙코미디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쇼를 보고 있으면 오래 전에 내가 좋아했던 정치가가 떠올라. (290p)

작가는 아들이 된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는 아들이 면접을 보러 가서 그 회사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고 있다. 물론 아버지가 된 아들의 입을 통해서는 일본 현 시대의 정치를 강하게 꼬집는다. 누군가를 해야 하는 말이지만 절대 누구도 하지 않는 말들이다. 작가는 그 말을 하려고 이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지금 한국은 여러 곳에서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일까. 가장 청렴해야 할 공기업들의 부패가 가장 극심하다.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과 정보를 이용해서 오직 자신들의 배만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그렇게 돈이 중요했던가. 그렇게 재산이 중요했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지. 자신들의 이익만 채우겠다는 그들의 마음이 아주 더럽다. 몸부터 정신까지 모조리 썩어있다. 이런 것을 꼬집어 줄 한국 작품들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썩은 인간들이 이런 작품들을 읽고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하는 것이다.

새로운 백신이 나왔는데도 일본 사람들은 오래된 백신을 맞았다는 건가요?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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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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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파랬을 하늘은 이미 석양의 붉은빛에 가까워져 있었다. 하얀 구름도 서쪽으로 향하며 점점 오렌지색을 띠어간다. (109p)



작가의 전작 두권을 모두 읽었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표지였다. 분명 다른 표지인데도 사진들이 주는 느낌이 뭐라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 느껴졌다. 초록색의 색감이 주는 편안함. 그런 느낌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서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서 새로움을 느끼고 작가가 표현한 것을 공감하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작품과도 같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주는 아름다움. 그렇게 시작이 된다. 표지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연을 묘사하는 아름다움도 여전하다. 작가는 글로써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크게 격정적인 변화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는 힘도 여전하다. 전작에 비해서 인물의 수가 늘었다. 그것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간략하게 해 놓았다.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다. 나처럼 뒤를 먼저 확인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파악했을 것이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가는 사람이라면 다 읽은 후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 그리고 세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 그리고 그들의 손녀까지 이르는 아주 긴 여정이다. 사람의 인생을 담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어떤 집안에서 그 사람이 태어나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그리는 일이다. 자칫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또 생각해보면 사람의 인생만큼 드라마틱한 것은 없지않은가.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심하고 때로는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인생에는 때로 뭔가에 크게 마음이 움직여 새로운 길이 열리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설명이 안 되는 타이밍에 찾아옵니다. 그걸 위해서는 매일이 같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바람에 뭔가를 느끼고 새로운 바람에 귀를 기울이세요. (152p)


원제는 히카리 노 이누. 光 犬 빛의 개라는 뜻일까. 이 가족에게 있어서 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를 거쳐서까지 내려오는 개와의 관계.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생각하는 요즘 설정과 가장 맞아 있는 면이기도 하다. 그런 원제의 의미를 살리지 않고 전혀 새로운 느낌의 문장으로 번역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어찌보면 이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더 잘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개인이 속한 가족의 이야기. 어디에 있던지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돌아갈 집이 없다면 우리는 방랑자가 될 것이다.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집을 떠났다 하더라도 돌아갈 집이 있기에 더욱 안정된 사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살아가는 에다루. 그곳에는 소에지마 가족 외에도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인물들도 등장을 한다. 그 동네의 배경이 되는 교회 목사의 아들이 비중을 차지한다. 교회가 나오는만큼 작가는 종교적인 면을 살짝 가미해두었다. 기독교에서 집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집을 나갔던 탕자가 돌아오는 것도 결국 아버지의 집이었다. 성경에서는 그런 집을 천국으로 묘사하며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살다가는 것뿐 마지막은 내 아버지의 집인 그곳에서 만나자고 되어있다. 돌아갈 집이자 마지막으로 거할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중의적인 의미까지 모두 포함을 한 것일지 몰라도 이 제목은 여러번 곱씹어 외우게 된다. 지금 당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인가. 마지막으로 당신이 돌아갈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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